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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Jan 03. 2020

말레이시아 겐팅 하일랜드, 카메론 하일랜드

시원한 게 다가 아닙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아주 희소한 곳, 바로 ‘고산지대’에는 겐팅 하일랜드, 카메론 하일랜드가 있다. 물론 동쪽의 보르네오섬, 코타 키나발루 근처에는 쿤다상이라는 아주 예쁜 고산지대가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서 말레이시아에서 많이 방문하는 곳은 겐팅, 그리고 카메론 하일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높이 때문에 '하이랜드 Highland'라는 이름이 붙곤 한다. 이 두 곳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겐팅 하일랜드 Genting Highland


겐팅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운정(雲頂)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구름 위 꼭대기라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겐팅 하일랜드에 올라가면 멋진 구름이 펼쳐진 장관을 쉽게 볼 수 있다. 안개가 자욱한 밤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기분도 꽤나 상쾌하다.


겐팅 하일랜드는 해발 1900미터 높이에 있는, 우리로 치면 한라산 정도의 높이에 있다. 쿠알라 룸푸르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51km 떨어져 있으며 파항 주와 셀랑고르 주 경계에 위치한 거대한 고원 리조트 복합단지다. 물론 51km라는 거리가 아주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높은 산을 구불구불 운전해서 올라가야 해서, 초행자는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이런 겐팅 하일랜드의 별명 중에 하나가 ‘구름 위의 라스 베이거스’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8개가 넘는 호텔, 테마파크 등이 자리하고 있고, 푸드 스트리트, 쇼핑 스트리트 들도 다양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도 있기 때문에, 연 방문인원만 자그마치 2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스노월드, 눈썰매장도 있고, 짚라인, 스카이다이빙 체험 등 다양한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요즘은 최신식 영화관, 공연장도 생겼고, 쿠알라 룸푸르 시내에 자리한 유명한 클럽주크Zouk의 겐팅 지점도 생겼으니,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바로 아래에 위치한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근사한 쇼핑도 할 수 있고 시원한 고산지대에서 골프까지 쳐볼 수 있으니, 365일 무더운 말레이시아에서 이보다 좋은 호사도 없다.

정말 이 높은 곳에 이런 거대한 시설을 어떻게 지었을까, 보기만 해도 감동이 느껴지는데, 창업자인 림 고통 회장은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해 대규모 복합단지를 짓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30%를 나라에 헌납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후 25km미터의 열대우림을 개간해 도로를 닦고 1971년에 최초로 오픈하면서 산림을 파괴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전 세계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대규모 복합단지로 성장했다.


이런 겐팅 하일랜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도 있는데, 바로 방이 무려 7351개가 있는 First World Hotel 퍼스트 월드 호텔이다. 진짜 방을 하루에 하나씩만 옮겨 다니면서 잔다고 해도, 20년이나 걸리는 규모라,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거기에 맥심스, 크록포드, 겐팅 그랜드 등, 다른 호텔들도 7개나 더 있고, 고산지대다 보니 KL 시내의 온도가 33도 일 때도, 겐팅 하일랜드의 온도는 19도에서 22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쾌적하고 선선한 느낌을 찾고 싶은 여행객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밤에는 특히 온도 차이가 많이 나니까, 구름이나 안개가 많이 끼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그래서 피서 겸, 겐팅 하일랜드에 올라가기도 한다. 겜블링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매년 명절이 오거나 새해가 다가오면, 한해의 운수를 점쳐 본다는 의미로 겐팅 하일랜드에 올라가 카지노를 즐기기도 한다.



KL 센트럴 역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버스를 타고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내린 뒤에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AWANA SKY) 올라갈 수 있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고, 바로 산 정상 아래에 있는 중국식 사원인 ‘친수이’ 사원도 들러볼 수 있다. 차가 있으면 운전해서도 갈 수 있고, 아니면 택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성지이기도 하며, 졸음운전을 하거나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차량도 많기 때문에 항상 운전에는 조심해야 한다. 나도 겐팅을 몇 번 오가며 교통사고를 목격한 것만 열 번 이상은 되는 듯하다.


사계절이 없이 연중 기온이 31-33도인 나라에서, 17-19도의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현지인들에게나, 외국인에게도 특별한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산꼭대기뿐만 아니라 산을 오르내리면서 만나 볼 수 있는 맛있는 식당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한적하게 살기 좋다 보니, 기숙사를 갖춘 국제학교까지 있을 정도다.


