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무는 곳, 글이 남는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

by fabio Kim

햇살이 창가를 스치는 아침,

나는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종이를 바라보았다.

1.jpg 햇살이 비추는 창가 배경으로, 시작하기 전의 막막함과 기대감을 담은 고요하고 사색적인 이미지 입니다.


아무런 문장도 적혀 있지 않은 그 공백은 마치 내 마음속의 텅 빈 공간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는 순간, 손끝이 떨렸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바로 그 막막함이, 내가 지금껏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게 했다.


우리는 종종 ‘글을 쓴다’는 행위를 정보를 전달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으로만 여긴다.


그러나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는 거울이자,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는 나침반인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첫걸음이다.


2.jpg 오래된 일기장을 펼쳐보고 있는 손. 희미하게 보이는 글씨와 그 위로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이미지 입니다


어느 날 밤, 나는 오래된 일기를 꺼내 보았다. 10년 전의 내가 쓴 문장들은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그 속에서 분명히 살아 있는 감정들이 있었다.


슬픔, 기쁨, 두려움, 희망.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감정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당시의 나는 그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지만, 지금의 내가 그 글을 읽으며 깨닫는 것은, 그 모든 감정들이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글쓰기는 감정의 흐름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감정에 휩쓸리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글을 쓰는 순간,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 된다.


내가 왜 이 순간에 슬펐는지, 왜 그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기대가 깔려 있었는지. 글을 통해 우리는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러한 글쓰기는 곧 자기 인식의 연습이다.


존재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왜 그것을 느끼는가를 탐색하는 일이다.


우리의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닌, 내면의 신념과 가치관, 경험의 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글을 쓰며 그 감정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무의식적 오류와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았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그 말이 나를 무시했다고 느끼며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통해 그 감정을 추적해 보면, 실은 내가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를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욕구는 그 말을 한 상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글은 감정의 실체를드러내는 거울이다.


3.jpg 고요한 공간에서 한 사람이 명상하듯 글을 쓰고 있는 모습 입니다.


생각이 머무는 곳, 글이 남는다.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리의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생각들은 대부분 흐르고 만다.


그러나 그 중 어떤 생각이 머무르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글로 남기고자 한다. 그 글은 단순한 기록

이 아니라, 내가 존재했던 흔적이자, 내가 성장한 증거다.


문학에서 은유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것은 감정을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수단이며, 독자로 하여금 글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열쇠다.


글을 쓸 때, 나는 종종 바람을 은유로 삼는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글은 그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행위다.


명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글을 쓰다 보면, 세상의 소음이 멀리 물러난다. 그 순간, 오직 나와 내 감정만이 존재한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직면할 수 있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글쓰기는 그래서 치유이기도 하다.


말로는 풀리지 않았던 마음의 매듭이, 글로 풀리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글이 모든 문제의 답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글은 질문을 던진다. “왜 나는 이 일을 떠올렸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결코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질문들을 글 속에 남기며, 우리는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


존재란 무엇인가. 관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상대성은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형상화하는가.


이러한 철학적 사유는 글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한 감정의 기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렌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4.jpg '글쓰기'를 통한 성장과 삶의 확신을 상징하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생각이 머무는 곳, 글이 남는다.


이 문장은 이제 내게 단순한 주제가 아닌, 삶의 방식이 되었다.


매일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기며, 나는 나를 이해하고, 나를 다스리고,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나를 지탱하는 무형의 힘이 되어주고 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생각에 머물렀는가. 그리고 그 생각을 글로 남길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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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지나가고, 인간은 남는다》 연재는 총 8회로 구성됩니다. 다만 1~2회는 연재 등록 이전에 개별 발행되었기에, 현재 연재 목차에서는 3회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글은 ‘1회’로 표시되지만 실제 연재의 세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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