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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Feb 13. 2018

달리기에서 배운 인생, 10가지 이야기

60분을 쉼 없이 달리고 난 뒤의 고백

2월 11일 일요일 오전 7시, 아직 동트기까지는 32분이 남았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Kuala Lumpur) 한복판에서 열리는 10km 마라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전날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이 컨디션, 이 체력에 완주나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다 출발선 앞에 섰을 때의 긴장감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8월 5일,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Cyberjaya)에서 열렸던 푸마 나이트 런 12km에서 나는 생애 최악의 기록을 마주했었다. 1시간 35분. 그저 끝까지 달린 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도 힘들었던 그날 밤은, 지금도 무지 끈적하고 퀴퀴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서울에서 달렸을 땐 10km를 49분에 완주한 적도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체력과 나이 탓이려나.


그 뒤로 네댓 번, 서너 킬로를 가벼운 운동삼아 달린 것을 제외하곤, 7개월 만의 달리기. 대회가 열리기 7일 전 딱 한번 연습 삼아 8km를 트레드밀 위에서 달려본 것 빼곤, 정말 오랜만의 달리기였다. 대회 이름은 무려 KL WORLD URBAN RUN 2018.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다채롭게 벌어지는 대회인 만큼, 콸라룸푸르에서,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달린다는 것은 묘한 설렘을 주었다. 눈앞에 펼쳐질 풍경들만 생각해도 신이 났고,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고만 여겨도 참가비는 뽑은 셈 치자 싶었다. 사실 이게 모두 다 '기록이 또 좋지 않으면 실망하려나' 혹은 '중간에서 포기하고 싶어 지면 어쩌지' 하면서 미리 펼쳐 놓은, 실패의 두려움에 대한 비겁한 자위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달렸다.



결과는? 60분 내로, 10km 주파 완료. 3년 전쯤 한강에서 달렸던 소아암 환자 돕기 마라톤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30도의 무더위를 견디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무언가 성취했다는 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결승선을 통과해서는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라고 수도 없이 외치고 또 외쳤다. 기실, 아무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착점에 있는 모든 이가 나를 위해 박수를 쳐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60분이라는 시간을 달리며, 내내 '달리기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그 단편적인 조각들을 여기에 공유한다. 총 열 가지 생각들이었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공감할만한 좋은 꼭지들이길 바란다.  


인생의 그 무엇이든 시작은 함께 할 수 있다. 다만 끝은 다를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달린 15km, 10km, 5km 달리기는 매력적이었던 만큼 엄청난 수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15km 주자들은 오전 6시 45분에 출발했고, 10km인 나는 그보다 30분 뒤인 7시 15분 출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출발했기 때문에, 출발선에서 근 800m까지는 그냥 말 그대로 '걸어야만' 했다. 열정만 가지고 앞으로 달려 나갈 수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얼마나 한숨을 쉬었는지. 다만, 같은 시작점을 통과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이번엔 제대로 한번 달려봐야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에 빨리 달릴 수 없었다는 그 어떤 불평들도 결국은 무의미했다. 때론 열정이 넘쳐흐른다 하더라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도 많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시작은 함께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그 끝이 다를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어떤 길을 달리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웬걸. "아이씨" 소리가 절로 나왔다. 숲길, 오르막길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상상했던 건, 끌랑 리버를 너르게 가로지르는 다리, 높다란 빌딩, 어딘가 시크한 골목들 뿐이었는데, 도심 한복판은커녕 '나는 지금 [ 정글의 법칙 ] 아니면 [ 주만지 ]를 찍고 있나' 싶을 정도로 나무가 많은 숲길이라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지만 그 숲길 덕에, 기대도 못했던 예쁜 꽃들과 울창한 나무들,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푸른 나뭇잎과 선선한 바람을 마주하게 됐다. 비 오듯 땀을 흘리다가 보게 된 작은 계곡의 물소리, 조각 분수, 깜짝 놀라 펄쩍 뛰어넘게 만들었던 물웅덩이, 지친 발이 조금은 편했던 잔디밭.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고 예뻐서, 숨차게 달리면서도 자연스레 몇 번을 고개를 돌리게 되던 순간, 결국 '뛸만하다'라고 느끼게 되더라. 우리 인생도 이렇게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더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어떤 길을 달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길을 계속 달려 나가 볼지는 오로지 내 선택과 용기에 달린 것이라 더 재미있지 않을까.


