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이 정말 어떤 건지 궁금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by 타인의 청춘

전 세계 곳곳에서 락다운LOCK DOWN을 시작하고 있다. 내가 살던 말레이시아는 일찌감치 3월 18일부터 2주간의 1차 락다운을 시작했고, 이 락다운이 연장된 2차 락다운이 4월 1일부터 또 다시 2주간 이어지고 있다. 4월 10일에는 추가 연장 여부를 또 다시 가른다고 하니,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애끊는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굳이 4년이나 지내온 말레이시아를 내가 '살던' 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지금 현재, 나는 그곳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지난 3월 2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입국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 말마따나 '뒤지고 싶지 않아서 기어 들어 왔느냐'라고 한다면, 그렇다. 다만 목숨이 위태로워서라기 보다, 대면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내가 할 일들이 모두 중단되고 연기됐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뒤지고 싶지 않아서'. - 팩트 체크: 영주권자 아니고, 교포 아니고, 세금 한국에 냅니다.- 그래서 돌아왔다. 돌덩이 같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공항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가, 지난 14일간 꼼짝 않고 자가 격리가 끝나고 이제 곧 자유(?)의 몸이 된다. 뭐, 그렇다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이제 뭘 할 수 있을지 도통 모르겠다만. 아, 머리를 잘라야지.




말레이시아에서 지낼 때도 나는 일찌감치 마스크를 썼다. 1월 중순 이후로는 외부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고,

단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복병도 있지만, 아플 방법이 없을 정도로 조심했다. 손소독제, 마스크는 필수로 가지고 다니고, 웬만하면 접촉이 심할 만한 곳은 만지지도 않았다. 팔꿈치로 문을 열고, 바로바로 손도 씻고. 밥도 더 잘 챙겨먹었다. 면역력을 준비해야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비장함. 그래서일까. 날이 갈수록 뭔가 점점 더 건강해지는 기분.



원래 3월 중순에 한국에 일 때문에 들어와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지만. 국적항공사의 운항 스케줄은 일찌감치 사라진지 오래였다. 당연히 표는 자동취소. 그렇담 언제 갈 수 있을까. 아니, 갈 수는 있을까. 그리곤 얼마 있지 않아 말레이시아의 한 모스크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됐고, 말레이시아는 '국경봉쇄'를 단 이틀 남겨두고. 1차 락다운(LOCK DOWN)을 선포했다.


현지에서는 락다운이 아니라는 말을 하며 MCO 즉, MOVEMENT CONTROL ORDER, 우리 말로 이동 제한 명령이라고 하지만, 4월 5일 현재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FULL LOCK DOWN이 진행중이며, EMCO, Enhanced Movement Control Order가 집행된 곳들도 있다. 집 밖으로 일절 외출할 수 없고, 정부에서 나누어주는 배급 식량으로 살아가야 하는 곳들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는 이 조치가 MCO 즉, 이동 통제 명령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는 말레이시아 '입국' 전면 통제, 그리고 말레이시아 내국인의 해외 출국 금지는 이건 격상된 MC 이동 통제라기 보다, 완화된 LOCK DOWN이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국경은 봉쇄됐고, 내국인의 이동 통제에 군이 동원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 말이다.




9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관련 유튜브를 하면서 이 날처럼 비장한 유튜브를 찍었던 적은 없었다. 3월 16일 밤 10시에 선포한 락다운 상황을 정리해서, 3월 17일 새벽 1시에 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것 외엔,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기사 요즘은 매 시간마다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긴 하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Kb4_mrwXROQ&t=10s



1차 락다운을 실시한 뒤 많은 사람들이 검문 검색에 걸리고, 체포됐다. 나름 이동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갑자기 시행된 MCO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동 가능 여부가 대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알 수 없고, 식료품을 사는데 문제는 없는지 겁도 났을 것이며, 위급 상황엔 어떻게 해야 하나, 예외적인 경우는 어찌 할까 궁금한 것도 많았을 것이다. 1차 락다운의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1. 3월 18일~31일까지 모든 이동 제한

