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계약서 말입니다.
책을 쓰는 일로 계약서를 받아보는 건 처음은 아니다. 번역하거나 함께 참여한 책이 열 권 정도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내 책이다. 작가 : 이주혁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쓴 지 이제 30개월 정도 지났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글을 쓰자 다짐하며 활동해왔지만, 내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는 출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건, 가슴 한켠에 오한이 드는 일이다. 막상 다 쓰고 나면, 오직 나에게만 중차대할 이 일을 다 끝내고 나면, 그게 뭐라고 쫄보처럼 굴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3년이란 시간 가까이 브런치에 내 글을 공개하고, 150여 편의 글로 87만 뷰의 관심을 받았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아 발행을 망설였던 브런치 북을 두 권 연달아 발행했던 건, 이십여 일 간 머물렀던 제주의 힘이었다.
조용하고 맑은 제주에서 요가와 달리기, 산책을 하면서 마음을 정돈하니, 어느 순간부터 겁이 나질 않았다. '막상 안 읽혀도, 잘 안돼도 뭐, 그냥 그뿐인 걸. 브런치 북 덕분에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더 읽어준다면 감사할 뿐인 일이잖아.'
그렇게 발행한 브런치 북 조회수는 약 20만 회였다. 어떤 글을 읽어 주셨든, 그게 1분이든, 1시간이었든 어떤 형태로든 내 부족한 글이 쓰임을 받은 건 감사할 일이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소개가 되고 나서, 또 2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얻고 여기저기서 '네가 쓴 글 아니냐'며 연락도 받았다.
그리곤 감사한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아직은 첫 책이 없어서 소개가 어렵지만, 출판 자체가 처음인 회사는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정식으로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 좋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연락을 줄 땐 "저희 이런 책 냈고, 저런 책 썼는데, 아시죠? 교보문고 들어가 보면 나오는 그 책 있잖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기획은 이런데 어디 한번 샘플 원고 보내보세요"였는데, 20년 가까이 업계에 종사하신 대표님 말씀이 "혹시 출간 계획이 있다면 함께 해보고 싶다"는 그 담백한 제안이 좋았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잘해보고 싶다. 누구 말마따나 '개지랄'하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서, 어쩌면 쿨한 척, 삶에 미련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나 보다.
무척 잘하고 싶다. 그러니 건강하고 싶다. 제발 아프지 않고 의미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