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위한문화예술 오대우 대표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사진 / 콘텐츠 매니저 여름
"저 운동 좋아합니다!"는 쉽게 말할 수 있는데, 왜 "저 예술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기 쉽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널위한문화예술 팀인데요. 팀원 모두가 문화예술 마니아이면서,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박터지는'회의도 불사합니다. 그중에서도 공공일호 주 7일 출근러이자, 쉴 때보다 일할 때 충전이 된다는(!) 오대우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널위한문화예술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널위한문화예술은 20대 문화예술 마니아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예술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 문화예술 미디어입니다.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Q. 어떤 사람들을 ‘문화예술 마니아’라고 칭하시나요?
처음에는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직접 가서 관람하고,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약간 변화가 생겨서 ‘질문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질문을 즐기는 사람이요?
네. 저희가 되게 인문학적인 팀이에요. 본질, 가치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해요. 문화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생각과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무엇이든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평소에 자주 하시는 분들이라면 문화예술을 좋아할 가능성이 되게 높다고 생각해요. 사실 문화예술을 즐길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렇지, 창고를 열어주면 모두 마니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질문을 좋아하는 문화예술 마니아를 위해서’ 널위한 문화예술은 어떤 콘텐츠를 만드시나요?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이에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에게는 답을 제시하는 콘텐츠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거예요. ‘고흐는 이런 사람이다.’, ‘인상주의는 이런 거다.’라고 정리해주는 거요.
대신 저희는 ‘인상주의는 왜 생겼을까?’라고 질문해요. 정보와 정보를 잇는 담론을 만들고, 거기에 질문을 던져요. 독자분들은 저희 콘텐츠를 보고 답을 얻으실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질문을 생각해보실 수 있고, 댓글로 다른 분들과 의견을 공유하실 수도 있어요.
Q. 말 그대로 문화예술 마니아들을 위한 놀이터네요.
네, 맞아요! 저희는 독자분들이 즐길 수 있는 흙바닥과 장난감을 드리고 마음껏 가지고 노실 수 있도록 돕는 거죠.
Q. 대우 님이 이미 문화예술 마니아라 제작할 때도 즐거우실 것 같아요. 제작하면서 가장 흥이 났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다다익선’이요.(링크) 제작 기간도 제일 오래 걸렸고,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백남준 선생님의 콘텐츠를 기획해야겠다 마음먹고, 관계자분들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지인은 대부분 돌아가셨더라고요. 게다가 그때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다다익선’ 브라운관이 고장이 나기도 했어요. 미술관에서도 고장난 걸 어찌할 줄 몰라, 이 사실을 엠바고 걸어놓은 상태였어요. 새로 교체할지 아니면 그냥 고장난 채로 둘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니까요. 그러다 보니 인터뷰하기가 더 쉽지 않았죠.
그런데 백남준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다가 ‘김원’이라는 이름을 찾았어요. 김원 건축가님은 ‘다다익선’ 공동설계자예요. 다다익선 작품 설명에 백남준 선생님과 김원 선생님의 이름이 함께 쓰여 있어요. 바로 연락해서 ‘다다익선’이 지금 멈췄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니까, 오히려 ‘그게 멈췄냐’고 되물어보시는 거예요. 본인은 모르셨다고. 그러면서 ‘와라, 내가 해줄 얘기가 있다.’라고 하셨죠. 김원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인사이트가 열렸어요.
Q.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백남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해주셨죠. 그중에서도 고장난 ‘다다익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 김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백남준 선생님도 지금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백남준 선생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셨을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재밌지 않냐?"
그때 깨달았죠. 답을 내리지 않는 게 재밌구나. 답답함이 재미있고, 이 답답함 때문에 뭔가 더 찾게 되는구나. 인사이트자 전환점이 되었던 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만 요약해주는 미디어였어요. 문화예술 마니아는 정보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 ‘우리가 질문하고 고민하는 걸 좋아하듯이, 독자들도 이런 걸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 팀이 문화예술 마니아고 타깃 오디언스이니까요. 이후로 단순히 많이 알 수 있는 콘텐츠를 넘어서, 질문하고 얘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Q.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지셨겠어요.
