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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Aug 09. 2019

BTS 브링 더 소울 The Movie

감독님이 누구신지요?

BTS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사실 초반의 노래들은 잘 모르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DNA>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고 '지금 대체 내가 뭘 본거지?'라고 생각했던 날, 그들의 이전 노래를 찾아보게 되었고, 마침내 <IDOL>에서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이미지를 보고 '와, 얘넨 진짜다'라고 느끼게 됐다.


<DNA>에서 목격했던 건 그냥 단순한 '칼군무'가 아니라 그들의 열정이었고, <IDOL>에서 느꼈던 건 '자부심'이었다. 그 자부심과 자긍심이 전혀 지나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피부를 타고 흘러나오는 것 같은 전율. 인기가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록 자연스레 '모두가 우리를 사랑할 수 없다'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법도 하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고, 북청사자놀음을 담아내고, '지화자 좋다', '얼쑤'를 가사에 녹일 수 있다는 당당함은 실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팬들이 이해할 수많은 없는 우리네 것을 뮤직비디오에 담고, '신이 나고 멋이 넘치는' 느낌을 Cool, High, Swag라고 표현하지 않고 '지화자 좋다', '얼쑤 좋다'라고 말하려면, 전달자가 그것으로 말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결심'과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적인 것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 '한류'를 등에 업고 가지 않아도 듣는 사람에게 최소한 '지화자'가 뭔지 찾아보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된다'는 명제는 굉장히 불안하고 신경 쓰이는 지점이다. 인기를 먹고사는 엔터테이너, 뮤지션에게 '나는 내 이야기를 할 거야.', '혹시 지화자를 넣은 것 때문에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이게 내가 원하는 음악이야'라는 생각이 위험할 수 있음도 실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테다. 냉혹한 세상의 법칙에서 볼 때, 인기가 없어진다는 건, 다음 앨범은 없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BTS는 해냈다. 열정적인 춤사위와, 색감, 전통 방식을 재현한 무대 배경, 한복이 멋들어져 뮤직비디오를 몇 번을 봤는지 헤아릴 수도 없다.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한 순간. 이제 세상 사람 모두가 '지화자'를 알게 되겠구나. 이보다 더 좋은 '한국 문화 교과서'도 없다. 그래서 나는 Kpop의 무대 위에 있는 모든 뮤지션들을 존경한다. 정부 예산을 아무리 써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려고 해도, 4분짜리 뮤직비디오 한 편보다 더 강력한 문화 콘텐츠는 없기 때문이다. 한류 가수들에게 유튜브 1억 뷰는 이제 '우스운 숫자'가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콘텐츠가 릴리즈 되자마자 며칠 만에 수억의 세계인들이 '지화자 좋다'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기회. 이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BTS를 보러 말레이시아 극장을 찾았다. 평일이었고, 첫회여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 팬들은 의자에 앉아 연신 춤을 따라 췄고, 멤버들이 하는 한국어를 따라 말했고, 감탄사가 이어졌다. 멤버들의 모습이 나오거나, 귀여운 행동이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퀴요오', '기여어'가 튀어나왔다. 간간히 눈물짓는 관객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뭐랄까. BTS의 글자를 따서 제목을 'Bring The Soul'이라고 지었는지 모르겠지만-나는 그들의 팬 정도는 되지만 아직 그들을 속속들이 모른다-제목에서 너무 기대를 했는지, 103분의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왜 그랬을까?


첫째, BTS는 내가 알기로 정말 탄탄한 실력과, 열정, 가치관을 갖고 있는 그룹이다. 그들의 노래와 가사, UN에서의 연설 등, 모든 것들이 진심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전 세계인들이 'LOVE YOURSELF'라는 주제를 담은 그들의 노래를 통해 눈물 흘리고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는 고백을 하긴 충분치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해외 팬들의 인터뷰가 약 1분이 채 안 되게 나온 것 같다. 차라리 그런 인터뷰가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혹은 멤버들의 개별 인터뷰를 담은 부분이라든지, 콘서트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며 기획 회의를 한다든지, 그런 구성이 더해졌다면 훨씬 더 와 닿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영화는 BTS의 실력과 열정, 가치를 담아내기에 조금 못 미친 느낌이었다.