카메론 하일랜드 CAMERON HIGHLAND


카메론 하일랜드는 해발 1,500미터 정도 높이에 있다. 우리로 치면 또 설악산 정상 정도의 높이가 되는 정도다. 물론 카메론 하일랜드보다 더 높은 산도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주로 들르는 곳은 딸기밭, 라벤더 밭, 녹차밭이 중점적으로 모여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관광하기 좋은 곳은 1,500미터 언저리에 있는 셈이다. 카메론 하일랜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는 2시간 정도, 버스로는 4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따라서 자차로 이동하는 게 훨씬 빠를 수 있다. 요즘 뜨고 있는 도시 중 Ipoh에서도 가까운 편이며, 카메론 하이랜드 역시, 고산지대라서 그리 덥지가 않다. 내가 세계테마기행을 촬영했던 날 아침에는 꽤 쌀쌀해서, 구스다운 조끼를 입고 촬영했을 정도다. 물론 촬영하다 낮이 되어 구스다운이 땀으로 젖었지만....


1년 내내 15도에서 20도 정도 되는 선선한 날씨가 펼쳐지니까, 더위 걱정 없이 갈 수 있고, 처음 갈 때는 운전이 힘들지 않을까,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운전도 지루하지 않았고,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도 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험준한 산세가 펼쳐지기도 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빽빽하고 푸른 삼림을 쉽게 볼 수 있다. 카메론 하일랜드 근처에는 천연 온천도 있고, 이 카메론 하일랜드 근처 온천은 경치도 아주 좋고, 물이 깨끗해서 휴양지로 인기가 많다.


이런 카메론 하일랜드는 영국 정부의 조사원이었던 윌리엄 카메론이 발견했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었는데,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지도를 제작하던 중에 이 고산 지대를 발견했다고 한다. 벌써 거의 100년 전의 일인데, 카메론 하일랜드에 가면 타나 라타 (Tanah Rata)나 북쪽 캄풍 라자(Kampung Raja) 또 남쪽 링렛(Ringlet) 대규모 농업 지역인 키 팜(Kea Farm), 야시장 유명한 브린창(Brinchang) 지역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그 다채로움에 놀라게 된다. 그중에서도, 끝없이 펼쳐져 있는 구불구불한 능선의 녹차밭이 참 인상 깊게 다가온다. 끝없이 넘실대는 초록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기온이 낮다 보니 땅 아래쪽에서 기를 수 없는 식물, 곡식들이 카메론 하일랜드에서는 잘 자라곤 하는데, 그래서 카메론 하일랜드는 녹차, 딸기, 라벤더, 옥수수 이런 식물들이 자란다. 말레이시아의 굉장히 유명한 차 브랜드가 바로 BOH인데, 이런 비옥한 고산지대에 큰 규모로 차밭을 만든 게 벌써 90년 전이다. 거기에 녹차를 심고, 품질 좋은 녹차나 홍차를 만들면서 카메론 하일랜드는 유명한 차 생산지로 거듭나게 됐다. 브랜드명인 BOH에서 BOH는 Best of Highlands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자부심으로 카메론 하일랜드에서 생산된 차에는 특별히 ‘카메론 하일랜드’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덧붙여,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쉽게 키울 수 없는 딸기가 자란다. 그래서 카메론 하일랜드 딸기는 국산 딸기로 사랑받고 있는데, 국내산이라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알이 굵고 정말 맛있는 딸기맛을 아는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싱겁고 너무 작고 초라하며 맛없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 딸기와의 가격은 물론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딸기 생산 덕분에 카메론 하일랜드에 올라가면 딸기로 만든 각종 디저트를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장점은 있다.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셔벗, 딸기 차, 딸기 와플, 딸기 케이크까지 딸기 천국을 경험해 볼 수 있고, 근처 음식점들이나 카페에서는 딸기를 만든 특별한 음식이나 음료수를 따로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체험형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나비 농장, 벌 농장도 있고, 딸기 농장은 특히, 직접 딸기를 따 보는 체험 학습도 할 수 있어서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산등성이나 열대 우림의 정글을 따라서 지프를 타고 오프로드 트래킹도 할 수 있다.


공기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카메론 하일랜드를 현지인들도 꽤 좋아한다. 쿠알라 룸푸르에서 그리 멀지 않고, 진짜 시원한 느낌도 들고 꽃밭, 차밭 등이 있으니 유럽 정원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일단 덥지 않고, 선선한 느낌이 들면서, 다양한 동식물들, 넓게 펼쳐진 녹차밭 이런 것들을 조용히 즐길 수 있다 보니까, 정말 더위가 온몸을 적시는 동남아의 자연환경과는 사뭇 다른 특별한 환경을 만나는 경험을 하시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가도 후회 없을 만한 곳이다.


* 유튜브로 소개한 겐팅 하일랜드

https://www.youtube.com/watch?v=vuk4yC5ZOEY&t=216s


https://www.instagram.com/jleemalaysia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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