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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Apr 03. 2019

진짜 배움이 있는 교실,
매일 변화를 만드는 선생님

거꾸로캠퍼스 이성원 선생님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 콘텐츠 매니저 여름




 "내가 잘하는 게 문제였어"


  교사 경력 27년 차, 거꾸로캠퍼스 헤드티쳐(Head teacher) 에코쌤은 제천에서 수업을 잘하기로 소문 난 국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 떠듭시다. 신나게 떠들어봐요.” 하며 눈이 사라질 만큼 늘 활짝 웃는 얼굴이지만, 제천에 있을 땐 꽤 엄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잠시 딴청을 부리면 말을 멈추고 눈빛으로 응징했습니다. “어디 봐? 말보다는 딱 노려봐요. 정적이 흐르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하는 거죠.” 이 말을 하는 에코쌤이 크게 웃었습니다. “무서운 선생님이었죠. 무서울수록, 학생들을 완벽하게 통제할수록 수업이 잘 된다고 생각했고, 겉으로도 그렇게 보였어요.”


   아이들에게 늘 존칭을 쓰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여느 때처럼 수업 시간을 압도하던 에코쌤은 어느 날, 한 학생이 하품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순간 자존심이 좀…(웃음) 그런데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 거예요. 내가 언제까지 떠들어야 아이들의 배움이 채워질까? 몇 페이지 펴세요. 밑줄 그으세요, 하는 나는 참고서 아닌가? 고작 이 역할 하려고 교사가 됐나? 그런 고민을 그 순간에 들킨 것 같았어요. 갑자기 제 고등학생 시절 생각이 났어요. 국어 선생님이 수업할 때, 저도 그런 생각 했거든요.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 하고 혼자서 공부했거든요.(웃음)"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그래, 어쩌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도, 애들은 나한테 배움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몰라. 계속 고민했어요. 어떻게 바꿔야 하지?"


  에코 쌤은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TV에서 <거꾸로교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2014년 3월 20일 저녁이었습니다. “어어? 하다가 15분 만에 무릎을 쳤어요. 거기서 뭐라고 얘기가 나온 것도 아닌데, 내가 놓친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저거다! 이제까지 내가 주도했어. 내가 잘하는 게 문제였어. 애들이 잘해야 하는데 왜 내가 잘했지?(웃음) 나 혼자 교과서 외우고 잘난척 했네. 확 눈이 트이더라고요. 그래, 바꿔보자.” 그렇게 <거꾸로교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번주 '공공일호 사람들'의 주인공은 거꾸로캠퍼스 에코 쌤입니다. 고민하고 늘 돌아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에코 쌤으로 불리는 이성원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거꾸로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학습한다. 사진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배움장터 현장.



아이들의 변화, <거꾸로교실>의 힘


Q. 안녕하세요. 저는 공공그라운드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매니저 여름입니다. 에코 쌤! 27년 차 교사로서, 에코 쌤에게 거꾸로캠퍼스는 어떤 직장인가요?


 A: 진짜를 보는 것 같달까요. 이전에 24년 교사 생활 동안 보지 못한 것, 이랬으면 좋겠다고 늘 꿈꾸었던 걸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일단 배우는 게 진짜예요. 학교에서는 배워야 할 이유가 결국 성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이유가 명확하지만, 수업하는 교사나 아이들에게는 정말 공허하거든요. 그게 늘 저의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거꾸로교실>을 시도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 배우는구나. 교사가 환경을 만들 수 있구나 느꼈어요. 진짜 즐거운데, 나 혼자만 즐기면 안 되겠다. 같이 즐길래요? 하고 시골에서 판을 벌였는데,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꾸로캠퍼스라는 학교를 만든다고 할 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어요. 