언덕길에선 속도를 줄여야 한다. 오르막길이 너무 많아 말 그대로 '업힐 배틀 Uphill battle'과 지독히도 싸워야 했다. 정말 욕이 나올 정도로 힘든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사라지는 듯하더니 다시 또 시작되고, 심지어 중간 반환점에서 아까 죽도록 힘들었던 그 길보다 더 험한 코스가 이어지자, 결국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코스 기획자에게 '넌 어디까지 달려봤니?'라고 묻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더라. 평지에서 달리던 속도를 언덕길에서 유지하려고 하니 심장이 마구 요동을 치고 종아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선택은 없었다. '속도를 줄이자' 밖에는. 인생의 험난한 오르막길에서 욕심과 조바심으로 속도를 유지하려 하다간, 경련이 오고 쥐가 나 이내 멈춰야 한다. 언덕길에선 속도를 줄여야 된다. 한껏 욕심내다 멈추는 것보다 낫다. 언젠간 내리막길도 나오기 마련이니까. 속도를 줄인다고 못 오를 언덕은 아니다. 중요한 건, 오르느냐, 혹은 멈추느냐다.


느려졌을 땐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라고 여겨라. 모은 힘을 반드시 쓸 때가 온다. 이렇게 속도를 줄였을 때 들던 생각이 "아 이러다간 제시간에 못 들어가겠는데"였다. 다만, '열심히 달려보겠다'가 애초의 목표였지, '몇 분을 깨보겠다'는 일찌감치 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속도를 줄이고 느긋히 달릴 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마감 시간에 임박해 시계만 바라보면서 안절부절못하듯 달렸다면 아마도 금세 기진맥진해 더 이상 달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을 텐데, '여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비축했다'라고 느끼는 순간, 느슨한 코스가 나오면 '신나게 달려봐야지'라는 마음도 생기더라.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때론 느림을 즐겨라. 그렇게 뭉근하게 쌓인 힘을, 언젠가 반드시 쓸 날이 온다.


내리막길에선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끝도 없던 오르막을 모두 지나 드디어 내리막길에 다다랐을 때, 마치 용수철이 달린 신발을 신은 것 마냥, 갑자기 너른 주폭으로 콩콩 뛰어내려 가다, 움푹 파인 곳을 잘못 밟아 하마터면 발목을 삐끗할 뻔했다. 힘도 비축했겠다, 앞서가던 사람들을 좀 앞질러 보고도 싶겠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다만 그런 마음으로 성급히 뛰어내려 가다 발목을 다쳤더라면 끝까지 달릴 수도 없었을 터였다. 삶에도 이처럼 손끝만 가져다 대어도 뭐든 잘 되는 것처럼 쉬이 흘러가는 구간도 응당 있다. 마음도 여유롭고 쪼들릴 것도 없이, 그야말로 손쉽게 '승승장구'하는 느낌으로 충만한 순간들. 그러나 이런 마음 편한 내리막길에서도 발 디딜 곳은 살펴봐야 한다. 성급하고 오만해진 마음이 때론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다른 길을 택한 사람.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반환점을 지나 코스가 잠시 겹쳐지는 것 같는 구간이 나타났는데, 그때 코스가 아닌 곳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보았다. 분명 마라톤용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결국 중도 포기한 듯 보였다. 그는 그 길을 선택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너무 힘들었을까. 아님 갑자기 어디가 아팠을까.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겐 별로 의미 없는 일이었을까. 모르겠다. 그의 선택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었다. 내가 보았던 건, 나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그의 느릿한 뒷모습뿐이었으니까. 단, 그가 오늘의 여정에서 '나아감'을 택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너무도 선명했다. 인생도 그렇다. 나아가자. 궂은 길이든 험한 길이든, 나아가면 된다. 돌아가도 상관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이 선택한 길로, 끝없이 나아가는 것이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먼저 뛰던 사람도 만나더라. 나보다 30분 먼저 15km를 달려 나갔던 사람들. 그들은 연두색 셔츠를 입고 있어서, 붉었던 나와는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10km 구간은 15km 구간과 겹치기 때문에, 5km 정도를 달려 나갔을 때부터 이 사람들을 하나 둘 보게 되었는데, 6-7km 구간이 되니 점점 많아지면서 결국 8-9km 구간쯤에 다다랐을 땐, 거의 함께 뛰기 시작한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15km에 도전하고 힘이 들어 후반에 가서 속도를 줄이던 사람들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다른 길을 택했던 '그 남자'보다는 멋져 보였다. 느리기에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꾸준해서 뜨거웠다. 그중엔 발목이 아픈 사람, 몸집이 커다란 사람, 숨이 가쁜 사람들이 다양한 그림으로 섞여 있었지만,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그 사람들에게 가끔은 'Boleh(볼레, 말레이시아어로 '할 수 있다 Can'는 뜻)'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던졌다. 날 바라보며 슬쩍 웃던 그들과 나는 속도는 조금 달랐겠지만, 분명 오늘 우리는 모두, 같은 끝에서 환하게 웃었을 것이다. 때론 느리게 출발하더라도 열심히 달리다 보면 먼저 뛰던 사람도 만나더라. 늦게 시작함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만 끝까지 가지 않음을 경계하라. 끝까지 달릴 것을 선택한 사람들은 실패든, 성공이든 결국 '무언가'를 얻는다.

