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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Oct 25. 2019

가을과 함께 찾아온 낭만 카페

공공일호 사람들 작당모의 - 공카페

001라운지에서 커피를 끓여 마시던 석진님을 마주쳤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공공일호 사람들은 작은 작당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걸요. 무엇을 하든 상상 그 이상, 퀄리티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합니다.

오늘은 선물 받은 모카포트 하나로 일일찻집까지 열게 된 "공카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공카페가 등장한 것은 한 달 전쯤,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올라간 001라운지에서 마주치고야 말았습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커피를. 


생일 선물로 받은 모카포트 ⓒ 공석진


공씨아저씨네를 운영하는 공석진 님은 올해 봄, 이탈리아로 떠난 여행에서 에스프레소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맛으로 한 잔, 그리움으로 한 잔 먹었는데, 이번 생일 선물로 모카포트를 받으셨대요. 하필이면 집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가스버너용 모카포트였고, 하필이면 사무실 위층에 여유를 즐기기 좋은 야외 데크가 있었지요. 공카페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출했던 공카페가 점점 규모를 갖추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람막이, 전용 잔, 마미체, 거품기, 원두와 설탕까지. 오픈 시간을 물어보는 손님이 생기고, 주문 예약이 폭주했습니다. 카페 경험이 있는 농사펀드 에디터 장시내 님을 영입한 뒤로 우유를 넣은 신메뉴 '공공그라떼'와 '캪취노'까지 개발되었습니다.


장비가 점점 늘어나던 공카페 ⓒ 공석진


"라운지에서 일일찻집을 해보면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풍경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석진님의 제안에 공카페 일일찻집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라운지의 정취가 좋기도 했지만, 저는 공공일호의 일상 풍경을 바꾸어놓은 공카페를 널리 알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원두를 담는 침착한 손길을 보면 복잡하던 제 마음도 차분해졌고,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얼굴로 커피를 끓이는 모습이 기분 좋았거든요. 무엇보다도 입주 멤버가 직접 제안한 이벤트였기에,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몹시 뿌듯하고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뷰 맛집, 햇살 맛집, 그림자 맛집, 노을 맛집 001라운지 ⓒ 우주


게다가 공공일호 1층, 현재 스타벅스 자리는 원두커피와 인연이 깊습니다. 난다랑부터 밀다원, 자바커피, 엔젤리너스, 그리고 스타벅스까지 대대로 카페가 자리 잡고 있거든요.


특히 난다랑의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난다랑은 1979년 샘터 사옥 완공 당시 문을 열었는데요. 우리나라 원두커피 체인점의 시초라고도 합니다. 밀다원은 1980년대 서울의 3대 맞선 장소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답니다. 


왼쪽에서부터 덕진, 우듀, 디내, 듀영, 디윤 ⓒ 이진희


공카페 준비를 위해 어벤저스가 모였습니다.


공석진 님과 장시내 님은 커피를, 저는 공간 운영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농사펀드 에디터 이주영 님이 메뉴판과 정산을 맡았고, 요리를 사랑하는 김지윤 님은 공공일호의 벽돌을 닮은 수제 쿠키를 구워오기로 했습니다. 당일에는 이진희 님이 행사장 곳곳의 모습을 멋지게 남겨주었습니다.


실명을 밝히지 않았고, 재미있는 놀이로 즐기고 싶은 마음에 이름도 바꿔 불렀습니다. 각자 이름에 들어있는 'ㅅ'과 'ㅈ'을 'ㄷ'으로 바꾸어 보았어요. 발음이 귀엽지 않다면 조금 더 변형을 주었습니다. '시내'는 '디내'가, '우주'는 '우듀'가 되었어요(이하 별명으로 작성).


공카페 첫 회의 ⓒ 우주


10월 첫 주, 첫 회의가 있었습니다. 어벤저스를 모집하며 이미 각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정해두었기 때문에 막힘없이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베테랑다웠죠.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서빙할 손이 모자라 급히 공공그라운드 인턴 조이를 섭외했습니다. 커피 잔이나 핸드 드립용 필터 등 물품, 당일 선보일 메뉴, 동선, 결제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주변에 공카페 소식을 전하자마자 후원사도 결정되었습니다. (재)아름다운커피에서 커피 원두, (주)네니아에서 유기농 사과즙, (주)농업법인도담에서 과일 세트를 보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후원사 물품을 세팅해둔 공카페 현장 ⓒ 우주


한편, 공카페를 열기로 결정한 날부터 덕진의 커피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오전, 오후마다 다양한 커피 제조 방법을 익혔어요. (디내가 현란한 솜씨를 뽐냈다는 소문이...)


