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서 한달이 통째로 사라졌다"
말레이시아 정보와 소식을 다루는 작가로, 지금보다 참담한 시절은 없다. 4월 10일 현지 시각 오후 4시, 말레이시아의 총리 무하딘 야신은 말레이시아의 이동통제명령 (MCO, Movement Control Order) 추가 연장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8일에 시작된 2주 간일의 1차 이동통제와, 그 이동통제가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3월 25일의 2차 이동통제명령, 그리고 2차 이동통제 종료를 4일 앞두고 다시 추가된 3차 이동통제명령으로 말레이시아의 이동통제, 이동제한, 사실상 락다운LOCK DOWN은 공식적으로 총 42일이 된 셈이다.
현지인 친구들은 이번 통제 덕(?)에 "2020년 달력에서 1개월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말레이시아인이라면, 이동통제명령으로, 지난 3월 18일부터, 식료품을 사거나, 음식을 포장하고, 병원에 가는 등, 필수 이동이 아니라면 집에서만 생활하는 이동제한명령 아래 놓여, 집밖 구경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WFH, Working From Home)을 하는 현지인들의 경우도, 정부의 명령에 따라 물리적 회사 출근을 1개월째 하지 못하고 있으니, '돌려줘, 내 잃어버린 한달'을 외치고도 남을 일이다.
보건부의 권고에 따라 시작된 이동통제명령 1차 실시는 감염자 증가 곡선을 강력히 제한하여, 전파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고, 처음엔 혼선도 많았다. 수천여명의 사람들이 외부 출입을 감행하다 체포되거나 벌금을 내게 됐고, 최근 집단 감염 근거지로 지정돼, 폐쇄조치(LOCK DOWN)를 받은 아파트 두곳에서는,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 화분이나 쓰레기, 빈 병을 던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출입 통제에 분노한 사람들이 경찰과 군 병력을 향해 비닐봉지에 분변을 넣어 폭탄처럼 던진다는 가짜 뉴스까지 있어, 당국이 이를 바로잡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만큼 폐쇄로 인해 이동통제를 받는 사람들- EMCO(Enhanced Movement Control Order)구역으로 지정되면 식료품도 사러 나가는 것까지 금지된다-의 답답함과 절망감을 표현하는 일종의 '무절제' 시위가 아닐까 싶다. 당국에서 지정한 집단 감염 위험 지역, 일명 Red Zone이 수십개로 늘어난 마당에 LOCK DOWN을 감행하는 당국도 얼마나 힘들까 싶다.
무히딘 야신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추가 이동통제명령은 4월 15일부터 28일까지로 연장됨을 발표한다. 이 조치는, 현재 최전선에서 코로나 19의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전문가들에게 기회(Give a chance)를 줘야하기 때문"이라고.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과 보건 당국의 조언을 따른다는 점, 그리고 전염병의 전파와 맞서 싸우는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것으로 풀이된다. 하기사 지금은 의료 기술과 과학, 증거를 믿는 것 이외에,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시기다.
최근 며칠 새 확진자 수가 주춤하기도 하고, 확진자 중 완치율이 43% 수준으로 올라오기도 했지만, 세계보건기구 WHO의 권고에 따라, 이동통제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실패한 여러 국가들이 감염 폭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SDM, Social Distancing Measure, 즉,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속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학교 휴교는 지속될 것이며, 전국적인 이동 통제도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는데, 나는 이게 4월 28일 후에도 MCO가 지속적으로 연기될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며칠 전까지 말레이시아의 이동통제명령이 최소한 5월 31일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현지인들의 관측도 있었고, 20만명이 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6%가 MCO에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재택근무 중인 사람들의 77%가 재택근무로 인해 어려움과 불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에서 무슬림 최대 명절인 라마단-RAMADAN, 4월 23일부터 시작, 약 1개월간 지속-까지 희생하며 이동통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MCO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며, 당국의 설명처럼, '집단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모임을 분산시킬 수 있는 모든 건 다 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그게 라마단이 됐든 그 뒤에 이어질 하리 라야-HARI RAYA, 라마단 이후 시작, 공식 휴일은 2-3일(지역별로 상이)이지만 축제 분위기는 추가 1개월 지속-가 됐든, 지금은 국민의 생명, 감염의 확산 방지가 최우선이며,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므로, 추가적 이동 통제까지도 대비해야 하는 시국이 아닌가 판단된다.
집안 곳곳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났을 때, 생활에 꼭 필요한 하드웨어샵(미스터 디아이와이 Mr. D.I.Y.)을 1주일에 2일 운영할 수 있도록 일부 상업 시설에 개장을 허락한 것도 장기화될 MCO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경기도와 비슷한, 수도권 지역 중, 슬랑오르의 스르당Serdang에는 전시회장을 600개의 침대가 들어선 병원으로 4일만에 탈바꿈 시킨 임시 시설도 열 계획이다. 적어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충분한 병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임시 병동이다. 이 역시, 곳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을 집중 치료 시설로 모으고, 추가 감염을 막아내고자 하는 당국의 노력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에서, 방송, 비즈니스 미팅, 외부 촬영 등을 하며 일하고 있던 내게도 2020년 중 한달이, 일찌감치 사라졌다. 부디 사태가 빨리 진정돼 나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근심도 해결됐음 싶지만, 3차 이통통제명령 이후에도 추가 2개월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또 다시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점도 마음 속으로 대비하고 있다. 무히딘 야신 총리의 말 마따나 "마지막까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쉽게 가라앉히긴 힘들겠다는 걸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과 희망 사이의 냉철한 사리 분별과 '현실 저글링'은 이다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빼앗긴 봄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