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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Jul 13. 2019

기묘한 이야기 한 번도 안 본 눈 삽니다.  

처음부터 다시 보려고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3

[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 맨 처음 <기묘한 이야기> 시즌 1의 1화, 그 빗장을 열었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악 저게 뭐야. 난 저런 깜짝깜짝 놀라는 징그러운 거 절때-대 아니다, 때다-못 봐.' THE END. 


그리고 2년을 보지 않았던 화제의 시리즈. 그런데 이게 웬걸. 넷플릭스X브런치 콜라보로 <블랙 미러>와 <기묘한 이야기>의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게 된 영광(?) 덕에, 안 보려고 해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처했다. 아니, 이제 대체 어쩔 것인가.


30년을 넘게 품고 있는 나의 강박적 완벽주의는 2019년 7월 4일을, 7월의 넷째 날, 또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에서, 넷플릭스의 '지옥문'이 활짝 열린 날로 만들었다. 왜냐. 시즌 1, 시즌 2를 하나도 보지 않았는데, 시즌 3 리뷰를 해야 한다니. 이건 나에게 주어진 엄청난 도전이었다. '깜짝깜짝 놀라고 징그러운 걸' 절때-대 아니다, 때다-로 모조리 지켜봐야만 하는 극한 직업.

진심 어린 리뷰를 써보려고 했다가, 진심을 빼앗기고 말았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

이제까지 이런 정주행은 없었다. 이것은 지옥인가, 천국인가.

3일 동안 시즌 3개를 몰아서 봤다. 자그마치 25시간이다. 가뜩이나 불면증도 있는데 요 '기묘한 이야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 건 물론이다. 그런데 그게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으로'가 되어 버린 순간의 짜릿함을 지금도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다. 연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음악 등 모두가 너무나 완벽해서, 다음 에피소드를 연속해서 틀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7월 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3> 시즌이 시작되었다.

시즌 1의 악이었던 데모고르곤, 시즌 2의 악이었던 마인드 플레이어,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문을 닫았는데도 다시 돌아온 시즌 3의 마인드 플레이어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간을 지배하려 다시 찾아왔다. 냉전시대가 그러했듯, 소련의 군인들이 미국 인디애나 주 호킨스의 지하 세계에서, 어렵게 닫은 그 '문'을 다시 열어젖혀 버리는 바람에. 아 열불 나.

나의 새로운 매력 덩어리들. 인스타그램 팔로잉이 10명 넘게 늘었지 뭐람.

시즌 1과 시즌 2의 엄청난 인기를 증명하듯, 생생한 캐릭터들과 함께 1년 만에 무장하고 돌아온 <기묘한 이야기 시즌3>는 기존 캐릭터들의 이야기의 깊이와, 타이트한 연출에서 느껴지는 박진감, 그리고 완벽한 음악, 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편의 최신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색감까지. 정말 눈은 떼지 못하게, 입을 닫지 못하게, 귀를 막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철철 넘쳤다.

아니 어떻게 엑스트라까지 연기 구멍이 하나 없이 다들 그렇게 매력이 흐르다 못해 강과 바다로 이어지나요.

소문난 맛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듯, 영상 맛집, 음악 맛집, 스토리 맛집으로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원래 기묘한 이야기 시즌이 릴리즈 되고 나면, 3일 안에 모든 에피소드를 다 보는 사람이 전 세계 평균 1천만 명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이렇게 재밌게 본 시즌 3의 성적은 무려 1천 8백만이라고 하니 가히 그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첫 나흘 동안 4천 7백만 계정이 에피소드를 재생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게다가 숨 쉴 틈도 없이 세 개 시즌의 정주행을 마치고 나니,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탄생된 것인지,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은 없는지 마치 '덕후'처럼 뒷이야기들을 마구 찾아 헤매게 됐다. 그래서 아래에, 인사이더닷컴에서 발췌한 <기묘한 이야기>의 뒷이야기 스물두 가지 중, 내가 인상 깊었던 몇 가지만 소개해 보고 싶다.

