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세상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보다 함께

by 다시 자라는 어른

1. 젖지 않게 하겠다는 오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방어'였다. 이 험한 세상의 차가운 빗줄기가 아이의 보송보송한 뺨에 닿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커다란 우산을 준비했고, 바람이 불면 내 외투를 벗어 아이를 감쌌다.


아이가 인생의 웅덩이를 만나면 번쩍 들어 올려 마른 땅으로 옮겨주었다. 그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삶이라는 계절은 부모의 우산 하나로 다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우산을 넓게 펼칠수록 아이는 빗소리의 경쾌함을 듣지 못했고, 비 온 뒤에 뜨는 무지개의 설렘을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언젠가 내가 곁에 없을 때 쏟아질 소나기를 아이가 홀로 견뎌낼 재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2. 처음으로 우산을 접던 날

아이가 처음으로 친구 관계에서 좌절을 겪고 돌아온 날이었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어깨는 비에 젖은 새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누가 그랬어? 엄마(아빠)가 해결해 줄게"라며 당장 아이를 마른 곳으로 데려가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우산을 펼치는 대신, 아이 곁에 가만히 주저앉았다. 아이의 젖은 마음속으로 나도 함께 걸어 들어갔다. 아이가 느끼는 슬픔의 온도를 함께 느끼고, 그 눅눅하고 축축한 감정의 웅덩이에 나도 기꺼이 발을 담갔다.


"많이 속상했지? 엄마(아빠)도 그런 적이 있었어. 지금은 비가 좀 많이 오네."



3. 함께 젖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억지로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음에도, 아이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아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함께 비를 맞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얻는 듯했다.



보호받는 존재는 외롭지만, 동행하는 존재는 단단해진다. 우산 속에서 마른 채로 "비는 곧 그칠 거야"라고 말하는 방관자보다, 옆에서 함께 젖으며 "지금 비가 오지만 우린 함께 있어"라고 말해주는 동료가 아이에게는 더 절실했다. 함께 젖어보니 비로소 보였다. 빗줄기는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통과해야 할 삶의 한 조각이라는 것을.



4. 젖은 옷을 말리며 자라는 아이

비바람은 아이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젖은 옷을 스스로 말리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찾아온다. 나는 이제 완벽한 지붕이 되기를 포기했다. 대신 아이가 비를 맞을 때 기꺼이 곁에서 나란히 젖어줄 수 있는 용기를 기른다.


웅덩이를 뛰어넘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진흙탕에서 같이 발을 구르며 웃는 법을 배운다. 비에 젖어 무거워진 마음을 서로 말려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의 발자국은 어제보다 훨씬 깊고 선명해졌다.



사랑은 비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도 두렵지 않게 곁에 있어 주는 일이다. 너와 함께라면 나는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기쁘게 젖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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