부모의 화, 이렇게 다스리세요. (3)

아이를 향한 기대치, 힘든 감정의 해소

by 김민지

심리학 용어 중 ‘기대치 위반 효과(Expectancy Violati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기대와 다른 행동이 나타날 때 생기는 효과이다. 나는 우리 가족과의 일상에서도 이 효과를 체험한다. 독립한 나는 거의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쩌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크게 걱정하고 화를 내신다. 반면 독립하고 평소 연락이 없던 동생이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엄마는 감동하신다. 이처럼 기대치가 낮은 상황에서는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크게 와닿는다. 늘 화내며 말하는 부모가 또 화를 내면 아이는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평소엔 화를 잘 내지 않던 부모가 엄하게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중요한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매일 같이 화내는 것을 멈추어야 할 이유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화를 낼 수밖에 없던 상황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를 화나게 만드는 일들을 찾고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알아차리면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화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무리 말해도 아이가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경우'이다. 보통 부모도 아이로부터 ‘무시 당한다’라는 느낌을 받으면 화가 난다. 여러 번 부탁했는데도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해서 가르치는데도 바뀌지 않는 아이를 보면 분노와 함께 ‘도대체 몇 번을 말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과연 아이가 나의 요구를 이해하고 들어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상태인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된다. 수업 시간에 무엇을 꺼내라고 안내했을 때, 한 번만 말해서 전원이 꺼내는 경우는 기적 같은 일이다. 초임 시절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일에 쉽게 지쳤다. 지금은 주의를 집중시키고 수차례 안내를 해도 더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특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 주의집중 박수를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혹시 반복해서 나를 분노하게 하는 아이의 행동이 있다면 나의 기대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한 번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여 바로 실행하는 것은 내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늘 화내던 패턴을 변화시키기 위해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까운 가족에게 공감받는 것은 감정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공감 받기 위해선 “오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나의 상황을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오늘 아이가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동생을 때려서 정말 당황스러웠어. 계속 말리고 대화 나누는데 얼마나 속이 타던지.”

“친구들은 카페도 가고 공원도 가던데, 나는 아이들한테 발이 묶여 온종일 집에 있으니 속상했어.”


말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상대방도 나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꾹꾹 참고 있지 말자. 감정을 비워주어야 마음이 회복되고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와 마주할 수 있다.


부모 노릇하기가 참 쉽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화를 억누른다. 참다가 한 번 욱하면 자책한다. 사소한 것에도 폭발하여 늘 화를 내는 자신을 보며 자책하기도 한다. 소중한 나의 욕구가 좌절되면 당연히 화가 난다는 것을 이해하자. 부모의 힘든 일상 아이의 잘못과 만나 화로 표출된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면서 화가 났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부모의 감정을 솔직하게 주변에 털어놓고 공감과 이해를 구하길 바란다. 주변에서 공감해주거나 도움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말로 표현하면서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감정은 소중하다. 화가 표출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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