Q. 그러다 어떻게 대장(Head Teacher)까지 하셨어요?


A: 미래교실네트워크에 정말 훌륭하고 젊고 창의적인 선생님이 많아요. 그분들이 뛰어놀 수 있게 잘 서포트해야지, 했는데  ‘당신이 해야 합니다’하는 메시지가 자꾸 들어왔어요. 미래교실네트워크에 합류하기 전에, 제가 제천, 충주, 단양 세 개 시군에 판을 벌인 적이 있어요. 수업을 통해 가능한 게 어디까지일까 싶어서, '와서 내 수업을 한번 보시라'고 그 지역에 공문을 쫙 뿌렸어요. 내가 부족한 게 뭔지, 함께 부족한 게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매주 가졌어요. 나는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남은 교직 기간 동안 이게 내 소임이다,하고 일했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이 제가 즐겁게 하고 있고, 멀리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Q. 말씀 들어보니까 정말 딱 보였을 것 같아요.(웃음) 처음 <거꾸로교실>을 접했을 때, 기존의 수업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다가온 건 뭐였어요? 


A: 수업을 시작했을 때, 두려움이 많았어요. 강의를 안하고도 애들을 움직이는 게 가능해? 석 달 동안 강의하는 내내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몇 개의 장면이 눈에 띄었어요. 어? 저 녀석이 뭘 쓰는 애가 절대 아닌데 뭘 쓰고 있네? 쟤는 펜도 안 가지고 다니는 아이인데. 어? 늘 화장에만 관심있던 아이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뭔가 쓰고 있네?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고민하고, 더 잘해보려고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못봤던 것들이 여유가 생기니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수업이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아이들의 변화였어요. 


  오히려 잘하는 아이들이 거부반응을 보였어요. '모둠 활동 해봤자, 애들이 다 나만 쳐다보고, 무임승차 뻔하고, 나한테는 도움이 안 돼' 그렇게 생각해요. 토론하느니 책 보고 자기 혼자 정리하면 열배나 빠르다고요. 그런데 중간고사를 딱 보잖아요? 중위권에 있던 친구들이 40점, 50점씩 성적이 올라서 90점을 받아요. 잘하는 애들은 비슷하고요. 애들이 서로 놀라요. 뭐지? 자기가 다 알고 있다. 자기가 옳다고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내면에 아성을 걷어내면서 반성적 사고를 하기 시작해요. 저 친구한테도 내가 배울 게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은 자세부터 달라져요.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학습할 때, 석 달 동안의 고민이 싹 달아났어요. 


Q. 그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데요. 교사로서 정말 신이 나셨을 것 같아요. 


A: 신이 나죠. 주말에도 수업 디자인하고, 평소에도 계속 생각했어요. 티비를 보다가도 '저 게임을 수업에서 돌려봐? 이걸 써먹으면 이번 주에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되잖아요. 학교에 빨리 가고 싶은 거예요. 월요일이다 드디어! 이런 제 모습을 본 아내가 저더러 ‘미친 거 아니야? 뭐가 즐겁다고 콧노래까지 부르고, 아이고 미쳤어.’ 했어요. 제 아내도 국어 교사거든요. 


  아내도 궁금한 거예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즐거워하지?' 집에서 둘이 커피 마시다가도 맥주 마시다가도 쉴 새 없이 ‘있잖아. 오늘 어떤 수업을 했는데 애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어’ 얘기를 하니까요. 그렇게 제가 2, 3년 생활하는 걸 보고 난 아내는, 제가 거꾸로캠퍼스에 합류하겠다고 할때 순순히 받아들였어요. ‘그래. 하셔라. 우리 주말 부부 한번 해보자.’ (웃음) 


사진 : 에코쌤 제공



"합의하지 않아도 존중할 수 있어요."


