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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Sep 19. 2018

단숨에 뚝딱 바뀌는 도시는 없다

[공공살롱] 1. 샘터사옥과 공공일호 이야기 

대학로 2번출구 앞, 빨간 담쟁이 건물, 공공일호입니다  ⓒ 공공그라운드


공공그라운드는 역사, 사회,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보존하겠다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공공그라운드가 대학로 샘터 사옥을 매입해, 온전히 공공일호로 변화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지요.

공공그라운드는 우리 주변에 의미 있고 보존해야 할 공간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공살롱]은, 우리의 미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자리입니다.

 [공공살롱]에서는 건축가 혹은 관련 전문가의 가이드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도심의 공간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짚어봅니다. 지난 첫번째 [공공살롱]의 주제는 바로 이곳. '공공일호와 대학로 건축'이었습니다. 


허허벌판에 점을 찍고, 얼마나 가슴 뛰었을까?


'샘터사옥에서 공공일호로, 空間에서 共間으로'라는 주제로 조재원 건축가에게 샘터 사옥 공간의 역사를 들었습니다. 공공일호의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조재원 건축가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적정한 가치를 더하는 사회적 공간을 탐구해온 건축가입니다. 건축가 입장에서 공간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과 상상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번화한 지금의 풍경과 달리, 허허벌판이었던 이화동. 김수근 건축가는 이곳에 샘터 사옥을 지으면서, 건물 안에 길을 내고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샘터 사옥은 공간마다 출입구가 있고, 동선이 다양한데요. 도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대학로 한복판에 김수근 건축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같은 건물을 세웠습니다. 


아직은 혜화역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을 때, 샘터 사옥 모습  ⓒ공공그라운드


"자기 혼자 “나는 도시다” 말하는 건물, 광장도 가지고 있고 길도 가지고 있는 한 건물이 서 있었던 거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일련의 건물들에서 그런 제스처가 많아요. 거꾸로 그시대에 건축을 하던 근대 건축가들은 같은 도전들을 거쳤겠구나. 왜냐하면 다 허허벌판에 점을 찍어야하는 거예요. 

그 점이 나중에 이어지고 면이 되고, 선이 되고 이럴 거라는 걸 얼마나 상상을 많이 했을까. 그 상상이 얼마나 막막하고 한편 가슴 뛰었을까? 세운상가 같이,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놓게 된 거예요. 이 점이 퍼지겠지. 연결되겠지. 이런 상상과 기대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도시 사는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


대학로에 자리 잡은 샘터 사옥. 겉으로 보기엔 40년간 한결같은 빨간 벽돌 건물이었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변화가 있었습니다. 극장을 운영하며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갈지, 상업시설로 운영할 것인지 운영자의 고민이 있었고요. 혜화역 지하철이 생기면서 건물의 출입구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만들면서 건물 활용이 달라지기도 했고요. 


2017년 샘터 사옥이 공공일호로 바뀌었습니다. 이 작업을 맡은 조재원 건축가는 “과연 이 공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허허벌판에 점을 세운 김수근 건축가였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새 간판을 달고 공공일호로 바뀌었습니다 ⓒ공공그라운드 


지금의 공공일호가 바로 그 질문에 건축가가 내린 결론일 텐데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건축가의 고민 하나하나를 헤아려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공일호가 새삼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요.


강의 말미에 조재원 건축가는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한밤에 샘터사 간판을 떼고 공공일호 간판을 올리는 사진이었습니다. 


“제가 새벽에 이걸 보려고 왔습니다. 보면서 내가 그 순간 때문에 건축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남들은 모를 거 아니에요. ‘어, 여기 바뀌었네’ ‘언제부터 간판이 바뀌었지' 할 텐데, 도시는 언제나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거든요. 굉장히 서서히. 굉장히 많은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가지고 바뀌어요. 


그런 과정에 우리가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즐길 수 있는가, 이게 도시 시민들로서는 당연한 권리기도 하고요. 저는 이 과정을 관찰하고 증거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0여 년 건물의 역사를 쭉 듣고 나니, 건물도 그야말로 세월과 변화를 겪으며 함께 ‘살아’왔구나, 싶었습니다. 샘터 사옥이 그대로 보존되는 것만으로도 김수근 건축가의 고민과 이곳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이 건물 안 광장을 오간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 같아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공공살롱]이 바로 도시 시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내 주변의 공간과 건물을 새롭게 음미하고 관찰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주제의 건축, 공간 이야기를 나누는 [공공살롱]이 매달 마련되어 있으니, 공공일호에 들러 함께 해주세요. 콘텐츠 매니저 여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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