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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Nov 06. 2018

공황장애, 그 후의 이야기

공황장애 증상과 그로 인한 인생의 변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인생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공황장애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0. 공황장애, 말하지 못한 말해도 되는 이야기]. 그리고 나니, 글을 읽은 뒤, 공황장애에 대해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도 많이 생겼고, 지금도 매일 검색엔진을 통해 이 글이 매우 꾸준히 읽힌다는걸 알게 됐다.


브런치에는 작가가, 어떤 검색어를 통해 해당 글이 읽혔는지를 알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공황장애 관련 검색어를 살펴보다가 공황장애의 증상과 이유, 그 치료법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지난 1년간 명확히 확인하게 됐다.


따라서 1년만에 쓰는 공황장애에 대한 두번째 글은, 나만의 개인화된 공황장애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의 공황장애 원인은 무엇이고, 나만의 증상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그런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그런 증상들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를 공유해보려는 시도이자 노력이다. 교집합이 있을수 있고, 여집합이 있을수 있다. 다만 아래와 같은 목적만은 명확히 한다.


첫째, 공황장애가 의심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경우에 공황장애가 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작은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다. 둘째, 이미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은 '나만 이런 하찮고 작은 이유에 과민하게 반응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주고 싶다. 셋째, 이미 공황장애로 의심되는 공황발작을 겪어본 분들에게는 '아, 나는 공황장애거나, 혹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일련의 증상이나 공포감에 대해 너무 심하게 겁먹지 않았으면 하는 안도감을 주고 싶다.


다만, 나는 의학적 소견을 갖지도 못했거니와, 그런 소견을 바탕으로 적는 글이 아니므로, 증상이 의심되거나 생활이 불편해졌다면, 서슴치 말고 병원을 찾아가 보기를 권한다. 분명 좋은 병원, 좋은 의사, 좋은 상담은 도움이 된다. 아주 크게.


또한 공황장애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나서 두려움이나 의심을 키워 평소보다 더 불안해지는 것은 원치않는 결과이므로, 섣부른 자기 판단을 크게 부풀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부족하겠지만, 1년만에 공황장애에 대한 글을 쓰는 목적을 달성할 글이 되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먼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공황장애 자가체크리스트'를 공유해본다. 한번 꼼꼼히 생각해보고 체크를 해본 뒤, 여러 개가 해당되고 유사증상이 오래 반복 된다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수 내용

이제 위의 일반적인 자가 체크리스트가 아닌, 나만의 '개인화된' 이야기를 풀어본다.


[ 나의 공황장애 이유 ]

10년전 일어난 '원인을 모르는' 흉추골절 후 시작

원인을 모르는 이유로 흉추가 부러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정말로 큰 충격이었고, 그 당시 만났던 대학병원 의사의 '무책임한 진단' 때문에 - 백혈병, 골수암, 폐암, 유전질환, 악성종양, 결국 모든 검사를 통해 밝혀냈지만, 그 어느 것도 원인이 아니었던 - 극심한 건강염려증이 시작됨

첫째, 이유를 알수 없기 때문에 '언제 또 다시 뼈가 부러질지 모른다는 걱정'

둘째, 어떤 병이 흉추 골절을 일으켰는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이유없는 불안감이 가중됨.


[ 나의 공황장애 정도 ]


나는 저 위 체크리스트 왼쪽의 13개에 모두 해당- 따라서 생략-하고, 오른쪽 리스트-또한 생략-의 5개에 해당 된다. 그리고 그런 증상을 10년 겪었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예닐곱번. 하루 종일 공황 발작이 없이 흘러가는 날은 기적이자, 행운의 날이었다.


공황발작이 무서워 집밖에 나가지 않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포기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잠만 잔 날들도 많다. 물론 10년간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해서, 10년간 매일 같이 공황장애를 겪었던 건 아니다. 때론 3-4개월쯤 공황발작이 없었던 때도 있다. 또 그러다 2년을 겪고, 또 다시 5-6개월은 괜찮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또 3-4년을 매일 같이 공황발작을 겪기도 하고, 그런 지옥같은 '공황장애'와의 '동거'가 10년이 되었을 때, 처음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고. 10년째가 될 때 병원에 처음 가보았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너무 늦게 왔다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 나의 공황장애 발생 환경 ]


10년간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공황발작이 왔을 때마다, 이 공포감이 어디서 왔는지를 매일같이 생각했다. 너무 알고 싶었다. 그래야 이 무섭고 두려운 기분을 다시 느끼지 않고 피할 수 있으니까. 나만의 공황발작 이유를 하나 하나 아이패드에 적어 내려가는데 2-3분도 안되서 서른개가 넘는 이유를 적을 수 있겠더라.