        15km 참가자들과 마주한 순간. Boleh!!


작은 것에 감사하라. 그저 달리는 것이 축복일 수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너무나 상쾌한 아침 공기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갑자기 이렇게 헐떡이면서도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뛰어가는 내가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다. 기대하지 못했던 꽃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눈부심을 느끼고, 바람을 매만지고, 웃고, 땀 흘리며 알게 되더라. 작은 종이컵에 물을 담아 들고는, 달려오는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쳐주는 봉사자들에게 '미소로 화답'할 수 있는 이 순간을 누리는 내가 그저 감사하더라. Runner's High였을지 모른다. 모르겠다. 그게 그 무엇이었든 좋다. 소소히 작은 것에 감사하자. 그저 이 순간에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것'들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외는 없다.


반드시, 누군가는 당신과 함께 뛰고 있다. 3km 정도 뛰다 보니 나와 비슷한 속도로 뛰어가던 금발 머리 여자가 있었는데, 언뜻 보아도 군살 없는 몸매에 한 손에는 1리터 정도 되는 물병을 쥐고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 포니테일이 찰랑거리는 것이 꽤나 귀여웠는데, 뒤에서 달려온 남자가 옆으로 얼추 따라붙다가 중심을 삐끗해 살짝 그녀를 밀치게 된 순간, "Hey, how are you? Doing okay?"라고 묻더라. 아마도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중심을 못 잡는 게 신경 쓰였나 보다 하고 말았다. 다만, 곧이어 오르막길이 나오고, 내리막길이 나오고, 또다시 오르막길이 반복되는 그 길 위에서 놀라웠던 건, 그렇게 우연히 친구가 된 그녀가, '페이스를 맞춰 곧잘 따라오지 못하는 그 남자'를 위해, 그가 힘들어하는 구간이 나오면 언제나 제자리 뜀을 하며 "Come on, you can do it! Keep it up!"하며 응원을 해주는 걸 여러 번 목격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와 그녀는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때론 중심도 잃을 수 있다. 숨이 헐떡여 더 나아가지 못할 것처럼 힘이 빠질 때도 있다. 그땐 다만, 주위를 둘러보아라. 반드시, 반드시 누군가는, 당신과 함께 뛰고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당신이 힘이 넘치는 누군가가 되었을 땐, 반드시 손을 내밀어 주어라.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라.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60분 동안 내가 즐겁게 달릴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굳이 나 혼자 재미로 뛰자던 10km 마라톤에서, '설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록과 목표에 대한 부담감, 혹에나 내가 바라는 시간 내에 완주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과거의 실패 경험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 등을 내던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어느 것 하나도 내게 큰 의미가 없던 것들이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었고, 막연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에 '무의미한 의미'들을 담고 미리 좌절하는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마냥 바라면서' 눈물짓고 아파하는가. 기록에 대한 부담도 없이, 시간에 대한 초조함도 없이, 이번에 잘 달리지 못하면 다음에 또 다른 기회에 달려보자라는 마음으로 달렸더니, 지치지도, 탈진하지도, 중도이탈도 없이, 나는 그 길을 오롯이 달려 나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도착점에서 웃을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라.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굳이 세어보자면 10km 마라톤은 지금껏 열 번 정도 경험해 본 것 같다. 그리고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달렸던 10km는 얼추 백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달렸을까. 그냥 달리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자연을 마주치는 그 순간들이 좋았던 것 같다. 봄이면 선선함이 좋았고, 여름이면 뜨거운 열기가 좋았고, 가을이면 여름내 푸르렀다 붉테 타오르며 낙하하는 찰나가 좋았고, 겨울엔 시린 바람 속으로 퍼져나가는 뜨거운 콧김이 좋았다. 그래서 또 달려보았다. 또 좋았다. 그래서 그 좋았던 것을 그저 계속했던 것 같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이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 '와, 그럼 이제 하프 마라톤, 풀코스 뭐 이런 거 하는 거야?'. 내 대답은 'NO'. 지금도 서슴없다. 난 아마도, 혹은 영원히, 하프 마라톤, 풀코스 마라톤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의 이유는 내게 꽤나 간단하다. 내가 중단 없이 꽤 오랫동안 즐겨 왔었던 순수한 기쁨이,  고통과 뒤섞여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이 찾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그럼 달리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을것만 같다. 그렇게 '해보지도 않고 쉽게 얘기하나'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이 좋다. 해서 지금의 내가 좋다.