커피부의 고심 끝에 메뉴도 결정되었습니다. 커피 메뉴로는 공카페 시그니처 모카포트로 만드는 '에스프레쏘(에스프레소)', '캪취노(카푸치노)', '공공그라떼(라떼)', 디내의 핸드 드립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카페인 음료를 즐기지 않는 분들을 위해 디내가 직접 끓인 마살라 차이와 유기농 사과즙, 심심한 입을 달래는 과일 플레이트를 메뉴판에 올렸습니다. 디윤이 만들어 올 쿠키는 음료와 곁들여 드리기로 했습니다.


공공그라운드 SNS를 통해 정식으로 공지가 나간 날부터 공카페 예약 손님이 줄을 이었습니다.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준비팀 모두 즐거워졌어요. 수시로 단톡 방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 친구를 초대하고, 공공일호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커피부 디내, 덕진 ⓒ 우주


10월 16일 오후 다섯 시, 드디어 공카페의 반짝 영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손님으로 카카오봄 대표님을 맞이했습니다. 풍미가 좋은 초콜릿과 함께 방문하셨어요. 이어 4층에서 함께 생활하는 LAB2050 팀도 공카페를 찾아주셨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에 커피부 손길이 바빠집니다.

(LAB2050 고동현 연구원님께서 전기포트를 빌려주셔서 한층 수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플레이팅마저 예사롭지 않았던 디저트부 디윤의 과일 플레이트 ⓒ 우주


디저트 담당 디윤도 분주했습니다. 과일 플레이트의 인기가 어마어마했거든요. 한숨도 쉬지 않고 멜론을 자르는 손길에서 결연함마저 보였습니다. 플레이팅을 계속 바꿔보는 섬세함까지 갖춘 디윤.

직접 구워 온 수제 쿠키도 부드럽고 진한 맛에 모두 감동했답니다.


사진작가 디니의 부상 투혼 ⓒ 우주


노을이 가장 아름다웠던 때에는 거꾸로캠퍼스 선생님들께서 라운지를 제대로 즐겨주셨습니다. 사진작가 디니 덕분에 멋진 사진이 탄생했습니다. 디니의 부상 투혼, 감동적이지 않나요?


거꾸로캠퍼스 선생님들 ⓒ 이진희


듀영과 됴이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듀영은 손님맞이와 함께 메뉴 설명, 계산까지 담당했습니다. 손님이 당황하지 않도록 차분히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분의 정확한 계산과 신속한 주문 전달, 서빙이 없었더라면 공카페는 조금 혼란스러웠을지도 몰라요. 각자의 역할을 지키는 책임감과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공카페를 더욱 빛냈습니다.


정산을 담당한 전자두뇌 듀영과 메뉴판 ⓒ 이진희


카페라면 뭐니 뭐니 해도 음료 맛이 좋아야겠죠!


디내가 직접 끓여 온 마살라 짜이는 디카페인 파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가장 빨리 품절되었어요.

커피 중에서는 모카포트로 끓여낸 에스프레소와 핸드 드립이 가장 인기 있었습니다. 쫀쫀한 거품이 올라간 카푸치노도 아주 고소했다고 해요. 방문해주신 분들 모두' 커피가 너무 맛있다'며 엄지를 세웠습니다. 


커피부 디내, 덕진 ⓒ 이진희


맑은 날씨 덕분에 아름다운 노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은 조금 찼지만 기분 좋은 가을밤이었어요. 디내와 덕진이 선곡한 재즈, 90년대 한국 가요로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요.


노을 맛집 공공일호 ⓒ 우주


공카페 영업 수익금은 재료비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기부하기로 했었는데요. 영업 종료 후 철저하게 정산해서 (재)아름다운커피의 '우먼스커피'에 기부했습니다. 기부처는 동전 던지기로 공평하게 결정되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손님들 ⓒ 우주


찾아와 주신 분들이 공카페를 여유롭게, 때로는 다정하게 즐기는 모습에 운영진도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기획했던 이벤트 중에 가장 좋았던 날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아요.


따뜻한 행사를 함께 기획한 공카페 준비팀, 그리고 반짝 영업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 다른 이벤트로 만나요!



글, 사진 | 우주

사진 자료 | 공석진, 이진희


* 공카페 히스토리 더 보기 (링크)

* 공씨아저씨네 공석진님 인터뷰 (링크)

* 농사펀드 이진희님 인터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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