아래 나의 공황발작 원인과 발생 환경을 나름대로 분류해보고, 그게 왜 공황을 일으키는지를 좀 더 자세히 적어봤다.


보통 수준을 넘어선 행동을 하거나, 잘못된 습관을 지속하는 경우

심하게 무리하거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운동을 한 뒤 > 어지럼증이 느껴지거나 숨차기 때문> 공황발작 증상과 유사

가슴(근육) 운동을 심하게 한날 > 가슴 근육에 통증 유발 > 공황발작 증상(심장 또는 가슴의 불편감)과 유사

잘못되거나 좋지 않은 자세로 오래 무언가를 한날 > 예전의 흉추 골절이 재발되지 않을지 공포 유발

심장을 평소보다 너무 빨리 뛰게 하는 활동을 한날 > 공황발작 증상 유사

너무 딱 맞는 옷을 입거나, 벨트 등을 한 날 > 어지럼증, 답답함 유발

너무 오래 한자리에 앉아있는 경우 > 예전처럼 흉추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의 공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 > 어지러움, 피로감, 숨쉬기 곤란한 느낌이 나타남 > 공황증상 유사

어지러움이 수반되는 활동 > 놀이기구, 헤드뱅잉, 점프, 덤블링 등 > 어지러움 > 공황증상 유사

너무 빨리 말해야 하거나, 크게 소리질러야 하는 상황 > 숨이 참 > 공황발작 증상 유사

평소보다 훨씬 더 힘든 신체활동이 많았던 날 > 체력 방전, 탈진 > 졸도하거나 죽을 듯한 공포감

말을 너무 많이 한날 > 말하다 숨이 딸림을 느낌 > 공황증상 유사  


건강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는 경우

신체 부위 어디선가 갑자기 느껴진 찌르는 듯한 통증 > 이유 없는 질병으로 죽을 것 같은 공포감, 신체 이상 증상 감지  

역류성 식도염 > 속이 쓰리고 식도가 타는 듯한 불편한 느낌 > 심장 쥐어짜는 발작 증상과 유사  

오른쪽 갈비뼈 (양성)종양 부위가 이유 없이 아플 때 > 뼈가 또 부러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

거북목, 목디스크 증상으로 어깨, 팔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어지러울 때 > 공황증상 유사

부정맥 유사 증상 > 심장이 쿵하고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 죽는다는 공포감

편두통이 생기거나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날 > 공황증상 유사


음식이 원인이 되는 경우

커피, 콜라,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서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 음료를 과하게 마신 뒤 > 심장, 가슴 부위에서 시작되는 이유모를 불편감  

너무 맵거나 자극적인 것을 먹어서 속이 쓰린 상황 > 땀이 많이 나거나 심장이 불편한 느낌 > 공황발작 증상 유사

술을 과하게 마신 날, 숙취가 심한 날 > 역류성 식도염 > 심장 쥐어짜는 느낌과 유사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날 > 체질상 찬게 잘 안 맞아, 찬걸 너무 많이 먹으면 오한이 느껴짐 > 공황증상

정말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날 >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발생

배가 너무 고파질 정도로 오랫동안 먹은게 없을 때 > 저혈당, 어지러움 증세 > 공황증상 유사


예기치 못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

갑자기 과도하게 깜짝 놀라는 상황 - 싫어하는 벌레(바퀴벌레), 자동차 경적, 동물 사체(쥐, 고양이), 로드킬, 유리가 깨짐 > 공포감

음식을 먹다가 목에 무언가가 걸리는 상황 (사레 들린 경우) > 갑자기 극도로 숨쉬기 불편해짐

모르거나 새로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긴장해야 하는 모임 > 과도한 스트레스, 답답한 기분

생각지 못하게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 > 육체, 정신의 긴장감 > 스트레스, 답답함

너무 큰 소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 과도한 자극이 지속됨 > 스트레스 > 공황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공간 (너무 비좁은 엘리베이터) > 숨 막힘 > 공황증상

너무 더운 날 - 땀이 과도하게 나면 그 상황을 '탈진하고 있다고 느끼며' 어지럼증으로 이어짐


분노나 화, 과도한 긴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

불편한 대화가 지속되는 상황 > 과도한 스트레스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만나야 하는 상황 > 과도한 스트레스