Q. 변화를 만들어가고 경험하고 있으니 매일 다양한 보람을 느끼시겠지만, 그 중에서도 어떨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세요?


A: 역시 그거죠. ‘에코, 수업 재미있어요.’ ‘수업 기대돼요. 역시 에코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웃음) 하루 4시간짜리 수업을 디자인하려면, 대여섯 배 준비 시간이 필요해요. 20, 30 시간을 투자해서 4시간 수업을 디자인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수업 시간 동안 움직이고 해내는 걸 보지만, 피드백만 가지고는 속마음까지 알 수 없는데, 따로 ‘수업 너무 좋았어요' 얘기를 들으면. 아, 나쁘지 않았구나. 앗싸!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다음엔 더 재미있게 해봐야지.(웃음) 


Q.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성장일지를 쓰잖아요. 선생님은 바빠서 못쓰시겠지만, 만약에 에코의 성장일지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요? 


A: 사고의 전환이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제는 '이걸 해결할 솔루션은 뭘까?' 하고 접근해요. 어떤 문제가 생겨도 두렵지 않다는 생각의 전환. 그게 가장 큰 성장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왜’라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에 ‘어떻게’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 신나는 일이 됐어요.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거꾸로캠퍼스에서의 시간은 정말 패스츄리처럼 촘촘하게 쌓인 기분이 들어요. 


Q. 그렇게 촘촘하고 많은 문제를 고민하면서, 힘들거나 지쳤던 적은 없어요?


A: 힘들죠. 힘든 건 그냥 힘든 거예요. 하지만 힘든 게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진 못해요. 아이고 힘들어. 하고 웃으면서 또 고민하는 거죠. 동료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혼자일 때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크기와 이 안에서 제가 가진 자신감의 크기가 정말 달라요. 동료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확실히 느껴요. 우리끼리도 의견이 달라서 매일 지지고 볶고 충돌이 크게 일어나지만, 아침에 보면 기분 좋게 ‘안녕' 하거든요. 


Q. 혹시 선생님만 안녕하고, 상대방은 밤잠을 설친 건 아닐까요?(웃음)  


A: 워낙 많이 경험해온 일이라서요. 세게 나갈 때는 서로 양보 못 할 때가 있는데, 서로의 생각을 꼭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합의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거든요. 일할 때 합의가 필요한 일은 치열하게 이야기하며 결론을 만들어야겠지만, 그때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미워져요.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미워하지 않는 힘은 그 사람을 인정하는 자세와 일에 대한 치열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 안녕할 수 있는 거죠.(웃음) 




교육 현장에서 꼭 필요한 반성적 사고 


Q. 거꾸로캠퍼스에 다니는 양갱과 부녀지간이라고 들었어요.


A: 학교에서는 서로 사무적으로 지켜요. 가끔 애가 학교 끝나고 나서 ‘아빠아빠!’하면 ‘(함께 기차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청량리에서부터만 아빠에요.’ 라고 해요.


Q. 심지어 작년 2학기 때 양갱의 코칭 선생님이었다고요! 


A: 난감했죠. 제일 어려운 코칭이다. 양갱이 분명히 나한테 또 뭐라 할 텐데. 제가 온화하게 시작했어요. ‘ 여러분. 시작할게요. 여러분과 이런 걸 해봤으면 좋겠어요.’ 했더니 역시나 양갱이 ‘그걸 왜 해야 되는데요?’ 하더라고요. 정적!(웃음) 말을 못 하겠어. 올 게 왔구나.(웃음)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같이 검토하시죠.’ 하고 시간을 줬어요. 


  양갱도 자기가 미안했는지 알겠다면서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선생님의 방향과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애들이 제시한 게 더 좋더라고요. ‘네, 이게 더 좋네요. 이걸로 하셨으면 좋겠네요.’(웃음)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곳에서는 반성적 사고가 없으면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을 보기 어려워요. 교사들이 ‘나는 이렇게 좋은 걸 제시했는데 너네는 왜 안 해?”라고 접근하는 게 문제거든요. 아이들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문제를 푸는데 잘하더라고요. ‘잘하시네, 역시. 저는 여러분의 말을 들어야지. 제가 처음에 그렇게 말한 건 죄송했어요.’ 했죠.(웃음)  


Q.같이 학교에 다니면서,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을까요? 원래 사이가 좋았나요? 