 



Before getting picked up by Netflix, the Duffer brothers' idea was rejected multiple times.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택되기 전, 더퍼 형제의 <기묘한 이야기> 아이디어는 최소 20번 이상 거절당했다고 한다. 마치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이 그랬듯, 원래 위대한 성공은 거듭된 실패의 거름 위에 꽃 피우는 건지. 넷플릭스의 작품 선정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The show was originally supposed to be based in Montauk. 원래 이 이야기는 실제로 1940년대, 납치된 어린아이들로 '시간 여행', '심리 통제' 등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고 알려진, 뉴욕 롱아일랜드 끝자락의 몬타욱이란 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몬타욱'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려 했지만, 나중에 가상공간인 호킨스로 배경 설정을 다시 하고, 스티븐 킹의 소설 'Needful Things'와 비슷한 발음으로 '스트레인저 씽즈'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They auditioned 906 boys and 307 girls ahead of the first season.

첫 시즌 오디션에만 906명의 소년들, 307명의 소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왜 지금의 주인공들이 현재 배역을 그렇게 '찰떡'같이 잘 소화해 내는지 알만한 느낌. 시즌 3에서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는 맥스도, 원래 스케이트보드를 전혀 타지 못하는데, 탄다고 거짓말하고 오디션에 합격한 뒤, 피나는 노력으로 스케이트 보드 타는 수업까지 들었다고.


Millie Bobby Brown really does like waffles, like her character Eleven.

우리의 사랑스러운 초능력자, 제인 혹은 엘, 혹은 일레븐은 실제로도 그렇게 와플을 좋아한다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나서 마을 슈퍼마켓에 들어가 서늘한 눈으로 와플을 바라보면서 도둑질을 했던 일레븐의 까까머리 시절, 와플을 사랑하는 강렬한 눈빛이 정말로 잊히지 않는 이유가 이걸까.


Eleven was supposed to be killed off at the end of the first season.

일레븐 캐릭터는 원래 시즌 1에서 사라지는 캐릭터였다. 세상에. 원래는 그랬는데! 시즌 1이 너무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기묘한 이야기>가 전 세계 넷플릭스 애청자들을 들끓게 하는 시리즈가 되자, 다시 나오게 되었다나 뭐라나. 다만, 엘이 없었으면 시즌 3까지 모든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애초에 더퍼 형제는 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니, 원래는 죽지 않아도 될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The Duffers already have an idea for how the series will end.

원작자인 더퍼 형제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를 이미 다 구상해 놓은 상태란다. 열린 결말로 갈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무언가 결론이 나긴 할 듯한데, 시즌 3의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러시아 캄차카 반도 감옥 간수들이 '노우 아뭬리깐'을 외친 걸 보면, 뭔가 가장 중요한 영웅적 캐릭터 중 하나인 호퍼가 그 감옥 안에서 어떻게든 뛰쳐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 시즌 4는 대체 언제 나오려나.


The kids get into arguments now that they've gotten to really know each other.

시즌 3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유독 정말 별것 아닌 것들을 두고 티격태격하고,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이야기들이 반복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매만져 주는 플롯이자, '레알' 성장기 아이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이해하게 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그 나이만의 매력을 '폭발' 시켜주는 힘이 생겼다고 본다. 변성기가 오고, 키가 크고, 사랑에 빠지고,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더욱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각양각색으로 보여주는 색다른 캐릭터가 진짜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최고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레트로를 넘은 뉴트로가 세상을 뒤엎은 지금, 이 아이들은 뭐랄까, 80년대 판, 어벤저스 키즈 버전이랄까.


The producers of "Stranger Things" got secret-keeping tips from the producers of "Game of Thrones."