상대가 상식을 넘어선 억지스런 주장을 계속 펼치는 상황 > 답답함, 과도한 스트레스

예전에 들었던 - 듣기 싫은 - 똑같은 얘기를 수십번 반복해 들어야 하는 상황 > 과도한 스트레스, 내 의견이 무시당한다는 답답함


교통수단 관련

차를 타고 가다가 위험천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 > 위험을 느끼는 공포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난기류를 만났을 때 >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사람이 매우 꽉찬 지하철 (좋은 예: 출퇴근길 1, 2, 9호선) > 숨이 막히는 느낌, 사람들에 눌려 뼈가 다칠 수 있다는 과도한 긴장감 (실제로 9호선에서 너무 많은 사람에 눌려 가방에 있던 eBook리더기가 깨진적이 있던 날, 하루 종일 공황발작을 겪었음)  

엘리베이터가 흔들리거나 아래위로 출렁이는 순간  >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오토바이에 타야하는 순간 > 위험한 행동을 한다는 스트레스와 사고가 쉽게 날 수 있다는 공포감



자, 어떤가. 이렇게나 많다. 사실 이것보다 더 많지만, 간단히 분류하고 정리해 보아도 이 정도다. 10년동안 왜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죽을 것만 같은' 공황발작을 경험할까, 과장을 하지 않더라도 수천만번 생각해봤다. 원인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공황장애'에 궁금증이 생겨서 이 글을 읽게 된 사람이라면, 위와 비슷한 상황에서 공황발작을 느껴본 경험히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과도한 긴장 상황, 갑작스런 놀람, 위기 상황 등 인간이 공포를 느낄 때 보이는 신체 반응이 '공황발작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 반응들은 단독으로든, 조합이 되든, 어김없이 공황발작으로 이어졌다.


잘 알려진 예시처럼, 호랑이를 만난 원시인이 생명의 위기를 느낄 때 나타나는 모든 증상 - 눈동자가 커짐, 숨이 가빠짐, 맥박이 빨라짐, 심장이 마구 뜀, 호흡이 가빠짐, 식은 땀이 남, 근육 수축 등-은 실제 그렇지 않은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원치 않은 공황발작을 일으켰던 것이다. 10년 동안이나.


좋아하는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클럽에 가서 신나게 춤을 추다가, 기분 좋은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멀어진 친구를 부르려고 크게 이름을 부르다 숨이 딸려서, 예뻐하는 조카랑 '술래잡기'를 하다가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어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핫플레이스'에 가는 지하철을 혼잡시간대에 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길을 가다가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갑자기 죽을 것 같다' 는게 쉽게 이해가 되는가? 어떤가. 우스운가? 놀라운가?



이건 정말이지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겐 지극히 비참하고 처절한 문제다. 억울했다. 내 스스로가 너무나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런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그래서 '죽고 싶은 기분'이 느껴지는지 알 수 없어서 괴로웠고 의아했다. 미칠 것 같았다. 정말 말 그대로 '돌아 버린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할 수도 없었다.


이대로 가만 있다간 정말로 그 자리에서 죽을 것 같아서 근처에 있는 응급실에 가본 일도 많다. 물론 그때마다 심장 검사, 뇌 검사, 폐 검사 등 다 해봤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절대 나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보이지 않을, 신체 건강한 청년이었으니까.


그러니 아이러니 할수밖에. 아픈곳이 없는데 매일 죽을 것 같다. 검사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매일 내 인생이 끝날 것 같다. 이 '어처구니 없는'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을지 헤아려보면, 공황장애를 겪는 당사자에겐, 시도때도 없는 공황발작이 얼마나 비참할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테다.


클럽에 가서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데, 땀이 많이 나고, 사람이 너무 많고, 그래서 갑자기 죽을 것만 같다고? 정말 반갑고 편한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방금전까지 신나게 웃고 떠들던 사람이,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어 식은 땀을 흘리면서, '공황발작'이 와서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을 거 같으니 집에 가고 싶다'고?


정말이지 이 공포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삶의 모습을 바꿨다.   

과도한 긴장이 느껴지는 환경 제거하기

너무 시끄럽거나 사람이 과하게 많은 장소에 가는 것 자제하기  

너무 지칠 정도로 놀지 않기 - 체력을 아끼고, 평소에 적당히 운동하기

너무 자주 술 마시지 않기 - 역류성 식도염으로 한창 고생할때, 매일 공황발작이 왔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위험한 행동 자제하기 - 상식적인 기준의 일반적 도전과, 무모한 행동은 다르다.

갑자기 놀랄만한 상황 만들지 않기 - 소지품 정리까지 습관으로 바꾸기 (지갑, 카드 등을 가방에 넣어두고도 못 찾으면 공황이 올때가 있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기 - 속이 불편한 다양한 느낌은 공황증상과 유사하다.