만약 10km를 즐겁게 뛸 수 있는 수준의 내가 있다면, 10km를 자주, 그리고 즐겁게 뛰고 싶다. 욕심내서 다치거나, 애쓰거나, 괴롭거나 하지 않고, 내 분수를 알고 즐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수준, 10km가 내 인생의 즐거운 '코스'가 될 수 있다면, 난 영원히 10km만 달리면서 '달리기의 순수한 기쁨'을 '그저 내 수준에 맞게' 즐기고 싶다. 그보다 먼 거리를 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크게 없으니, 그저 내겐 그 정도면 되었다 싶다. 그래서 마흔이 돼도, 쉰이 돼도, 예순이 돼도, 내게 '딱 즐거운 그만큼의 10km'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이 없겠다.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건강이 있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일 것임은 물론이고. 그렇게 달리면서 오래도록 좋은 생각, 좋은 마음을 갖고 싶다. 그런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나를 더 좋아하며 살고 싶다.




[ 정말 뜬금없는 특별 번외 편 ]


Special Thanks to...


난 달릴 때 항상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 그래야 몸도 더 가볍게 움직이는 것 같다. 우연히 발걸음에 딱딱 맞는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올 땐, 노래에 맞춰 뛰며 잠시 잠깐의 괴로움을 잊을 수도 있어, 달리기의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한다. 수줍게 고백한다. 한국에서 달리기 할 때 '브금(BGM)'이 되어주신 소중한 분들은 마룬파이브,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폴 아웃 보이,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등이었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타향살이에 지친 OPPA에게 힘이 되어준 트와이스, 워너원, 레드벨벳 그리고 청하에게 감사를 전한다.


TWICE의 [ LIKEY ]에서 때맞춰 흘러나오는 저 앙증맞고 새빨간 '핥핥(Heart! Heart!)', 그리고 [ Heart Shaker ]에서 나오는 'Come on, Be my Love'와 'Yeah Yeah Yeah Yeah Yeah'는 마치 숨차게 뛰는 내 심장에 '트둥이들'이 부어주는 응원의 보약과도 같았다. 그리고 브로(Bro)..이긴 하지만 Wanna One(워너원)의 매직송은 말모... [ 에너제틱 Energetic ]. '지금 이 순간 멈출 수 없는 기분 No No No No, Make me feel so high 미치겠어 날 멈출 순 없어 You make me feel so high I'm so crazy 너가 나를 본 순간 막 끌려 더 날 당겨줘 Baby...(중략).... I'm feeling so energetic 내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이 부분은 그냥 무슨 마라톤 지정 BGM인 줄 알았다. 듣기만 해도 과즙미 뿜뿜 터지는 레드벨벳의 [ 빨간 맛 ]과 [ 피카부 ]는 과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고 요즘 나의 최애.... 청하의 [ Roller Coaster ]는 이날 나만의 달리기 응원 파워 매직 송이었음을 고백한다. OPPA가 많이 고마워 얘들아 핥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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