2. 모든 종교 행사, 스포츠 활동, 사회 활동 포함. 생필품 판매 제외한 모든 상업 시설은 폐쇄

3. 모든 말레이시아인은 해외 출국 금지. 해외에서 돌아오는 말레이시아인은 자가격리 14일 엄수

4. 모든 외국인의 말레이시아 입국 제한

5. 모든 학교, 유치원, 보육원, 기숙학교, 교육 시설 휴교

6. 모든 대학, 전문대학 휴교

7. 수도, 우편, 전력, 가스, TV, 은행, 공항, 항만, 방송, 식료품, 건강, 약국, 소방서, 교소도, 안전, 보안 관련 기간, 위생 기관 등 생활 필수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은 폐쇄

그리고 체포된 사람들이 속출했다.

0. 락다운이 발표된 그날 밤, 사재기를 위해 전국 야시장에 사람들이 떼로 몰려듦
1.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음날 아침 지역 시장에 모임
2. 식당에서 밥을 못 먹는다고 하니, 식당 바깥으로 음식을 가져나와 나누어 먹음
3. 식료품 포장은 된다고 하니, 음식 포장하러 수십명이 모여듦
4. 시작한지 하루 이틀도 안되어 답답해 미치겠다며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체포됨
5. 단골 음식점을 간다고 수십킬로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발각됨
6. 락다운을 어기고 조깅을 하던 사람이 경찰을 모욕하고 소리를 지름
7. 아파트, 콘도 수영장, 공공 헬스장을 제발 열어달라며 성화를 부림
8. 모스크에 가서 종교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억지 부림
9. 젊은이들이 모여 파티를 하고 축구를 함
10. 결혼식을 억지로 감행해, 결혼식에 참석한 의사, 간호사 47명이 집단 감염됨


한달이 넘도록 확진자가 22명이었던 말레이시아가, 급격히 우상향 그래프를 경험하게 된건, 다름 아닌 사람들의 무관심, 무책임, 무질서였다. 모이지 말라는데 모이고, 마스크 쓰라는 데 안 쓰고, 검사 받으라는데 안 받고, 소독하라는데 안 하고.


종교는 신성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함께 모여 기도를 해야한다.

알코올이 들어간 소독제를 쓸 순 없다.
그건 할랄HALAL이 아니니까..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안 써도 된다
마스크는 병자나 쓰는 것이다.

결국, 2차 락다운이 시작됐다.


제발 집에만 있어달라,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접촉자와 연관이 있거나 집단 감염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락다운 기간 안에 반드시 검사를 받아달라며, 말레이시아 총리와 보건부 장관이 매일 생방송으로 외쳤지만,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자 경찰 병력으론 전방위적 통제가 역부족이었고, 군부대가 동원된건 이미 1차 락다운이 끝나기 10일 전, 3월 22일부터였다.




2차 락다운을 통해 한층 더 촘촘한 통제가 시작됐다.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시간도 통제됐고, 식당, 주유소, 배달 서비스 시간도 정해졌다. 대중 교통도 정해진 시간외엔 허가되지 않았고, 외부로 가는 모든 활동은 목적과 행선지를 반드시 알리고, 집으로부터 직선거리 10km 내에서만 가능해졌다. 이 거리를 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체포됐다. 집안의 가장 1명만 식료품을 사러 나올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고, 하루 1회는 괜찮지만 네 번이나 식료품을 사야 한다며 밖으로 나갔던 사람도 결국 체포되었다. 심지어 페낭에서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바닷가로 뛰어든 사람이 나왔다는 뉴스까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 두 명이 말레이시아의 부촌이자 한인타운인, 몬키아라에서 MCO기간에 조깅을 하다가 체포되는 일도 있었던 건 물론이다.


4월 5일, 결국 3,662명이 확진자로 집계됐다. 아직도 검사를 받은 사람은 5만명 수준에 불과하며, 집단 감염이 있었던 예배 및 행사 참석자 중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아무리 정부에서 검사를 받아달라고 외치지만, 절대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인지, 뻔뻔함인지, 혹은 무지한 것인지, 어쩌면 두려운 것인지, MCO가 2차로 연장됐지만, 과연 그게 끝나기 전까지 전원 검사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4월 10일 추가 연장 여부를 발표한다고 하지만, 담당자의 말을 빌려 그러모으자면 바로 아래와 같다.