커피, 콜라 등 잠이 안오거나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 음료, 음식은 적당히 즐기기

이전보다 말을 천천히 하고, 말을 줄인다.

최대한 잠을 정해진 시간, 적당한 양으로 자려고 노력한다.

숨을 고르게 쉬려고 노력하고 틈이 나면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갔다.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했다.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먹었다.

정말 잠이 안 올때나 괴로울 때 먹는 수면제를 소량 처방받았다.

그리고 적당히 운동을 하고, 좋은 책을 읽고, 만나면 힘이 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 감정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공포감의 원인이 뭔지, 우울과 스트레스가 어디서 오는지, 그 본질을 찾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공황장애'가 있다고 얘기했다.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공황발작'이 와서 죽을 것 같아도, 공황발작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기로, 그래서 내가 이렇게 나약할 때가 있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든든하다고 말할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모두가 잘 이해해 주었고, 걱정해주었고, 응원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이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편하게 '여기 너무 시끄러워서 내가 좀 불편한데, 혹시 조금 조용한 자리로 옮길 수 있을까?', '나 지금 너무 지치도록 뛰어서 숨이 차고 힘든데, 좀 쉴까?', '나 술 너무 먹어서 내일 속이 너무 쓰릴 것 같은데, 좀 쉴게.'라고 말한다. 이전엔 '싫은 소리, 거절하는 말'을 그렇게도 못했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한다. 그래도 크게 문제가 없다.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의 문제다. 그것 때문에 떨어져 나갈 사람이라면, 그냥 떠나 보내라. 놓아주면 된다. 어차피 그런 사람은 원래, 날 잡을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10년을 겪었다. 매일같이 죽을 것 같았다. 하루 하루가 공포스러웠다. 다만 생각해보면 그 수많은 극한의 공포의 순간에 나는 실제론 죽지 않았고, 잘못된 알람Alarm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시도때도 없이 언제고 다시 발작이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해결되었고, 난 여전히 살아있고, 아픈데없이 건강하며, 괜찮다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나만의 '예방약', '예방책'을 써가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낸다. 뭐든 '적당히 할줄 아는' 내가 되어, 하루를 산다.

 


하루 아침에 모든걸 바로잡기는 너무 힘들다. 그렇게 쉬운 것이었으면, 지긋지긋한 공황장애를 10년 동안 겪지도 않았을테고, 의사 선생님이 '너무 늦게 왔다'고 하지도 않았을 거다.


다만, 공황장애 덕분에 나를 더 다독이고 위하면서 살 줄 알고, 적당히 할 줄 알고, 인생에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지혜를 얻었다고 위안이라도 한다. 실제로 나는 변했다. 알수없는 공포에서 떠나기 위해 몸부림치다보니, 이유 없는 공포를 겪지 않는 그런 내가 되었다. 이유가 있다면, 그걸 안다면, 그걸로 된거다. 그 이유와 원인을 제거하거나, 멀리하거나, 노력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아직도 부족하겠지만 이건 그저 '살기 위한 변화,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예전의 '공포로 가득한 삶'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끝없이 경쟁하면서, 피터지면서, 밤을 지새우면서, 멈출 줄 모르면서.




서두에서 풀었지만, 1년전 공황장애에 대한 글을 쓴 이후, 이 글을 다시 쓴 이유는 첫째, 공황장애가 의심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경우에 공황장애가 있을 수 있구나'라는 정보를 주고 싶기 때문이고. 둘째, 이미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은 '나만 이런 작은 이유에 과민하게 반응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주고 싶기 때문이며. 셋째, 이미 공황장애로 의심되는 공황발작을 겪어본 분들에게는 '아, 나는 공황장애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일련의 증상이나 공포감에 대해 너무 심하게 겁먹지 않았으면 하는 안도감을 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심이 된다면, 증상이 지속된다면, 꼭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기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하루 하루 공포감 속에서 사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나도 언젠가 또 다시 공황발작을 겪을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겪던 10년 전과, 공황에 대한 증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고, 원인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지금은, 같은 공황발작일지라도 대처법과 기분이 무척 다를 수밖에 없다.


마음이 만들어 내는 공포감이자, '잘못된 알람'이다. 정말 공황장애 때문에 죽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다만 그 이유를 알수 없는 공포감 탓에, 본인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것처럼, 공황장애도 '잘못 울린 알람'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을 잘 들여다보고 알아낸다면, 절박함과 괴로움, 우울감을 현명하게 '꺼버리는데' 도움이 될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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