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인의 청춘 Jun 30. 2019

괜찮지 않을 거예요.

7월을 맞이하는 자세

2019년 상반기의 6개월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될지-또는 전혀 아닐지도-모른다. 바빴고, 지쳤고, 힘들었다. 프리랜서의 삶이란 그랬다. 모든 게 동시에 진행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아주 작은 것들이 신경을 짓누를 때도 있고, 정말 큰 것들이 아무일도 없었단 듯이 지나갈 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운이 좋아 그동안 단 한 번도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지난 10년. 그 10년을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일들을 해 나가는 여정은 험난했다. 꽤 거칠고 예측불허로 요동쳤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내가 즐거운 일이 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내 인생의 중요한 사람들에게 수락과 거절을 반복하며, 생각을 가다듬어야 했다. 밤낮이 뒤바뀌기 십상이었고, 내가 원하지 않는 무표정한 하루들이, 작은 문 건너편에서 우기의 습기처럼 축축하게 스미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두가 "애초에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 인생은 그럴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할 때는 더욱 쉽지 않다. 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않을 때도 있다. 그중에 침묵이 진짜인지, 조언이 거짓인지를 가려내는 건 '지랄 맞게'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한 것인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처음으로 진실을 외치고 있는지 파악하는 건 '한층 더 지랄 맞게' 어려운 일이다. 그저 모든 것이 나 자신을 휘젓지 못하도록, 가만히 기다리고 잔잔해진 수면 위에 나를 비추어 볼 밖에 없는 일이다.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 나가며, 중요한 때마다 나는 누군가의 조언을 묻지 않고 살았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썩 쿨해 보이는 얘기였지만, '나는 성인이니까 내가 알아서 내 인생을 책임져야지'라는 생각이 더 묵직하고, 진지해 보였다.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공황장애도 겪고, 힘들었던 것 같다. 계속 '그런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지만, 그렇게 '모호하고, 영원히 모르겠는 길 위를' 계속 걸어야 하는 것도 내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옆으로, 또는 뒤로.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생각지도 않았던 6월의 마지막 밤-이미 부제에서 던져버렸지만-에, 의미를 갑자기 두게 되었다면, 그렇다. 우리는 무언가에 그렇게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오늘 밤을 넘겨 상반기의 끝을 접고, 하반기의 시작을 맞이하며, 복잡한 감정이 든다면, 맞다. 복잡한 감정이 들 수 있다.


벌써 7월이다.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은, 시간, 요일, 월, 년, 나이에 의미를 두곤 한다. 물론 나도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어떨 땐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고, 때론 이유 없이 점점 더 꼬여가는 것 같은 인생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7월은 괜찮지 않을 것이다. 괜찮은 게 축복일 뿐이다. 매일 괜찮을 수 없고, 마땅히 괜찮아야 하지도 않다. 괜찮지 않은 게, 불행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 '괜찮다'라고 끝없이 말해주고 안심하는 판타지가 지겹다. 꽤 많은 일들이 괜찮지 않을 것이다. 내일, 7월 1일에도 괜찮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당신이 천국에, 환상 속에, 끝없는 공상 속에 살지 않는 이상, 2019년의 하반기는 절대로 괜찮지 않을 것이다.  


7월을 맞이하는 자세다. 그러니 소하지만 실한 복을 찾고 '괜찮다'는 위로를 일시적으로, 끝없이 소란스레 주입할 바에야, 박하더라도 연히 눈에 보이는 꽤 괜찮았던 순간들을 운으로 여기면서, 다시 반복되는 하루를 조용하게 시작할 일이다. 당신의 하반기가, 행운이 올 것만 같은 하루 같지 않더라도, 그게 유독 불행인 것도 아니니까.


무언가에 의미를 담으려면, 매번 지겹게 반복되는 숫자 1에, 매주 활기차야만 하는 의무라도 있는 것 같은 월요일에 담을 일이 아니다.


인생에, 삶에 담을 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