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관련 점수 모두 공개해드립니다.
인생 내내 했던 영어 학습에 대한-진부하고 길고 지루한-글을 올렸더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실 줄은 몰랐다. 죄송하고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살면서 느낀 말레이시아 이야기를 부족하게나마 정리했던 글들 덕에 구독자가 400명 늘어났던 것 다를 바가 없다. 영어 학습 여정을 담은 글 이후 구독자가 200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요놈이 영어에 더 쓸 글도 좀 지켜봐야지'라는 의미로 구독하신 분들께, 나의 영어 이야기를 조금 더 쓰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강박적 완벽주의를 근거로, 나의 영어 점수를 공개한다. EBS 어학 프로그램 듣기, 받아쓰기 (제 영어 실력 중 8할 차지), 영화보기, 음악 듣기, 원서 읽기 등으로 공부한 점수들이다.
참고: 영어 회화 학습 또는 자격증을 위한 사교육
영어회화 학원 - 직장인 회사 지원으로 월스트리트 잉글리시 약2개월? 대학교 1학년 휴학하고 민병철 어학원 4개월? 중학교 때 ECC주니어 1년? 회화수업은 재미있어요. 단 본인의 의지가 충만할 때만.
카투사 떨어진 충격으로 토익 학원 1개월 - 문제 풀이 요령만 가르쳐줘서 몇 번 나가고 안 나감
관광안내원 학원 약 3개월 다님 - 웬 토플 시험 문제 풀고 어이없이 독해시키고 그랬어요. 1도 쓸모없음. - 국사, 지리, 관광 상식 과락으로 광탈
통번역 대학원 잠깐 관심 있어서 통번역사 학원 2주 다니고 그만 둠 (신의 영역) - 그냥 진짜 하실 분만 다니시는 게... - 포기
영어 해외 연수 가보고 싶었지만, 남들 다 하는 영어 나는 한국에서 해보자는 의지로 포기
최종 영어 점수
토익 최고 점수 990점 - 군대, 취업, 승진 관련해서 총 10회 정도 봤지 않나 싶고, 가장 최근 (3년 전) 점수는 965점. 말레이시아 온 이후로는 본 적 없어요.
토익스피킹 레벨 8 - 승진, 회사 제출용 총 3회 응시했고, 처음 레벨7 1회 나왔고, 나머지 2번은 레벨 8였어요.
IELTS 8.0 - 1회 응시했고, 따로 공부하지 않았어요. 대학 졸업생 때쯤, 런던 정경대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서 봤던 시험.
번역 자격증 1개 보유 - 오래돼서 그런지 이름이 다 바뀐 거 같아요. 일반 번역 자격증 1개 있는데, 지금은 검색이 안되네요. 번역사 되려고 시험 본건 아니고, 내가 번역을 잘 하나 못 하나 너무 궁금해서 봤어요.
결론
토익 점수 높아도 말 못 하는 사람 진짜 많아요. 그러니 저의 토익 만점도 사실 별 의미 없을 수 있단 얘기예요.
토익 스피킹은 자세히 보면 진짜로 대답하는 요령이 있어요. 문제가 무슨 답을 원하는지 원리만 이해하면 어떤 문제에도 고득점이 가능해요.
아이엘츠 시험은 어렵고 진짜 비싸요. 한 번에 제대로 보시는 게..
번역 자격증은 이력서에 쓰긴 좋았는데, 그렇다고 크게 의미 있는 건 아니었어요. 진짜 번역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행간을 읽지 못하는 번역은 번역도 아니고요. 원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에게 번역 맡기고 뒤통수 맞으시면 안돼요. 그 정도 번역은 구글 번역도 하거든요. 단, 영어 원문이 멀쩡하다는 가정 하에… 참고로 구글 번역기는, 한국어를 영어로 하든, 영어를 한국어로 하든, 원문의 문법과 단어 사용, 쉼표 사용 등이 확실해야 번역이 제대로 됩니다. 아무 말이나 넣어도 다 잘되는 게 아니에요.
진짜 결론
영어 학습을 위한 영어 공부를 죽어라 하지 않으셔도, 영어를 즐기면서 나만의 공부법을 찾는 게 영어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법인 거 같아요. 그게 바로 본인에게 맞는 진정한 영어공부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점수와 학습으로서의 영어만큼 스트레스받는 것도 없고, 그걸 위해 돈도, 시간도, 열정도, 체력도 다 쏟아붓는다고 해서 영어를 진짜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 어려운 토익 시험 800점, 900점 맞으면 뭐해요. 영어로 자기소개도 못한다면요.
추가 결론
어학연수 다녀와서도 영어 못하시는 분들도 진짜 많이 봤어요.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공부했는데도 때와 장소에 맞는 영어 구사를 잘 못하는 분들도 많이 봤고요. 진짜 영어 공부를 잘하는 건, 결국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방법, 열정과 노력에 달린 거라고 생각해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영어로 세상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영어를 친구처럼 생각해 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어제도 라이언킹 원어로 말레이시아 극장에서 봤지만, 그다음 영화는 영어로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또 하렵니다. 영어를 잘 알게 되면요, 가짜 뉴스도 골라낼 수 있고요, 한국에 없는 책도 읽을 수 있고요, 해외 박물관에 가서 남들은 모를 숨겨진 내용까지 찾아낼 수 있어요.
자막 번역이 이상하게 된 영화를 보면서 나 혼자 미소 지을 때도 있고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영어로 도울 수도 있어요. 5천만 인구를 넘어선 전 세계인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도 있고요, 한국에 미처 다 전달되지 않은 새로운 콘텐츠들을 보며 먼저 감동도 하고, 크게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요. 자기 계발과 성장의 폭이 달라지는 거죠. 영어뿐인가요. 몇 개 국어를 착착 자유자재로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요, 마치 사람의 크기가 다른 것 같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에릭 남, 헨리 등이 좋은 예죠. 말만 배운 게 아니라, 언어 속의 문화, 사람, 존중, 이해, 관계까지 배운 거라서 그런 걸 거예요.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모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어요.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하죠. 한국 문화에 관심도 없고, 한국어 책도 읽지 않을 거고, 한국에 살 일도 없는 사람이 한국어 공부를 하면 뭐하나요. 다만 한국어를 알게 되면서 열리는 새로운 세상, 서로에 대한 공감,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그 감동이 중요한 거잖아요.
우리, 이젠 그렇게 영어를 공부해 보아요. 영어를 정복해야 할 산이나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언어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