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호사람들] 어피티 박진영 대표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미디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창업에 도전한 진영 님. 청춘씨:발아, 필리즘, 미스핏츠 등을 통해서 청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정치·사회 콘텐츠를 만들어 일명 ‘사이다’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작년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돈 관리’에 도움을 주고 싶어,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 경제 미디어 ‘어피티’를 창업했습니다.
요즘은 어피티의 도움을 받는 이들이 많아져서 머니레터, 영상, 칼럼, 인터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셨는데요. 진영 님의 소중한 1시간을 함께 하며, 요즘의 어피티 이야기와 진영 님이 경험한 공공일호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공공그라운드 커뮤니티매니저 코난입니다. 요즘 어피티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먼저 듣고 싶어요.
처음에 어피티는 2534여성들을 위한 경제 미디어를 표방했어요. 지금은 3년차 이하 직장인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사회 초년생들을 아우르는 미디어가 되고자 해요. 사회 초년생들은 돈 관리 못 한다 어렵다 하지만,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못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배우면 충분히 잘할 수 있거든요. 저희 어피티는 사회 초년생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금융 생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자, 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더 갖춰가는 중이에요. 서비스로는 뉴스레터와 영상을 기획·제작 중이고요, 새로운 서비스인 (가칭)머니레터 베이직도 준비하고 있어요. 이거 이 인터뷰에서 처음 말씀드리는 거예요!
Q. 정말 감사합니다! 머니레터 베이직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머니레터 봐도 모르는 단어가 자주 나와서 어렵다는 분들이 계세요. 일명 금.알.못 분들이죠. 이런 분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금융 지식, 진짜 금.알.못 탈출할 수 있을 수준의 지식을 쉽게 설명해드리는 뉴스레터가 될 거예요. 네이밍을 확정한 건 아니지만, 베이직한 내용을 다룰 거여서 우선 머니레터 베이직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Q. 이런 새로운 서비스는 어떻게 준비하시게 되셨나요?
‘어피티 너무 좋은데, 어피티 본다고 돈 안모여요.’, ’어피티 보는데 아직 실천을 못 하고 있어요’라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그게 정말 아쉽고 안타까웠어요. 지식은 늘지만, 생활이 변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스프린트를 진행했어요. 여담이지만 저희는 이번 스프린트가 두 번째인데,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디어를 점검해볼 때 정말 좋답니다. 어쨌든 저희는 이번 스프린트에서 장기 목표로는 ‘고객들이 10년간 돈 걱정 없게 한다.’를, 구체적인 목표로는 ‘고객들이 돈 관리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서 삶이 변화되게 만든다.’를 세웠어요. 그리고 저희의 실행 과제로는 ‘신규 구독자가 유입되면 1) 돈 관리를 왜 해야 하는지 알고, 2)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3) 자신에게 맞는 솔루션 중 하나를 실천하는 것까지의 완벽한 경험을 만드는 것’을 두었죠. 이 과정에서 해결 방법의 하나로 나온 것이 (가칭) 머니레터 베이직이에요.
이 외에도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돈 관리 실천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무언가요. 온·오프라인을 겸한 모임이 될 수도 있고, 가이드 북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도 있어요. 사실 요즘은 폰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고 돈 관리도 그렇다고 하지만, 오프라인의 경험이 주는 느낌은 또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내가 이걸 진짜 실천했다!’라는 성취감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Q. 정보 전달의 역할을 넘어서 ‘실천’에 포인트를 두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시군요.
맞아요! 하지만 저희가 고객들의 금융 생활의 A-Z를 도와드리려는 건 아니에요. 저희의 목표는 기초체력을 길러드리는 거죠. 그다음부터는 각자 알아서 잘하실 거예요.
사실 젊은 여성분들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똑똑하게 잘 알아보고 과감하게 도전해보기도 하지만, 돈 문제만큼은 회피 성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취미 생활을 한다든가 화장품, 옷을 고를 때에는 인터넷으로 꼼꼼하게 알아보고, 가끔은 과감한 도전을 하시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금융에는 그게 쉽지 않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막연하게 느껴지고, 이게 잘 하는 건지도 판단하기 어려워요. 당연히 투자는 더 겁먹게 되고요. 자기한테 맞는 걸 찾기는커녕 시도조차도 어려운 거죠. 그런데 주변에는 ‘돈 관리는 각자 알아서 하는 거지’라며 내버려 두는 사람들이나, 책임감 없이 금융 상품 가입을 유혹하면서 소위 ‘고나리질’하는 사람들뿐이잖아요.