둘째, 비주얼로만 담을 수 없는 그들의 깊은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월드투어를 해낸 과정을 담아낸 이야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월드투어에서 '어떤 나라를 갔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BTS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가 더 알고 싶었다. 그게 내가 전혀 알 수 없지만, 너무나 알고 싶었던 멤버들의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전용 비행기를 타고, 피곤에 절어 계속 쪽잠을 자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고, 그 과정을 묵묵히 해내는 그들의 마음, 진심이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아도 그들 정도라면 전용 비행기를 타고, 피곤에 절어서 잠도 못 잘 거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성공한 BTS의 모습이 아니라, 성공을 해 나간 과정이 보고 싶었다. 내가 '덕질을 하는 팬'은 아니라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고 느낀 부분은 없다손 치더라도, 무슨 변태 사디스트처럼 '아무리 잘 나가는 BTS라도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얼마나 '피, 땀, 눈물'을 흘리는지를 더 알고 싶었다. 사실,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BTS의 무대를 보면 그게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 '피, 땀' 눈물'을 더 확인하고 싶었다.


전 세계를 다니며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 내려면 '얼마나 고생스러울까'가 걱정되는 '삼촌팬'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는,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멋진 생각이 듣고 싶었다. 멤버들의 입에서 'BTS 많이 컸네', '샴페인 맛있네.', '고기 진짜 맛있다' 이런 코멘트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거다. 그걸 '솔직 담백한 멤버들의 설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더 맛있는 거 먹고, 더 좋은 술 마셨으면 좋겠다. 그럴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서 다룬 멤버들의 이야기는 사실 '솔직, 담백, 설렘' 보다는 '잡담'에 가까웠다. 왜 그런 각본을 짜고 그런 구성과 연출을 해야 했던 건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넷째, 만족스럽지 못한 편집과 구성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 가장 거슬렸던 건, 월드 투어 과정을 그려내는 방식. 80년대 뮤직비디오도 아닌 것이 흡사 '뉴키즈 온 더 블록', '비틀스'의 월드투어 스케치를 보는 것처럼 편집했던 건 영화의 완성도의 많은 부분을 갉아먹었다.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근사하게 만들어내는 팀이, 왜 이제야 두 편이 나온 BTS의 '더 무비' 영화 편집을 그렇게 했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다섯째, 영화의 처음 시작에 등장하는 자막을 보면 '마지막에 특별 쿠키 영상이 있으니 자리를 뜨지 말고 꼭 봐달라'는 안내가 나오는데, 정말 안타까웠던 건 이 짧은 쿠키 영상이 정말 이 영화의 '백미'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진짜 그런 영상이 하나 둘이 아닐 텐데, 나는 이 쿠키 영상만큼 '솔직, 담백, 설렘'을 제대로 그려낸 파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대본을 짜서 대화하듯이 '우리 많이 컸다'며 술을 마시던 장면이 아니라, 진짜로 멤버들이 '무장해제'한 상태에서 보여준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런 영상이 영화 내내 반복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그게 내가 보고 싶었던 BTS의 진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BTS가 있기까지, 또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Behind the Scenes에서 고생한 스태프들과 팀이 있었을 텐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고 깜짝 놀랐던 부분은 이 엔딩 크레디트가 '전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보통 엔딩 크레디트를 모두 번역해서 보여주는 영화는 없다. 만약 한국 상영 영화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제작을 한국어로 하고 이해를 한국어로 하기에, '번역'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억의 팬들 갖고 있는 BTS영화는, 글로벌 상영이 너무 뻔하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어떤 부분은 영어로, 어떤 부분은 한국어로 나오거나, 병용한 부분도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아, 이걸 한글과 영어로 다 써주면 어떨까', 혹은 '모두 영어로 써 주면 어떨까?', '한글로만 다 쓴다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정도의 고민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마구잡이로 '다 섞여 있다'는 건, 마치 대기업에서 팀별 보고서를 엑셀 파일 '취합'하듯 긁어서 만들어 낸 건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더라.


