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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Oct 31. 2018

당신이 지키고 싶은 공간은 어디인가요?

[언유주얼 페스티벌] 지키고 싶은 공간에 관하여 

저는 서울 은평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은평’뉴’타운이 되기 전의 그곳이 저의 고향이었지요. 부모님께서 작은 문방구를 운영하셨는데, 문방구 앞에 있던 이발소, 슈퍼, 철물점, 미용실 식구들을 잘 알고 지냈습니다. 그 거리에 아이라고는 저 밖에 없어서, 저는 그 동네를 걸어 다닌 기억이 없어요. 다들 손에 손으로 저를 안고, 업고 다니셔서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싹 바뀌어서 가게들은 물론, 거리도 완전히 사라졌어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고향.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은평’올드’타운이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그곳에 가도 저를 반기는 장소도, 사람도, 기억도 없으니까요. 


ⓒ 한국관광공사



  꼭 고향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서울은 빠르게 변하는 공간이라, 좋아하던 단골 가게도, 매일 걷던 거리의 풍경도 금세 바뀌기 일쑤입니다. 홍대 원룸에 살던 시절에는 좋아하는 마카롱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즐겨 찾던 피자 가게가 돌연 다른 곳으로 바뀌어서 실망한 기억도 납니다. 좋아하는 서점도, 카페도 올해 문을 닫았습니다.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오는 화려한 인테리어의 건물이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좀체 시간이 쌓이지 않는 홍대 거리가 영 친숙해지지 않더라고요. 


  공간만큼은 새것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공간은 화려한 신축 공간이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멋과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제가 공공그라운드에 관심 갖게 된 것도, 이곳이 제가 평소에도 좋아하던 샘터 사옥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샘터 사옥의 이름이 바뀌어서 관심을 가졌고, 그 공간의 사용자가 바뀌었지만, 건물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다행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공공그라운드는 기존의 부동산, 개발 논리 앞에서 어떤 공간도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즘, 우리가 함께 보존해야 할 공간을 발견하고, 함께 사용하고,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런 비전에 공감해서 저도 이곳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공그라운드의 이름으로, 이러한 고민과 대안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언유주얼 페스티벌 세션을 열었습니다. 함께 보존하고 싶은 소중한 공간을 갖고 있는 분, 지키고 싶은 공간이 있는 분들과 11월 2일 함께 모여 <지키고 싶은 공간에 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세션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보존한다는 것에 관하여, 파트에서는 기존에 보존이 잘 되고 있는 공간들 사례를 통해 공간을 보존하면 무엇이 좋은지, 오래된 것이 유지되면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기는지 살펴봅니다. 두 번째, 나의 공간에 관하여,는 참가자들이 서로 자신이 보존하고 싶은 공간을 소개하고, 어째서 보존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눕니다. 세 번째, 공간을 지키는 방법에 관하여, 파트에서는 국내,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보는 자리입니다. 기발한 작은 아이디어부터 커다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원이 마감되었지만, 꼭 참여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sooyoung.kim@00ground.kr로 메일을 주세요 :) 


  소중한 공간을 나눌 모임에 공공그라운드 매니저들도 즐겁게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신청해주신 분들 꼭 참석해주시길요! 그곳에서 나온 풍성한 이야기도 곧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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