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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Mar 06. 2019

더 멀리가기 위한 길 잃기

『길 잃기 안내서』 X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글, 사진/ 콘텐츠 매니저 여름  



  지난주 001스테이지에서 리베카 솔닛의 신작 『길 잃기 안내서』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옐로우독 대표이자 『일하는 마음』의 제현주 작가님이 ‘전환을 위한 길잃기'라는 주제로 인상적이었던 책의 구절을 나누고 이야기했습니다.


  리베카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의 책을 통해 모험, 탐험, 방황을 통해, 더욱 자기 자신이 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번 책 『길 잃기 안내서』도 역시 모험과 삶의 이야기를 ‘길 잃기'라는 키워드로 써냈습니다. 


  예술비평가이자 역사가, 페미니스트, 환경운동가 등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리베카 솔닛은 이 책에서 어떠한 사건과 여정을 통해 지금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삶 속에서 상실과 방황을 거쳐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지를 성찰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탐험가들은 늘 길을 잃었습니다. 모든 장소가 처음 가보는 장소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그럴 때 쓸 수 있는 수단들에 정통했고, 자신이 어느 경로로 가고 있는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인식했습니다. 아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자신이 충분히 생존할 수 있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였을 겁니다.” - 『길 잃기 안내서』, 리베카 솔닛 


  이 문장을 꼽은 제현주 대표님 역시 2011년에서 2016년, 6년의 시간 동안 회사라는 조직 밖에서 스스로 길을 잃어본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스스로 길을 잃을 수 있는 용기는 리베카 솔닛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길을 몰라도 괜찮다는 감각. 죽지는 않겠다는 낙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년의 중간지대에서 나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건 나라는 관념에서 멀어지고 나라는 기제를 익히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나라는 관념은 나에 대한 당위나 기대를 의미해요. 관념이 내가 특별한 어떤 것이길 바라는 어떤 마음이라면, 기제는 나를 하나의 기계, 작동하는 함수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나에게 어떤 인풋을 넣을 때, 어떤 아웃풋이 나온다는 걸 알면 되는데, 거기에 관념이 생기면 자책하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왜 나는 작심삼일일까? 내가 기대하는 만큼 왜 미치지 못할까? 하지만 나를 기제로서 안다면, 나는 밥을 언제 어떻게 먹는 게 좋고, 사람들은 어느 정도 만나는 게 좋다는 걸 이해하고, 나를 더 잘 쓰는 법을 알게 됩니다. 저는 6년 동안 기제로서의 나를 잘 익히고, 나를 평화롭게 둘 수 있는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한 시간이었어요.”



  길을 잃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일단 다음 지점까지 가면 새로운 갈림길에 도착하게 되고, 그 선택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인풋을 얻게 돼요.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예전에 저는 끊임없이 뭔가를 쌓아서 어딘가 도착하는 삶을 꿈꿨는데, 지금은 계속 이어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요. 계속 탐험하고 방황하는 삶. 이걸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데,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신호를 보내는 것 같고, 서로 연결되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연결이 서로를 더 임파워링하게 하고,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기 위한 길 잃기. 리베카 솔닛의 문장과 제현주 대표님의 이야기가 엮여 단단한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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