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로

기억과 감정, 물질이 아닌 감각으로 남는 삶의 흔적들

by fabio Kim

사진 한 장이 시간을 되돌렸다.


어느 흐린 오후,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그 사진은 테두리가 바래고 모서리가 구겨져 있었다. 그저 평범한 가족사진일 뿐이지만, 손에 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기술은 진보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이런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시간의 흐름 너머로 데려가는 걸 보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사실 '사진'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든 느낌이 아닐까...


5.jpg



“사진 속 어린 시절의 나와 할머니"


나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웃고 있다.

할머니는 나를 감싸는 손길이 부드럽고, 눈빛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다.

나는 이 사진을 수십 번 본 적이 있지만, 오늘은 다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곳, 기억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서서히 되살아난다.


바로 '감각'이다.


6.jpg


할머니 손바닥의 따뜻함. 그분 옷깃에서 나던 담쟁이 향기.

그리고 그 품 안에서 느껴졌던 고요한 숨결. 이 모든 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내 몸은 기억한다.”

“마치 오랜만에 익숙한 멜로디를 듣는 것처럼, 생각보다 느낌이 먼저 반응한다.”



사진과 기억의 거짓말


그런데 이상하다. 기억은 자주 왜곡된다는 것을 안다.

'기억한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사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나 사진을 보고 재구성한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허구 속에서도, 감각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날의 햇빛이 창가에 떨어지던 각도. 바람이 커튼을 살랑였던 리듬.

할머니가 웃을 때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던 그 떨림.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내 "몸" 깊숙한 어딘가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7.jpg



사진은 단지 그 여운을 깨우는 열쇠일 뿐이다.


우리는 기억을 믿지만,

진정한 위로는 기억 너머, "몸" 이 간직한 온기에서 온다.


물질로서의 "사진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사진이 불러낸 "그날의 공기" 는 영원히 내 안에 살아 있다.


현재의 나와 그 감각의 연장선


이제 나는 더 이상 어릴 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할머니도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분의 온기와 고요함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쉰다.


때로는 아침 햇살이 벽에 닿는 각도가 그날과 같을 때,

"혹은" 누군가의 손길이 익숙하게 다가올 때,


"나는' 그 기운을 다시 만난다.


기술은 사진을 디지털로 바꾸고,

메모리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지만,

진정한 ‘기억’은 저장되지 않는다.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감각으로서,


존재의 흔적으로서 우리 안에 스며든다.


4-1.jpg



"그래서일까.


이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로는 단순한 향수를 넘어서,

내가 "누구인가' 에 대한 근원적인 "확인"이다.


오늘 오후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칠 때, 그 따스함이 조용히 나를 깨운다.

나는 기억 속 그림자가 아니라, 감각으로 살아 있는 존재임을 느낀다.


그 깨달음은,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다시금 내게 속삭여준다".



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된사진한장이주는위로 #기억과감정 #삶의흔적 #감각의기억 #내면의성찰 #사라진시간 #사진속침묵 #존재의여운 #철학적독백 #감성에세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끊어짐이 주는 선물, 디지털 디톡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