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반지하 친구 자취집에 놀러 가 봤다거나, 젊은 시절 몸 기댈 셋방 알아보다 부동산업자랑 들어가 봤다, 는 정도로는 반지하를 안다고 할 수 없다.
내가 그랬다. 나는 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2층 단독주택의 '주인아줌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반지하 셋집이 3가구나 살고 있었다. 평소에도 낡은 수도관이 샌다던가 하는 민원 때문에, 이사 나갈 때마다 도배장판 새로 하고 페인트칠하고 보수하느라 낡은 것 교체하느라 수없이 드나들었다.
언젠가부터 셋집 치다꺼리가 너무 힘들었다. 우리 집은 비좁은 데다 수납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나는 내 작업실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작은 집은 창고로(사실 원래 창고였는데 전주인이 개조해서 셋방으로 만든 곳이다), 동일한 크기의 두 곳 중 하나는 내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100% 셀프 인테리어로, 반지하 셋집이 소박한 포토 스튜디오로 변신하는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야금야금, 하지만 꼼꼼하게 기초부터 모두 손을 봤다. 오랜 시간 그곳에서 꼼지락대면서, 나는 수없이 놀랬다. 반지하라는 공간이 지상과 얼마나 다른지.
바람이 불면, 먼지들은 도로 바닥을 쏴~악 휩쓸면서 기세를 모은 뒤 열린 창을 통해 직방으로 나의 코에 쑤셔 박혔다. 내 코뿐이겠는가. 실내가 쓰레받기가 된다.
창문을 닫아놓아도 마찬가지였다. 희한하게, 분명 걸쇠까지 걸어 단단히 잠가놓았는데도, 창틀에는 검고 진득한 차량 매연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반지하 공간들은 보안을 위해서 모든 창과 문에 쇠창살이 달려 있는데, 그것 때문에 청소가 난해했다. 창문과 쇠창살 틈은 손이 닿지 않아 몇 년 묵은 먼지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 그걸 청소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삼각형 머리를 가진 나사를 풀 수 있는 방범창 전용 드라이버를 구해다 수십 개의 나사를 제거한 뒤 무거운 쇠창살 틀을 두 명이 합심해 내려놓고 청소한 뒤 다시 그걸 제자리에 갖다 끼운 뒤 수십 개의 나사를 돌려 박는 것이다.
현관문조차 쉽지 않았다. (요즘은 ABS통짜 문을 쓰지만 예전 현관은 유리를 끼운 샷시라, 안쪽에 역시 쇠창살로 되어 있다.) 현관은 안쪽으로 열려 그렇잖아도 좁은 실내공간을 잡아먹고 있었는데, 그 쇠창살에 시원하게 물 호스를 들이밀고 싶었지만 그 시꺼먼 하숫물이 갈 곳이 없었다. 나는 그동안 반지하 셋집 창문과 현관문에 가득 쌓인 먼지를 보면서 사람들이 너무 청소를 않고 산다고 속으로 불평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지만 모든 것은 '공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 위치보다,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보는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공사 중이라는 걸 아니까, 다시 말해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는 사적 공간이 되기 전이니까, 동네 어르신들이 창가로 와서 불쑥 들여다보며 뭐라 말을 거시는데, 그때마다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다. 평소 나는 쉽게 놀라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랬다. 심지어 저벅저벅, 저녁에 나는 발소리에 퇴근하는 남편이겠구나 예상했는데도 갑자기 부엌 창문으로 "잘 돼가?" 묻는 말에 심장이 내려앉도록 놀라기도 했다. 아마도 본능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내 눈높이보다내려다본다는 위에서 누군가 내려다 본다는 것은, 공격당했을 경우 방어에 아주 취약한 입장이 되니까.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