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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전히 손글씨를 쓰는가

속도가 아닌 깊이, 기술이 아닌 온기를 향한 작지만 큰 실천

by fabio Kim

“손끝에 남은 온기, 사라지지 않는 흔적”


“오늘도 나는 펜을 들었다. 컴퓨터 모니터 속 창들이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히며, 알림은 화면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키보드 자판은 내 생각보다 먼저 문장을 완성하지만.. 오늘도 나는 여전히 종이를 펼치고, 손으로 글씨를 쓴다.”



책상 위 낡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다. 그 안에는 방향 없이 빼곡하게 흩어진 글씨들이 담겨 있다. 그 어지러운 흔적 속에는 분명 지금의 내가 아닌, 어제의 나,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의 내가 살아 숨 쉰다. 기술이 모든 것을 빠르게 연결해 주는데, 나는 왜 여전히 느리게 쓰는 이 행위를 반복하는 걸까? 속도보다 깊이를, 편리함보다 온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속도가 아닌 깊이, 기술이 아닌 온기를 향한 작지만 큰 실천이 아닐까...



“느림의 떨림, 기억의 깊이”


초등학교 시절, 나는 매일 밤 일기를 썼다. 그날 먹은 반찬, 친구와 싸운 이야기,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까지. 그 글씨는 서툴렀지만, 감정은 진실했다. 지금 다시 그 노트를 펼치면, 글씨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그날의 공기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던 바람, 연필을 쥐던 손의 땀, 그리고 내면을 스치던 잔잔한 울림. 손글씨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그건 감정의 흔적이었고, 존재의 증명이었다.



펜을 쥐는 순간, 나는 내 감정을 천천히 마주하게 된다. 슬픔은 글씨의 눌림으로, 기쁨은 획의 경쾌함으로 드러난다. 그 어떤 기술도 이 손끝의 온기를 흉내 낼 수 없다. 나는 손글씨를 쓰며, 나를 다시 만난다.

그건 느림의 미학이자, 기억의 깊이를 향한 작은 실천이다. 그렇기에 손글씨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서, 존재의 흔적이 된다. 기술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지만, 손글씨는 영혼의 온도를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타자기와 키보드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손글씨는 ‘느낌’을 고스란히 남긴다.

그 차이를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게 느낀다. 손글씨는 결국, 나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기술은 빠르지만, 온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살아간다. 음성으로 문장을 완성하고, AI가 감정을 분석하며, 클릭 한 번으로 마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 속도는 감정을 얕게 만든다.


빠르게 전해진 말은 빠르게 잊히고, 빠르게 위로받은 마음은 빠르게 다시 무너진다...



손글씨는 느리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동안, 나는 내 감정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낀다.

그 느림 속에서 감정은 더 깊어진다. 기술은 정보를 주지만, 손글씨는 관계를 만든다.


“우리는 왜 점점 더 빠르게 살아가면서도, 더 깊은 연결을 갈망하는 걸까?”


“손끝에 남은 온기, 사라지지 않는 흔적”


오늘도 나는 펜을 들고, 종이를 펼친다. 글씨는 여전히 서툴고, 삐뚜러 지지만… 그 안에는 나의 온기가 있다. 그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기술은 나를 빠르게 연결하지만, 손글씨는 나를 천천히 이해하게 한다.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나를 만나고, 타인을 느낀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손글씨를 쓴 순간을 기억하는가? 지금, 당신의 손끝은 어떤 온기를 품고 있는가? 그 온기는 단지 체온일까, 아니면 잊히지 않으려는 마음의 감정일까. 우리는 왜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깊은 감정을 남기려 하는 걸까.


혹시 당신의 손끝에 남은 그 온기야말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당신의 흔적이 아닐까...




[감사의 말씀]

「기술은 지나가고 인간만 남는다」 1화부터 8화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구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도 '느림의 가치'를 함께 나눠주신 덕분에 이 글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따뜻한 온기를 가진 기록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구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곧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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