인기 있는 시리즈가 대략 그렇듯, 기묘한 이야기 제작진은 <왕좌의 게임> 제작진으로부터 기밀 유지하는 팁을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3개 시즌을 연달아 보면서 사실 누가 어떻게 되고, 누가 죽는지 궁금하기보다는, 그냥 주인공들이 이 여러가지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그게 가장 궁금한 포인트였다. 아마 결말을 알고 봤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을 듯하다. 스포일러 주의보가 있건 없건 간에, 그냥 시즌 3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인 결과물이라서, 혹시나 결말을 알았더라도 그 과정을 흔쾌히 즐기기 위해, 9시간동안 '넷플릭스'를 '넷플릭스'했을 것 같다.

시즌 3가 시즌 1이나 2보다 좋았던 점을 세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 성장하는 캐릭터, 과즙미 터지는 주인공들.

이거 사계절로 치면, 추수 감사절이다. 어쩌면 그렇게 캐릭터들이 일관성 있게 매력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시즌 1이 봄, 시즌 2가 여름이었다면, 시즌 3은 가을이다. 곡식이 여물고, 들판이 무르익는 가을. 보통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답답해지는 캐릭터들 때문에 '고구마밭'을 경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예컨대 <루머의 루머의 루머. 13 Reasons why>-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과즙미 뿜뿜 터지게 제대로 성장한다.

요 녀석들 시즌 1에서만 해도 꼬맹이들 같았는데.

둘째, 이거 스릴러야, 호러야, 로맨스야, 코미디야, 드라마야?

그뿐인가. '오지고 지리는' 씬에서는 제대로 '오지고 지려주고', 무서워야 할 씬에서는 정말 입을 틀어막게 만들고, 혼자 정주행하다가 '헉'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가끔은 달달한 연인, 삼각관계, 끈끈한 우정, 감동적인 모성과 부성을 제대로 그려주는 드라마 같기도 하고, 진짜 몇몇 장면에서는 화면을 멈춰두고 웃어야 할 정도로 재밌는 씬도 많았다.


보통 이렇게 뒤죽박죽 섞어 놓으면 '아무 특별한 맛도 없는 건강 주스'가 되어 변색되기 마련인데, 이거, 진짜 정성 들여 만든 걸작 중 걸작이다.


셋째, 완성도 높은 개연성, 연출력, 그리고 음악, 의상, 추억 소환까지.

마지막으로 전문가는 아니어서 날카롭게-감히-비평을 더할 수 없지만, 개연성이 높고 충분히 수긍이 가는 스토리, 그리고 기막힌 카메라 앵글, 서사, 감탄스러운 연기를 모두 담아낸 연출에 감동했다. 몇몇 장면은 장면을 멈추고 서너 번씩 돌려 보며 '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냈을까' 혹은 '와, 이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등을 상상하게 되더라. 마지막으로, 80년대 모든 추억을 완벽하게 재연해낸 음악, 의상, 추억, 예고편에 등장하는 광고, 그 시절에 실제로 존재했던 신제품 맛 콜라 등, 자고로 훌륭히 완성되는 콘텐츠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피, 땀, 눈물(feat. BTS)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실감케 했던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고 확신한다.

우리 따스하고 호기로운 아재 호퍼, 아무리 자주 맞아 터지셔도,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면 아니되옵니다.

시즌 4 도대체 언제 나올까?


스포일러 같지만, 이미 모두 상상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호퍼 역을 맡은 배우 데이비드 하버가, 이미 신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고 하니, 시즌 4는 새로 돌아온 호퍼와, 이놈의 러시아 캄차카에서 또 다시 진행되는 '지옥문' 열기 대작전으로 후끈 달아오르지 않을까 기대된다. 정말 나의 사흘 밤낮을 도둑질해간, 그야말로 기가 막힌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리뷰를 이렇게 마친다.


기묘한 이야기 한 번도 안 본 눈 삽니다.
처음부터 또다시 보고 싶어서요.  



* 넷플릭스 X 브런치 콜라보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리뷰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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