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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Mar 21. 2019

뉴트로,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드립니다

2019 크리에이터 리포트 "렏-고, 뉴으트로" 

익숙한 레트로, 새로운 뉴트로



글_ 콘텐츠 매니저 여름
사진_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여름      



  지난 3월 16일 토요일 001라운지가 '뉴으트로'로 뒤덮였습니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주관으로 열린 2019 콘텐츠 크리에이터 리포트의 주제가 바로 '렏-고 뉴으트로'였는데요. 뉴트로 콘셉트는 이제 패션이나 제품 산업을 넘어 공간 연출, 콘텐츠 산업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월간 디자인 전은경 편집장과 평양 슈퍼마케트 최원석 디렉터, 구슬모아당구장 심혜화 실장님이 한자리에 모여 뉴트로 열풍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왼쪽부터 심혜화 실장, 최원석 디렉터, 전은경 편집장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복고 컨셉은 오랜 시간 동안 때마다 유행하곤 했습니다.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인 레트로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따라 하는 풍조를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이 레트로 열풍을 넘어 '힙하다'고 표현되는 영레트로, 뉴트로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레트로가 30, 40대를 겨냥한 추억의 콘텐츠를 의미한다면, 뉴트로는 기존의 레트로에 새로운 경험을 더한 개념입니다. 받아들이는 대상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주느냐, 새로운 경험을 주느냐에 따라 레트로와 뉴트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레트로는 패턴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음악산업에서도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듣는 곡이 만 오천 곡이라고 해요. 그 대부분의 음악을 10대, 20대 때 듣고요.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들은 음악을 평생 듣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레트로를 좋아하고 따르는 건 인간에게 내재한 감성 같아요. 사람들이 급격한 변화를 견디지 못할 때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어요." 월간 디자인의 전은경 편집장은 "밀레니얼에게 뉴트로는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취향의 한 영역"으로 이해해 한다고 말했습니다.


뉴트로의 좋은 예로 'Gudak'이라는 카메라 앱이 있습니다. 필름카메라의 추억을 선사해주는 사진앱이기도 하지만, 3일 후에 현상할 수 있다는 점, 필름 한 롤을 다 사용하면 충전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불편함 자체를 새로운 경험으로 더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 필름 카메라 앱이 겉만 빈티지한 디자인으로 꾸민 것과 달리, 구닥은 앱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 뉴트로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니 뉴트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고의 감성을 담은 이 컨텐츠가 어떤 새로운 경험을 유발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양슈퍼마케트 @project_rent


자기다움을 찾다보면 

필연적으로 닿게 되는 지점


브랜딩 전문회사 필라멘트엔코에서는 작년 6월 성수동에 '평양 슈퍼마케트'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남북의 관계 변화가 급격했던 시기, 통일됐을 때 우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기획된 이벤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최원석 디렉터는 "북한과 통일이라는 낯선 주제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무관심해서 낯설 뿐, 북한 역시 우리의 생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북한과 통일에 접근했어요. 평양냉면이라든지, 커피라든지 우리에게 거부감 없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가장 자본주의적인 공간인 마트와 결합했습니다." 거기에 북한 특유의 프로파간다 디자인을 더 하니, 친숙한 듯 낯선 ‘평양슈퍼마케트'의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뉴트로라는 컨셉을 고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평양 슈퍼마케트를 기획하면서 북한스러움을 전하겠다는 목적성만 있었지, 뉴트로에 관한 생각은 없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니, 브랜드가 자기스러움을 찾다 보면 필연적으로 뉴트로에 가닿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우리가 역사가 있고 진정성이 있어요, 얘기할 수 있는 자기다움,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레트로와 뉴트로를 맞닥뜨린 거라고 생각해요." 최원석 디렉터는 뉴트로는 결국 '우리다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파는 일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은 문턱이 낮습니다. 예술과 친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미술관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사진부터 패션, 디자인을 아우르는 다양하고 새로운 전시와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이 매력적인 굿즈로,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는 20, 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미술관 앞에 줄을 서서 전시를 보기도 한다는 대림미술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10년 대비 약 57퍼센트가 증가했습니다. 

 

  디뮤지엄 가까이에 위치한 구슬모아당구장은 한남동에 방치된 당구장을 리모델링해 국내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고 지원합니다. 여기서도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합니다. 드로잉, 그래픽디자인,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다채로운 굿즈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슬모아당구장의 심혜화 실장도 이곳의 컨셉은 “다른 경험”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굳이 이곳까지 찾아왔으면 다른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트렌드를 구현할 때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분석을 합니다. 처음에 힙한 카페가 생기면 인스타에 올라오고 '인싸'들이 갑니다. 그러면 이후에 6개월 동안 서울경기권에서, 그다음엔 지역에서 공간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면 사라지는 공간이 많아요. 실력 없이 컨셉만 가져가면 저 주기를 벗어나지 못해요. 어떻게 미술관에 오게 할까? 굿즈를 팔까? 뿐만 아니라 미술관에 오는 개개인의 동선을 염두에 두고, 설사 줄을 서게 되더라도 그때의 경험까지 전부 고려해서 더 나은 경험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취향, 

경험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뉴트로에 관한 열띤 이야기는 결국 취향으로 귀결됐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뉴트로가 유행을 넘어 취향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가는 걸까요? 이 질문에 세 사람의 답은 같았습니다. "경험의 투자입니다." 

 

전은경 편집장은 “취향은 길러지는 것이고, 기꺼이 시간도 내고 돈도 투자할 줄 알아야 생기는 것.”으로 정의했다. 최원석 디렉터 역시 “경험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와 최상의 경우를 경험해봐야 중간을 알 수 있어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좋은 걸 경험해보면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가 최선이구나 알게 됩니다.” 


심혜화 실장은 “자기와 어울리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레이더에 걸리는 게 따로 있어요. 내가 억지로 인스타에 장식해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면 그저 돈만 쓰고 남는 게 없어요. 나를 잘 알고 관찰할 때, 취향이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해가는 시간 속에서 오래된 것, 변치 않는 것에 마음이 간다는 건, 결국 거기에 사람의 공통 감각을 건드리는 본질적인 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뉴트로의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을 사나요? 무엇을 욕망하나요? 뉴트로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삶과 경험의 이야기에 닿았습니다. 뉴트로에 관한 풍성한 논의는 '새로운 경험'으로 시작해 '새로운 경험'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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