영화를 보고 환호하고, 감동받고, 그들의 여정을 들여다 보기로 '작심하고' 영화관을 찾았던 불특정 다수에게, 세계 최정상의 가수인 BTS 영화 속 엔딩 크레디트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란 의미와 숨겨진 이들의 노력을 자연스레 치하할 수 있었을 텐데,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내가 만약 해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였다면, 영화의 좋은 부분에 기여한 팀이나 사람들을 엔딩 크레디트에서 찾아내고 연락해 보고 싶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 처음에서 '쿠키 영상이 마지막에 있으니 자리에 앉아 다 보고 나가세요'라고 했으면서. 중간에 억지로 다 봐야 했던 엔딩 크레디트를 너무 성의 없이 가져다 붙인 게 아닐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랄까.





영화에서 제일 와 닿았던 부분은 정국이 발을 다쳐 무대에서 춤을 소화해내지 못하게 되고, 의자에 힘없이 앉아 공연을 하며 멤버들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던 장면, 총 24회 공연으로 뷔가 목이 쉬어 백스테이지에서 눈물 흘렸던 장면, 공연이 시작하기 전 무대 아래 숨어있는 그들의 표정, 이런 것들이었다.


혹은 RM이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비행기 타고 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세상에 이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불평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멤버 진이 공원을 거닐면서 했던 말 중에 '간식거리 하나를 사 먹으러 호텔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경호원, 매니저들이 자기 때문에 고생할까 봐' 방안에만 잠자코 있는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들, 바로 그런 게 내가 처음 알게 된 BTS 멤버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였다.




이게 또 '피, 땀, 눈물'이 보고 싶었던 '가학적인 마음가짐'이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거기서 정말로 감동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BTS 멤버들의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진정성, 인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4cm나 발을 다쳐 봉합수술을 했던 정국의 마음은 어땠을까? '평생 우리를 딱 한번 만날 수도 있는 팬들에게 진심을 다해 최선을 보여주자'라는 생각을 하던 그림에서, 아쉽게 빠져야 했을 때의 속상한 마음은 어땠을까? 목이 쉬어 버려서-목이 안 쉬는 게 이상한 스케줄일 정도지만-무대에서 노래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때의 마음은 어떨까? 서로를 형 동생처럼 아끼는 멤버들이 다른 멤버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이었을까? 그걸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사나이' 개별 인터뷰 형식으로 풀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다. 그게 바로 내가 감독이었다면 그려 내고 싶었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BTS를 세세하게는 잘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고 BTS가 조금 더 좋아졌다. 정말 멋진 멤버들이 모여, 훌륭한 팀을 만들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더라. 눈으로 다 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피, 땀, 눈물'과 정성이 멤버들의 행동에서, 눈빛에서 읽히더라.


다만, 영화는 더 좋아지지 않았다. 아니다. 좋지 않았다. 정말 그것밖에 할 수 없었나 아쉬웠다. 대단한 팬도 아니지만 나에겐 그저, '간간히 찍어 그러모아 총 편집한 유튜브 클립' 같았다. BTS는 그것보다 훨씬 더 멋지게 그려도 충분한 위대한 그룹이기 때문에, 나에게 영화는 평점 1점에 머무르는 아쉬운 졸작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을,
다이소에서 산 액자에 걸면 안 되는 거다.
그건 못할 짓이다.
적어도 팬 한 명 한 명을
'보라(Purple)'한다고 말하는 BTS에게,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브링 더 소울 : 더 무비] 소개 페이지, 정말 '설렘 가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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