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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May 28. 2019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디지털 노마드족의 이야기

[공공일호 사람들] 에커트 슐렌 김혜윤 님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사진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공공일호는 '다양한 분야에 속한 분들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또는 공부하는) 플랫폼적인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렇다보니 공공일호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아, 이렇게 일하는 분들도 계시는구나!' 하며 소소하게 감탄하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지구 반대편까지의 비행이 일상인 디지털 노마드족이자, 독일 기술교육대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일하고 계신  에커트슐렌의 김혜윤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에커트 슐렌 김혜윤 님  ⓒ코난


에커트 슐렌을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혜윤 님. 저는 공공그라운드의 코난입니다. 먼저 에커트 슐렌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독일의 사립 기술교육대학교예요. 독일 기술이라고 하면 '마이스터'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실텐데요. 명성에 걸맞게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해야 해요. 에커트 슐렌에서는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위한 교육을 제공해 드리고있어요.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교육 방법을 고안하거나 독일식 기술교육 노하우를 해외에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본 캠퍼스는 바이에른 주 레겐스부르크라는 중세도시에 있지만, 기업과의 협력이 많다 보니 독일 전역 45개 도시에 교육 센터가 있어요.


Q. 기업과 협력도 하시는군요.


 네.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 입학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재직자 교육이라고 해서 지멘스 같은 기업들이 직원 교육을 저희에게 위탁해서 하는 경우도 많아요. Industry 4.0이라든지,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기술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기계를 만드시는 분들도 이제는 전자공학 지식이 필요하고, 반대로 전자공학만 다루시던 분들도 다른 공부를 함께 해야 하는 때가 된 거죠. 기업에서도 재직자분들을 저희 학교로 보내서 자신의 전문 분야 외의 것들도 공부하게 하고, 다시 회사에서 일하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에커트 슐렌은 인근에 기업들하고 굉장히 네트워킹이 잘 되어있어요. 기업에서 파견 나오시는 분들도 많고요.


Q. 혜윤 님은 에커트 슐렌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에커트 슐렌이 하고 있는 일 중에 독일 교육부의 국책과제를 위탁받아서 독일식 기술교육 노하우를 해외에 이전하는 일이 있어요. 저는 이 중에서 한국 사업을 담당해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일하고 있어요. 독일 컨소시엄과 한국 컨소시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저희 학교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저밖에 없기 때문에 중요한 존재예요.(웃음) 이 외에도 사업개발도 하고 네트워킹도 하고 학생들을 멘토링 하기도 해요. 작년에는 한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독일로 3개월 정도 공부를 하러 가기도 했어요. 올해도 진행될 예정이고요. 


에커트 슐렌에서 기술 연수를 받은 한국의 특성화고 학생들  ⓒ혜윤 님 제공






독일, 한국, 디지털 노마드족


Q. 에커트 슐렌의 첫 한국인 직원이시군요. 어떻게 에커트 슐렌에서 일하게 되셨어요?


 이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의 제 상사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본인 회사에서 한국 관련 사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길래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달라.’고 말했더니 오퍼를 주시더라고요. ‘담당자가 필요한데 너 관심 있니?’이렇게요. 저도 ‘좋아, 해 볼게!’라고 했죠. 사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도 했어요. (웃음)


Q. 에커트 슐렌 이전에도 독일에서 일하셨군요. 어떻게 독일에서 일을 시작할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처음 독일에 가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독일 정부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갔는데 2주 동안 독일 대학교와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었어요. 그때는 독일어 걸음마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었어요. ‘언젠가 독일에서 공부든 뭐든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까 제가 동아리 활동에 완전히 빠져버려서, 독일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린 거예요. 그러다가 고학년이 돼서 뭔가 다른 걸 해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때 다시 독일에서의 추억이 떠올라서 함부르크로 1년 교환학생을 떠났어요. 그 시간 동안 독일어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공부를 계속해도 괜찮겠는데?’ 싶은 거예요. 교환학생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석사 준비를 함께했어요. 독일 대학교수님한테 추천서도 받고요. 근데 또 그게 잘 된 거예요. (웃음) 한국에 들어가서 학부를 마무리 하고 독일로 다시 와서 석사를 시작했죠. 그런데 석사는 또 another level이더라고요. 공부를 따라가려고 애쓰면서도 일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나는 공부보다 실무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함부르크에서 한국 관련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다행히 인턴 기간이 끝나고도 계속 일할 수 있게 돼서, 자연스럽게 석사는 잠시 미루었죠. (웃음) 그 회사에서 한 5년 동안 일을 하고, 후에 에커트슐렌으로 오게 되었어요.