A: 한때는 나빴죠. 큰애는 말도 잘 듣고, 공부 시키면 성적도 잘 나오는데, 둘째는 안 따라오는 거야.(웃음) 내가 강요할 게 아니다. ‘그럼 네가 생각한대로 해’ 하고 물러섰는데, 반성이 됐어요. 물러선 걸까 포기한 걸까. 솔루션  없이 물러선 건 방임이나 다름없잖아요. 대책이 없으니까 서로 본체만체하고, 보면 화가 나고. 아이도 날 보면 또 잔소리할까 봐 째려보고. 


  그러다 <거꾸로수업>을 하면서 반 아이들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우리 애들에게는 내가 뭘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2016년 여름에 양갱을 앉혀놓고 ‘이거 국어 시간에 배우는 문법이지? 아빠가 학교에서 뭐 하는 줄 알아? 잘 봐.’ 하면서 문장 구성 문제를 게임처럼 제시했어요. 조금 어려운 문제였는데, 30분 이내에 싹 풀어내더라고요. '골치는 아픈데 이게 되네'하면서 본인이 ‘이거는 어떤 절로 묶여서 이렇게 구성된 거야’하면서 해석을 해내더라고요. 


  그게 재미있으니까, 관심이 생겼나 봐요. ‘아빠가 하는 게 이런 수업이야?’하고 ‘아빠가 준비 위원으로 학교를 만든다는데 무슨 학교예요?’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거꾸로 캠퍼스에 제가 합류하는 게 결정되고 나서 한 달의 시간이 있었어요. ‘네가 스스로 고민해. 입학 설명회에 데려가긴 할게. 노는 데는 아니고 뭔가 할 곳이야. 너가 판단해.” 양갱은 입학설명회에 다 참여했어요. 그리고는 ‘저 갈게요.’ 하더라고요. 


Q. ‘선생님'에서 ‘아빠’가 되는 청량리부터는 양갱과 무슨 대화를 나누나요?(웃음) 


A: 초반에는 그랬어요. ‘어떻게 이번 주는 잘했어? 계획도 세웠고?’ 옛날 같은 아빠가 된 거예요. ‘아, 내가 알아서 해요.’ 양갱이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옛날에 하던 행동을 하는구나. 여기까지 데려와서. 얘한테 왜 이렇게 확인하러 드는 거야. '미안해'(웃음) 그러곤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요. ‘전 이번 주에 뭘 했고, 뭐가 재밌었어요. 그리고 이건 내가 너무 못했어.’ 항상 뭘 못 했대. 자기가 스스로 돌아보고 판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보면 되겠네.’ 이 정도 얘기만 해주죠. 본인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코칭이 필요하면 오고. 이제는 아이가 먼저 오게 된 게 가장 큰 차이예요.





새로운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동력


Q.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 이제는 90년대생 세대의 변화를 이야기하잖아요. 이렇게 다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일터의 풍경이나 일의 관점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화할 것 같아요. 


A: 앞으로의 사회는 에너지가 한쪽이 아니라 사방에서 다양한 에너지가 꿈틀거릴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회가 거대한 놀이터로 여겨졌으면 좋겠어요. 자신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부족함을 느끼면 또 배우는 거죠. 세상이라는 놀이터에는 못 보던 놀이기구가 새로 등장할 텐데,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오히려 신기해서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고, 모르면 배우고, 신나게 노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될 것 같아요.


Q. 이런 변화의 가운데에서 에코 쌤은 요즘 어떤 고민을 하세요?


A: 작은  고민은 되게 많아요. 제일 큰 건 그거죠. 우리 아이들이 잘하고 있어. 그다음은 뭘까? ‘what’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커요. 목적에 의해서 방법을 정교하게 그려가고 있는데, 그래서 아이들에게 ‘what'은 뭘까? 그게 제일 큰 고민이에요. 어떤 ‘what’이 아이들에게 실현될까? 밤낮으로 머릿속에서 궁리하죠.  


