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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Sep 24. 2019

공공일호 관찰기 <엘리베이터 편>

공공일호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대학로의 상징 공공일호에는 유난히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각 층이 100 평 정도 규모이고, 엘리베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3층과 4층에 근무하는 사람들만 봐도 200명에 가까운데, 왜 공공일호의 엘리베이터는 6명이 정원인 소규모로 설치된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가끔 행사가 있어 5층을 방문하시는 단체 손님 분들은 한번에 다 탑승하실 수가 없어서 계단을 이용하시는 일도 생깁니다. 왜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작은지 종종 여쭤 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 엘리베이터 사진>


공공일호에 엘리베이터가 생긴 것은 2012년입니다. 건물이 지어진 게 1979년도니까, 33년이 지난 후에야 엘리베이터가 생겼습니다. 김수근 건축가가 처음 공간을 설계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건축물에서 엘리베이터는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건축가는, 미래를 상상하며 엘리베이터가 놓일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생기기도 전의 일입니다. 미래의 사람들이 건물을 오르내리는 상상을 하며,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는 엘리베이터를 위해 계단 옆 공간을 비워 두었던 사려깊음에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는 순간입니다.



< 1층 평면도_2012 증축 당시 >


김수근 건축가가 1979년 건물 설계 당시 비워둔 샤프트(엘리베이터가 승강하는 통로)의 크기에 맞추어, 공공일호에는 2012년 증축 당시 귀여운 엘리베이터가 생겼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생기면서 건물의 활용성이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과거에는 1층에서 바로 접근하기 좋은 2층이 샘터사가 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으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후에는 옥상의 “도래샘” 이라는 휴게 공간과 가깝고 높은 층에 위치해 전망이 좋은 4층이 메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 4층 코워킹 스페이스 사진 >


엘리베이터를 흔히 수직 혁명(토지이용 가치의 혁명)을 이끈 작은 상자라고 하죠. 그 혁명이 2012년, 공공일호에도 작게나마 일어났습니다.



아시나요? 고층 빌딩이 생기고, 이를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생긴 것 같지만 사실 반대라고 해요.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더 높은 곳에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오르내리기 편한 저층이 가치 있는 공간이었다면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인해 수직이동이 편해지자 사람들은 전망을 가치있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의 가치 중심이 저층에서 고층으로 이동한 것이죠.



< 5층 001테라스 사진 >


같은 맥락에서, 공공일호에도 가치의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2012년, 기존의 4층 건물에 1층을 증축하면서 휴게 공간인 “도래샘” 이 생겼습니다. 도래샘은 샘터 직원들의 식당이자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2018년 공공그라운드가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통하여, 휴게 공간을 루프탑 라운지와 테라스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동숭동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사람들을 위로 끌어당기게 되었고, 새로 생긴 5층의 아름다운 공간은 현재 공공일호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위한 쉼터이자, 북토크, 콘서트, 시낭송회, 파티 등 가장 멋진 행사들이 일어나는 대관 공간입니다.



< 5층 001라운지 사진 >


김수근 건축가가 비워둔 엘리베이터 샤프트에는 공간이 지속되고 확장되길 바랐던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작은 엘리베이터는 5층에 새로운 쓰임새가 생기게 만들어 주었고, 창고로 쓰이던 고층부가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도록 했습니다.



< 공공일호 사진 >

쉽게 건물을 짓고 허무는 요즘, 언제 들어설지 모를 무언가를 위해 30여년 공간을 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는 김수근 건축가의 상상력과 그의 상상에 모든 것을 맡겼던 건축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은 엘리베이터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혜화에서 공간이 지속되길 바랐던 건축가의 꿈이 담겨있으니까요.



공공일호 관찰기 #1에서는 엘리베이터에 관해 다뤄봤습니다. 공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간을 꿈꾼 건축가와 공간 개념 및 쓰임의 확장, 모두를 위한 공간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 편에, 공공일호의 다른 모습을 또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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