 말씀드리고 보니 ‘독일에서 일을 시작해야겠다! 나 여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공부를 하다가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장소가 그냥 독일이었던 거에요.


Q. 독일의 일하는 문화는 어떤가요?


 음...자기주장을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어떤 이슈든 자기 생각을 가지고 어필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거죠. 요즘은 한국에서도 이런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학교에서부터 토론하는 연습을 시키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잖아요. 독일에서 일하시는 한국 분들은 회사에서 자기 의견을 어필하는 게 어려웠다고 하시더라고요. 


Q. 혜윤 님도 힘드셨나요?


 저는 덜 그런 편이었어요. 독일에서 교환학생도 하고 석사 공부도 하다 보니까 토론식 교육을 많이 받았거든요. ‘완충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또 의외인 건 독일도 생각보다 관계가 중요해요. 독일이라고 하면 뭔가 깔끔하고 투명한 느낌이 강하잖아요. 확실히 그런 문화도 있지만 그만큼 네트워킹도 중요하게 여겨요. 저도 그랬지만 아는 사람을 통해서 취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Q. 그건 정말 새롭네요.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건 어떠신가요? 자주 못 뵈어서 아쉬워요.


 출장이 잦은 편이죠. 한 두 달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니까 1년에 6번 정도 왕복하네요. 처음엔 정말 재밌었는데 장시간 비행이라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 않더라고요. 비행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이동하는 데만 꼬박 하루를 써야 해요. 가끔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근데 요즘은 ‘디지털 노마드 족’이라는 말도 있는 시대잖아요. 노트북과 커피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제가 딱 디지털 노마드 족이더라고요. 이름도 붙여주셨으니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이런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리고 좋은 점도 있어요. 다양한 호텔에 가볼 수 있다는 거예요. 호텔 비교 사이트 켜놓고 이번엔 여기 호텔을 써봐야지 하면서 고민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웃음). 이동하면서 괜히 여행하는 것처럼 기분 내보기도 하고요.


부산 해운대 근처에서의 업무 환경  ⓒ 혜윤 님 제공





공공일호, 너로 정했다!


Q. 공공일호에 입주하시게 된 계기,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공공일호에 입주하기로 결정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1년이요?) 정말 오래 고민했죠. 원래는 독일에 상주하면서 가끔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한국에 주로 있는 게 더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집을 구하고 재택근무를 시도했죠. 근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아요. 제가 100% 자율형 인간은 아니더라고요. 일을 하려면 ‘일하는 분위기’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사무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저희 파트너사에도 문의해보고 유명하다는 코워킹스페이스는 다 방문해봤어요. 강남, 을지로, 광화문 이런데요. 서울 말고도 한국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주나 뜬금없이 부산에 가보기도 했어요. 정말 전국 방방곡곡 다녔죠? 그런데 저희 회사 이미지나 제 성향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Q. 그 중에서 공공일호는 어떻게 찾게 되셨어요?


 공공일호는 온더레코드에서 하는 세미나를 들으러 왔을 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기승전Learn이라는 세미나를 들었는데, 우연히 건물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고 ‘여기도 코워킹스페이스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나중에 코난 님께 문의를 드리고 보러왔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정말 운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우선 3층에 거꾸로캠퍼스가 있잖아요. 교육 단체가 있으니까, 에커트 슐렌이 들어오기에도 좋겠다 싶었어요. 또 공공일호 건물 자체가 가진 상징성도 있고, 근처에 창경궁이나 낙산공원 같은 곳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학교 특성상 외국 손님들이 오실 수 있는데 건물 내외로 소개해드릴 만한 곳이 많으니까요. 개인적으로도 5층 야외 데크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제집과의 위치, 가격 등등 모든 게 좋았네요. 기-인 고민 끝에 ‘공공일호 너로 정했다!’같은 느낌?! (웃음)


Q. 운명이라고 느끼셔서 그런지, 공공일호 커뮤니티에 빠르게 적응하신 것 같아요.


 저는 공공일호가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잡히면서도 또 서로 배려해주시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사실 오픈된 공간이라 전화라든지 서로의 소리가 많이 들릴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서로 신경 써주시는 것들이 정말 잘 느껴져요.


 정말 아쉬운 건 제가 출장이 많다 보니까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을 잘 못 하는 거예요. 가볍게 취미 공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같이 네트워킹 하다 보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업 기회도 많이 발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출장이 없을 때는 꼭 참석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코난 님께서 제게 다른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세요!




네, 저도 혜윤 님의 공공일호 생활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즐거운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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