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잘 지내?"
"어...뭐.. 나야 잘 지내지."
그렇게 답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산다. "나는 잘 지내지", '못해'라고 말을 끝맺지 못하고. '그러는 너는?'이라며 믿음직한 상냥함을 되돌려준다. "And you?"
잘 지내?라는 말의 정의가 무얼까 궁금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려준다는 '구글링'도 해 봤다. 과연 구글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까. 뭔가 숨기고 있는, 나만 억울할 비밀은 없을까.
<'잘 지내다'의 의미>
<'잘 산다'는 의미>
왜 '잘 지내?'라는 인사말을 묻는지도 이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잘 지내?'라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응당 '잘 지내?'라고 묻지만, 장작 궁금한 건 '잘 지내'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잘 지내는지'를 물어주는 사람도 부쩍 줄었다. 내가 고의적이었든, 그들이 부담스러웠든, 1년에 한두 번 묻던 안부조차도 의미가 없어진 때가 온 것 같다. 연락이 끊어진 사람, 연락을 끊은 사람, 연락이 필요치 않은 사람, 연락을 하면 피곤해질 사람, 연락을 하기 싫은 사람, 그리고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한 사람들. 연락이 닿으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서로의 사진으로 호기심을 충족하고는 '잘 지내'라고 묻지 않을 사람들. 누군가는 이미 내가 모르는 사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가끔
생각한다. 세상의 시계는 모두에게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나의 오늘 하루는 유독 느렸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은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을 늘어놓는다. 가끔은 '정말 왜 알 수도 있는지' 떠올리는 것이 버거워 [삭제]버튼을 누르곤 한다.
서로 처음 만나 "반갑습니다"를 해야만 하는데, 악수도,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30분째 멀뚱하니 서 있는 느낌. 입술이 바싹 마르고, 숨 막히는 느낌.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보아도 나의 어떤 부분이 그들과 교집합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희미해진 것인지, 애초에 새겨진 것이 없었던 것인지, 내가 무심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애를 썼는데도 떠오르지 않는 상대를 '삭제'하고 마는 나의 무심함을 위로한다. '애써 반갑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잘 지내?"
"어...나야 잘 지내지."
그저 그렇게 얘기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나야 잘 지내지", '못해'라고 끝맺지 못한 채. M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