네, 그렇죠. 이전에는 아이템 회의를 할 때 키워드 위주로 얘기를 많이 했어요. #백남준 선생님 #다다익선 #고장 이런 식이었죠. 지금은 문장 위주로 얘기를 해요. 이 아이템이 콘텐츠로 만들어졌을 때 마지막이 질문으로 끝나느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해졌어요.
또 설령 질문으로 끝나도, 그 질문이 재미가 없으면 기각돼요. 좋은 질문이 나오면 콘텐츠도 잘 나와요. 만들기도 쉽고 재미있죠. 제작하다가 막히고 머리 쥐어뜯게 되는 건 좋은 질문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때에는 피드백 회의를 또 심각하게 하죠. (웃음)
Q. 널위한 문화예술 독자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반응이 뜨거웠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첫 번째 모임에서는 아우라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작품에 아우라가 있다고 말하잖아요. 정확히 얘기하면 원본성이라는 건데, ‘원본성이라는 게 이 시대에 존재할까?’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디지털 시대에는 중요한 담론이에요. 디지털 아트, 그러니까 컴퓨터로 그리는 아트는 복제하면 원본이라는 게 사라지잖아요. 그럼 ‘원본’이라는 걸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또 이걸 주제로 한 이유는 이런 얘기를 하면 정말 마니아분들이 올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웃음)
Q. 정말 마니아분들이 많이 모였나요?
네. 미대 전공생도 계셨고, 인공지능 연구원인 분도 오셨어요. 쉽지 않은 주제였는데도 호응이 좋았어요. 원래는 저희가 아우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그다음에 얘깃거리를 3~5가지 제시해드리려고 했는데,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바로 자유롭게 토론이 이어지더라고요.
Q. 어떤 토론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됩니다. 질문이 가득 차올랐을 것 같아요.(웃음)
네.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원본과 사본은 구분이 안될 거고, 인공지능이 만드는 거나 사람이 만드는 거나 구분이 안될 텐데 원본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 “원본성에 의미가 있을까?” , “원본성은 고사하고 미래엔 예술이라는 게 존재할까?” 이런 얘기들이 나왔어요. 정말 물음표만 생기는 모임이었어요. 아마 오신 분들도 답답함을 안고 돌아가셨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 모임의 취지가 ‘명확한 해답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나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취지에 잘 맞는 모임이 진행됐다고 생각해요.
Q. 두 번째 모임에서는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시나요?
‘현대의 시각으로 과거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하려고 해요. 고은 시인의 성추행이 밝혀지고 나서, 고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다 내려왔거든요. 그런데 ‘고은이라는 작가를 보지 말고 작품만을 보았을 때 그 작품성이 바뀌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볼 수 있잖아요. 고은 시인의 작품 말고도, 사실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의 작품을 바라보면 작품의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거든요.
앞으로도 오프라인 모임은 현시대와 밀접하면서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들, 그러면서도 답을 내릴 수 없는 ‘아, 이거다!’가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주제로 진행하려고 해요.
Q. 이런 방대한 문화예술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 대우 님과 팀원들은 어떻게 문화예술을 찾고 접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저희 팀은 문화 활동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자금 지원도 하고. (웃음) 또 좋은 전시들을 많이 보려고 해요.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좋은 삶’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있었어요. 직접 가서 보고 ‘좋은 삶’은 무엇을 의도하신 건지도 여쭤보기도 했어요. 또 해외 자료나 최신 논문 같은 것도 열심히 찾아보고, 정치, 사회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하고 있고요.
Q.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우 님에게 공공일호는 어떤 곳인지 말씀해주세요.
저 개인적으로 샘터 파랑새극장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 공간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져요. 예전엔 이 근처에서 일하기도 했었구요. 널위한문화예술 팀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보금자리 같은 느낌이에요. 나중에 저희 팀이 더 커져서 다른 곳에 가더라도, ‘우리의 시작점’을 얘기하면 꼭 여기 공공일호, 이 회의실이 생각날 것 같아요. 저희는 시작, 초심, 처음 이런 걸 얘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언제나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공간일 것 같아요.
문화예술의 특별한 즐거움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