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공그라운드 Mar 06. 2019

최고 수준의 시민 사회를 꿈꾸다

시민·되다 한재윤 대표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사진/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공공일호에는 매력 넘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분들을 포함해서, 사실 모두가 매력쟁이들이에요. 그 중에서도 ‘한 매력’하는 분이 계신데, 바로 ‘시민·되다’의 대표 한재윤님입니다. 작은 창을 마주한 아늑한 자리에서 조용히 일만 하시는 것 같다 가도, 어느새 멤버들의 수다 타임에 자연스럽게 함께 하시구요. 차분히 독서를 즐기시면서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신 적도 있다는 의외의 경험담을 들려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재윤님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그렇구요. ^^;;


그래서 오늘은 ‘시민·되다’라는 회사의 소개와 함께 언제나 ‘시민·되다’로 가득한 재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시민·되다의 대표 한재윤님 ⓒ코난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민 사회를 꿈꾸다.


Q. 안녕하세요, 재윤님. 저는 커뮤니티매니저 코난입니다. ‘시민·되다’를 소개해주세요.

 

 저희 ‘시민·되다’는 더욱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하려는 소셜벤처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신체적인 차이가 있잖아요. 이런 차이들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함께 최고 수준의 시민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어요. 너무 거창하죠. (웃음)


Q. 아니에요. 정말 멋진 비전이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최고 수준의 시민’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그 질문은 사실 누군가 답을 줄 수 있다면 제가 그 사람을 찾아가서 묻고 싶은 말일 것 같아요. 저희도 무엇이 최고 수준의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계속 탐구해 가는 과정에 있어요. 그 방향성에 따라 저희의 솔루션도 함께 만들어져 나가겠죠. 다만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리자면, 시민이란 개념은 역사도 오래되고 수많은 담론이 있었던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거든요. 그래서 시민이라고 말하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개념이 다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 떠나서 시민이란 개념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회적인 존재란 사실을 전제하고 있어요. 사회가 없으면 시민이란 개념도 있을 수 없어요. 또한 사회가 있기 때문에 시민도 필요한 것이구요. 그런데 이러한 우리 사회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최고 수준의 시민이라는 건 그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실현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침범하지 않으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Q. 말씀해주신 대로 쉽지 않은 개념이군요.

 

 그렇죠. (웃음) 저희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시민성 또는 시민력을 효과적으로 증진할 수 있도록 평생 잘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솔루션을 만들어서 제공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의 시민 교육은 우리나라의 발전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우리나라는 이전에 비하면 경제적으로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정치적으로도 전, 현직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했으면 감옥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진보된 사회가 됐잖아요. 그런데 이와 상반되게 우리나라의 시민교육은 굉장히 잘 안 이루어지고 있어요. 실제로 평생 교육 프로그램 통계를 보면, 시민참여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돼요. 아주 적은 비율을 차지하죠. 우리 사회의 수준에 비하면 굉장히 기형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시민성 증진을 위한 도구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은데, 저희 같은 신생 회사의 힘으로 시민 교육의 양을 늘리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 질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Q. 공감해요. 생각해보면 저도 시민 교육이라고 할 만한 교육을 초, 중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게 거의 전부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공부 이후에는 그냥 알아서 해야 했던 것 같네요.

 

 맞아요, 알아서 해야 하는 거죠. 사회 구성원이라면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가치관, 의견들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데, 정작 그 가치관과 의견을 정하는 것을 고민해볼 기회나 이를 위한 가이드가 정말 적은 거예

요. 쉽게 얘기해보자면 우리가 정치적, 종교적인 성향을 정할 때 여러 선택지를 두고 합리적인 근거들을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대부분 부모님, 친구같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지죠. 이런 것들이 나쁘다고 할 수는 물론 없지만, 정서적, 문화적으로만 결정된 가치관은 다른 가치관과 부딪혔을 때 성숙한 토론이나 의견 공유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도 왜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울테니까요. 반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여러 선택지를두고 고민하고, 스스로 가치관을 결정한 사람은 다른 가치관을 마주했을 때도 이를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깔끔 #청결 #아늑 재윤님의 자리 ⓒ코난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시민 교육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희 회사는 진짜 신생회사예요. 작년 9월 21일에 설립됐어요. 9월 21일은 UN이 지정해서 매년 기념하고 있는 세계평화의 날이라서 겸사겸사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어요. (웃음) 지금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팩트공수’라는 서비스예요. 아까 말씀드렸던 시민 교육의 맥락에 가장 맞닿아 있는 서비스예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논쟁 이슈들의 찬반 근거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웹 모바일 서비스예요. 어떤 이슈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 누가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저희가 참견할 바가 아니죠. 그거는 각자 개인들이 선택할 부분이에요. 단지 저희가 참견(?)하려고 하는 부분은 누군가 어떤 선택을 하려 한다면, 균형 잡힌 자료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찬반 의견에 동등하고, 최대한 많은, 그러면서도 최대한 신뢰도 있는 자료들을 제공하려고 해요. 


 두 번째 서비스는 ‘엘프(ELP: Eco Layer Project)’라는 이름인데요, 환경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이 서비스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고 있는 서비스예요. 환경 문제에 대해 의식을 갖는 것은 시민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잖아요. 앞의 서비스가 민주시민 교육 차원의 솔루션이라면 이것은 생태시민 교육 차원의 솔루션이죠. 환경 문제는 소수의 누군가의 큰 잘못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더 큰 원인이거든요. 일반 시민들의 소비 방식, 생활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환경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 그런 생활 방식을 바꾸는데 중요한 게 바로 개개인들이 갖고 있는 환경 및 생태 감수성이에요.