저희는 젊은 여성분들의 돈 문제를 조금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공감해드리고, 처음에 돈 관리를 해보는 시도, 그 리스크를 감당하시는 단계까지만 도와드릴 거예요. 그렇게 ‘시작’하고 나면 금방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가실 거라고 생각해요. 옷이나 화장품처럼요. 흔히 운동하러 갔을 때 PT 3번만 해도,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잘한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그 PT 3번을 제대로 도와드리는 거죠.
Q. 사업뿐만 아니라 칼럼도 쓰고 계시잖아요. 칼럼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네, 한겨레에서 제안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었어요. 저희 팀 인원이 넉넉하지도 않고, 글을 추가로 쓸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칼럼을 쓰면 윗분들이 알아주시거든요. 저희 부모님이 ‘아, 우리 딸이 이런 거 하고 사는구나’하고 아시고요. (웃음) 그리고 칼럼에는 제 생각, 제 의견을 온전히 담을 수 있잖아요. 저도 이제 금융에 관한 문제의식이 커졌어요. ‘핀테크 너무 좋지만 로켓페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로켓파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뉴스레터에 담을 수는 없잖아요. 뉴스레터는 구독자분들을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드리는 성격이 더 강하죠. 요즘은 칼럼에 제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놓고 있어요. 기회를 잘 잡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인트로를 쓸 수 있을까, 작은 지면이지만 어떻게 하고 싶은 얘기들을 딱! 딱! 넣을 수 있을까,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Q. 반응은 어떻던가요?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회의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너네 결혼 안 하면 다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칼럼이라는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은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며칠 전에 썼던 ‘비혼 재테크’에 대한 글도 반응이 좋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기혼 여성분들께는 조금 불편하게 와 닿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부분들도 생각하긴 했지만,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결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결혼이 재테크 수단은 아니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싶은 거죠.
진영 님의 칼럼이 궁금하시다면 이 곳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Q. 원래도 그러셨지만, 뭔가 더 분위기가 활력이 생긴 것 같아요. 어피티도, 진영 님도.
네, 안팎으로 잘 되고 있다고 느껴요. 우선 뉴스레터 구독자 수가 많이 늘었어요. 디에디트에서 저희를 소개해주셨는데 그걸 기점으로 입소문이 계속 났어요. 뉴스레터는 입소문이거든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콘텐츠’를 넘어서는 순간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요. 타깃 고객층의 구독자 수가 많아지면서, 저희에게도 기회가 많이 주어졌죠. 또 영상이 잘 제작되고 퍼지고 있는 것도 힘이 되어요. 사실 팀원이 두 명뿐인데도 꾸준히 영상이 나오고 있고, 그걸 또 많은 분이 봐주시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게 정말 중요한 동료요. 팀원이 저, 지인이 둘 뿐이지만 둘이서 쿵짝이 잘 맞아요. 제가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지인이도 거의 생각이 비슷해요. 또 감정적인 소모가 거의 없어요. 그렇다 보니 웬만한 건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반면에 각자가 맡은 일은 딱딱 정해져 있으니까 결정한 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빨라졌죠. 좋은 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입소문, 꾸준히 나오는 영상, 동료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어피티 요즘 탄력 받았다.’ 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어피티 머니레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에서 구독 신청해주세요.