"추가로 연장을 해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데이터 기반의 정보를 정부에 제공할 뿐이다. 현재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는 감염 확산의 커브Curve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정부가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 정부를 믿고 제발 집에 있어 달라. 추가 감염을 막고, 기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 통제하는 건, 모두 국민 여러분의 협조에 달려있다."


매일 같이 150명에서 200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희망적이다. 희망적이고 싶을 것이다. 희망적이어야만 할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절망적이므로.




1차 락다운일 때 모든 이들의 SNS 계정은 3월 31일까지, 14일만 참자는 해시태그로 넘쳐났다. 그리고 1차 락다운이 끝나기도 전에, 2차 락다운이 시작됐다. 어쩔 수 없어. 14일만 더 잘 참아보자, 그렇게 다시 모든 계정은 #4월14일로 가득했다. 모든 가게들은 하나 같이 "4월 15일에 만나요"라는 안내 문구를 걸었다. 4월 15일만 되면, 우리는 모두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니까. 그렇게 믿으니까.




나는 전문가도 아니요, 점쟁이도, 예언가도 아니며, 반드시 말레이시아 LOCK DOWN이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나도 그래야 돌아가 돈을 번다- 다만, 저 말이 절대로,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다'라고 읽히지 않는다. 희망 섞인 목소리로,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가 무슬림인 국가라서 4월 23일 라마단 (금식 성월)도 있는데, 설마 LOCK DOWN을 계속하겠어?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욱 LOCK DOWN이 계속 될지도 모를 일이다.


라마단RAMADAN과 하리 라야HARI RAYA는 무슬림이 1년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개의 종교 행사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하루 5번 드리던 예배를 6번으로 늘리고, 모스크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하고, 오픈 하우스로 사람들을 초대해, 정을 나누는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는 고사하고, 소셜 개더링SOCIAL GATHERING이 1년 중 가장 최대치가 되는 기간.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20억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4월 23일부터의 라마단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전 세계 COVID-19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변할수도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직도 감이 안 온다면, 알려주겠다.

진짜 락다운LOCK DOWN이 뭔지 정말 궁금한가.


집안에 머무르는 것 외에는 절대 나갈 수 없다.

학교, 유치원, 보육원, 기숙사, 대학교가 모두 문을 닫는다.

모든 회사는 재택을 선택하거나 문을 닫는다.

국가 기반 시설이 아닌 모든 제조업은 생산을 멈춘다.

식료품 판매점 외의 모든 가게는 폐쇄된다.

공공시설, 영화관, 미용실, 쇼핑몰, 당연히 폐쇄된다.

모든 비행기가 멈춘다.

공원, 꽃구경, 바닷가, 산책은 어불성설이다.

슈퍼마켓 쇼핑, 병원 방문 외에 외출은 금지된다.

불필요한 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경찰과 군 병력이 배치된다.

멈춘 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임금을 받기 힘들어진다.

필요가 사라진 인력은 무급 휴가 처리되거나 해고된다.

누가 태어나도 생이별한채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

누가 죽어도 찾아가 볼 수도 없다.


그저 실내에 갇혀 버티고 버틸 뿐.

아무리 답답하다 소리쳐도 때는 이미 늦은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


역사에 남을 만한 장면. 이게 얼마나 슬픈 순간인지. 실로 우리 모두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기어이 나가시겠습니까.

충격과 공포의 사진. 51% 이동 증가는 대체 누구의 무지인가.


단순히, 당신 하나가 빌어먹을 전염병에 걸리고 낫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당신이,
당신의 연인을,
당신의 자식을,
당신의 부모를,
가족을, 친구를
전 세계를 죽일 수도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되었다.


진짜 락다운이 뭔지 전국민이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길 간절히 빈다. 락다운을 직접 겪어보면 알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 처절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자유로운지.


https://www.youtube.com/watch?v=xPl-qf7FmOU&t=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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