 엘프는 학교와 도시 내의 다양한 동식물들의 존재를 학생들에게 새롭게 상기시키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환경과 생태 감수성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이에요. 멀리 생태 공원에 간다거나 하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 환경 주변에는 얼마든지 다양한 동식물들이 있거든요. 학생들이 자연환경과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여 런닝맨, 포켓몬고 같은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자연, 동식물, 환경 같은 것들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무언가라고 느끼지 않고, 가깝게 느끼는 것이 환경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지금 준비하고 계신 서비스는 모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요?


 그렇지만은 않아요. 저희의 원래 의도는 모든 시민을 위한 서비스예요. 다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서 타겟팅을 구체화하다 보니 우선 청소년들이 주요 대상이 되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결과적으로 모든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엘프도 학교뿐만 아니라 도시환경에 대해서 다루거든요. 우리 도시에서 함께 사는 동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얼마든지 일반 시민들에게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팩트공수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시민·되다의 로고 (재윤님 제공)


Q. ‘시민·되다’ 의 가운데 점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네, 그럼요! 원래는 점이 아니라 하이픈으로 하려고 했어요. 철학자 하이데거에 대한 저의 일종의 오마주인데요. 한 예로 그는 ‘세계-내-존재’라는 말을 언급한 적이 있어요. 원래 있던 ‘세계’, ‘존재’ 같은 익숙한 개념들을 하이픈으로 연결해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새롭게, 조형적으로 표현한 거죠. 저희도 ‘시민’, ‘되다’라는 익숙한 개념을 새롭게 표현하며 저희의 철학을 반영하려고 ‘시민-되다’로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보기에 예쁘지는 않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네모로 표시했어요. 근데 네모는 키보드 자판으로 입력이 안 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점으로 바꿨어요. 그래도 로고에는 네모로 표기해 두었어요. 요약하자면, ‘시민·되다’의 점을 통해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이미 시민이고,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또한 추후 저희 회사의 브랜딩을 효과적으로 하려는 전략도 살짝 담겨 있기도 하구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지도 같은 책을 쓰고 싶었어요.


Q. 이번엔 재윤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에 책이 나오셨더라구요.


 네, ‘내일을 위한 경제와 환경’이라는 책으로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왔어요.


 

내일을 위한 경제와 환경 ⓒ한겨레 출판사 제공

Q. 이 책은 왜 쓰게 되셨나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지도 같은 책을 쓰고 싶었어요. 제가 비영리 단체에서 일 했을 때만 해도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다루는 책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있더라도 너무 전문적이어서 읽기 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죠. 나중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나 글로벌 이슈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참고할 만한 책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 함께 일했던 분과 함께 조금 더 쉽고 친절한 책을 써 보기로 했어요.


 복잡하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들의 역사적 맥락들을 담고, 그러면서도 지금의 문제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이런 글로벌 이슈는 왜 생겼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기구들은 무슨 일을 해왔을까? 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책이죠. 물론 어른들도 교양 삼아서 읽기 좋은 책이에요. (웃음) 시리즈(유엔 글로벌 이슈 특강)로 나온 책인데 지난 12월에 1권(평화와 인권을 외치다)이 나왔고, 이번 2권으로 마무리되었어요.




덕업일치 그리고 공공일호


Q. 재윤님의 work & life style을 알려주세요.

 

 저는 일종의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평생의 꿈은 보다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드는 것에 멋진 방법으로 기여하는 것이거든요. 보다 창의적이고 엣지 있는 방법으로 사회적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에요. 덕업일치라고 말씀을 드린 이유도 그것이 단순한 사명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저의 개인적 행복을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보다 멋진 방법을 만들 수 있을수록 저의 행복도 더욱 충만해질 거예요. 그래서 제게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있을 수 없어요. (웃음) 24시간 중에 제가 정신을 멀쩡하게 쓰고 있는, 술 먹지 않고 잠자지 않는 시간에는 항상 일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하루 종일 일하는 저한테는 공공일호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지리적인 위치가 정말 좋거든요. (웃음) 외부 미팅을 하고 집에 가는 도중에 잠깐 들러서 일하기 좋아요. 또 출퇴근할 때 영감이 많이 떠오르는데, 환승 없는 30분 거리여서 책 읽기에도, 사색하기에도 최적이에요.


Q. 재윤님께 공공일호는 효율적인 업무를 하기 위한 최고의 설계군요.

 

 그렇죠. 이렇게 물리적으로 봤을 때도 좋고, 정서적으로 봤을 때도 제게 참 좋아요. 고등학교도 이 근처에서 다녔고, 20대 때도 TEDx대학로 라는 활동을 직접 만들어 했었어요. 그때 정말 좋은 분들과 일할 수 있었고, 그 추억이 아직도 제게 기분 좋게 남아있거든요. 그런 대학로의 추억이 그대로 묻어있는 공공일호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늘 기분 좋은 일이죠. 게다가 공공일호가 있는 이 건물 자체도 역사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의미가 크잖아요. 이러한 멋진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나간다는 것도 참으로 매력적이에요.



사랑하는 일을 하는 재윤님의 기쁨이 전해지는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