Q. 진영 님께 지인 님은 어떤 파트너인가요?
지인이는 섬세하고 민감한 친구예요. 예민하고 그런 게 아니라, 깊은 생각에서 나오는 민감함이랄까요? 그러면서도 투명할 정도로 선한 사람이에요. 그렇다 보니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때에도 ‘아 이 친구가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싶구나’하는 걸 바로 알게 되어요. 지인이도 제 생각을 거의 다 알 거예요.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데서 오는 시너지가 있어요. 그리고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허풍이 생길 수 있거든요. 뭐라 설명하기 쉽지는 않지만요. 저도 그랬는데, 지인이랑 같이 있으면서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아, 이거 지인이가 들으면 웃을 텐데.(웃음)
또 어피티가 지금 새로운 일들을 많이 벌이고 있지만, 이 친구가 없으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인이 대신 새로운 누군가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도 들지 않고요. 어피티는 박진영의 어피티가 아니라, 박진영과 강지인의 어피티죠. 제가 대표로 있기 때문에 이런 마이크(?)들이 제 앞으로 오지만, 저는 앞으로는 지인이의 이야기도 많이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인이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곧 공공일호 사람들에서 지인 님을 한 번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
Q. 이제 공공일호의 셀럽인 진영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3월 타운홀이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공공일호에서는 매달마다 입주 멤버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합니다. 진영 님은 3월 타운홀에서 ‘사회 초년생을 위한 필수 재테크’를 주제로 미니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타운홀 홍보 포스터가 공공일호 곳곳에 붙어있었잖아요. 그때 거꾸로 캠퍼스 학생들이 저한테 관심을 정말 많이 가져줬어요. 막 지나가다가 말 걸고 그러면서 (웃음)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신기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죠. 근데 타운홀 강연이 끝나고도 저를 자주 찾아오는 거예요. 책도 빌려 가고, 일부러 4층(코워킹스페이스 공간)까지 올라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Q. 어떤 걸 물어보았나요?
창업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과정으로 창업했는지, 저희가 창업하면서 거쳤던 문서들도 보여줬어요. 이후에도 3층(거꾸로 캠퍼스)에서도 한 번 강연했었어요. 그때도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실천하려 하고 호응해주는 거예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예뻐 죽겠고, 저도 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해요. 같이 수다 떨다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그러면 ‘더, 더 얘기해봐’ 이러면서 더 들으려고 하고요. 이렇게 똑똑하고 예쁜 아이들이랑 같은 공간에 어울려있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Q. 3층에서만 핫하지 않으시잖아요. 4층 코워커 분들과도 더 가까워지신 것 같아요. 역시 셀럽.
어느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사실 전에 어피티가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팀 내적으로도 힘들었고, 구독자 수도 정체되어있고, 돈도 없고 그랬어요. 게다가 저희를 많이 챙겨주셨던 메디아티 강정수 박사님도 자주 안 오시게 되시니까 더 걱정했죠. 우리 어떡하지? 이러면서요.
그런데 그 기간에 래환 님께서 저희를 잘 달래주셨어요. 또 제가 주말에도 사무실에 자주 나오는데요, 같은 주말 출근러로 대우 님, 기민 님이 계세요. 사실 대화를 많이 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같은 공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그렇더라고요. 걱정했던 거랑 다르게 정말 자연스럽게 다른 분들과 잘 어울리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몇 주 전에 화이트보드를 기증해드렸잖아요. 저희 자리 옆에 세워져있던, 칸막이 같던 보드요. 그것도 원래 있으면 쓸 일이 있을 텐데, 좀 더 오픈 마인드로 있으려고 일부러 정리한 거예요.
물론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일하려고 모인 것이긴 하지만, 사실 좋은 관계를 맺으면 함께 다양한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잖아요.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매니저님들의 고민도 깊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공적인 업무 공간에서, 사적인 관계도 형성해서 케미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커뮤니티 매니저들까지 생각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Q. 3, 4층 분들과도 연이 깊어지셨지만, 공공일호 5층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5층 야외 데크랑 001라운지를 정말 좋아해요. 작년 5월, 딱 이맘때네요. 왈 팀이 ‘아오:아깝잖아, 이 5월이’라는 이름으로 5층에서 행사를 하나 진행하셨어요. 001라운지에서 스크린 내려서 넷플릭스 보면서 맥주 마시는 행사였어요.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읽어주고. 크게 뭘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정말 힐링이었어요. 그냥 힐링이라고 표현하기도 아쉬운, 충격적으로 좋은 기억이에요. 그 후로 5층이 정말 좋아졌어요. 그리고 그 행사를 열어주신 왈 팀도요. 나중에 왈 팀이 나가셨을 때 저 막 울고 그랬어요.
그리고 5층뿐만 아니라 그냥 공공일호의 이 위치, 이 공간이 정말 좋아요. 여기서 일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사실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지만, 이렇게 상징적인 공간에서 좋은 풍경을 보면서 일하는 건 큰 메리트예요. 언젠가는 이곳을 나가게 될 때도 무언가를 달성하고 의미 있게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자서전을 쓸 때 공공일호에 대한 이야기는 꼭 담을 거예요. 이미 제 자서전에 정말 많은 페이지를 차지할 예정인 공간이에요.
공공일호에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