Q. 다른 사람들도 거꾸로 캠퍼스의 'what'을 궁금해할 것 같아요. 아이들의 꿈이 색색깔이어도, 바깥에는 획일적인 수능제도가 바깥에 있고,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래도 좋은 대학 갔으면, 하는 부모님의 욕망도 있고요. 그런 것들은 어떻게 제어하세요? 


A: '절대 안 변해. 수능 사라지겠냐? 학벌 사라지겠냐?'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걸 전제로 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어쩌면 여기에 입시학원 간판을 내걸면 더 나을지도 몰라요. '즐겁게 성적 올려드릴게요. 믿으셔야 합니다!' 충분히 가능해요.(웃음) 양갱만 생각해도 그래요. 양갱을 내 자식으로만 보면 '얘가 나가서 뭘하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런 제 고민에 답이 있다고 봐요. 


  양갱도 "대학을 어떻게 가요? 전 어떻게 해요?" 물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주죠. "네가 그 두려움과 걱정을 떨쳐냈을 때, 여기를 나갈 수 있고 뭔가 할 수 있을 거야. 대학을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게 뭔지,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게 뭔지 봐. 그 후에 대학을 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대학은 하나의 거쳐 가는 곳이지 그게 사회에 안착하는 너의 무기로 삼지는 마.’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만 말하면 무책임한 거예요. ‘한마디로 줄이면, 니가 잘해야지. 너 수능도 뛰어넘어.’라는 말이잖아요.(웃음) 여기서 두려움을 과감히 깰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만큼 경험치도 늘려줘야 하고요. 저도 수업 시간에 수능 지문을 다뤄요.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복잡한 글을 단시간에 정확하게 분석하는 독해력을 기르는 거예요. 몇 마리 토끼를 잡는 것 같지만, 결국 방향은 하나라고 봐요 


Q. 다른 친구들도 선생님의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요? 친구들이 자신의 ‘what’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A: 아이들은 스무 살의 나이를 되게 중요하게 여겨요. 그리고 대학을 못 버리고요. 꼭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그것만 목표로 삼을 건 아니라는 거죠. 그것만 보이면, 다른 건 못 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분명히 성장하면, 대학 너머 다른 길도 보일 거예요. 이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다른 길을 충분히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거꾸로캠퍼스를 넘어 어드밴스 랩을 만들고 있어요. 


  창의성을 시각화하는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라든지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이라든지, 창업센터라든지, 이런 곳과 연계해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놓고 경험치를 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사회 경험을 하다가 공부가 필요하면 다시 거꾸로 캠퍼스에 오는 식으로요. 거꾸로캠퍼스가 3년 차가 되니까, 이렇게 다른 걸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 때가 됐어요. 


Q. 선생님과 친구들의 'What'이 기대됩니다. 이제 새 학기인데요. 에코쌤의 사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A: 있습니다. 온더레코드에 있는 책을 다 읽자.(웃음) 지금은 존 듀이의 교육론을 읽고 있어요. 방법을 고민하다가도 내가 가는 방향을 잃지는 않았나? 계속 점검합니다. 


Q. 인터뷰를 시작할 때, 교육에서는 '왜 배워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마지막 질문으로 여쭤볼게요. 우리는 왜 배워야 하나요? 


A: 아까 말한 놀이터 이야기와 비슷해요. 사회에는 새로운 놀이기구가 계속 등장할 텐데, 그런 새로운 것에 내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동력이 바로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걸 접하고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동력이요. 결국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해서죠. 배울수록 신나게 살 수 있다. 저도 계속 신날 겁니다. 


! 에코쌤의 즐거움이 저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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