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붕어빵 같은 우리,닮아가는 것은 외모만이

by 다시 자라는 어른

1. 거울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내 자식임을 부정할 수 없는 외모. 짙은 눈썹이나 웃을 때 살짝 처지는 눈매, 심지어 잠잘 때의 고약한 잠버릇까지 나를 쏙 빼닮은 아이를 보며 사람들은 '붕어빵'이라며 웃음꽃을 피운다. 나 역시 그 닮음이 신기하고 기특해 아이의 얼굴을 한참이고 뜯어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외형을 넘어 나의 '내면'까지 복사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비로움을 넘어 때로 서늘한 공포로 다가왔다. 아이가 단순히 내 피를 이어받은 존재를 넘어, 나의 사소한 습관과 말투, 심지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고스란히 비춰내는 '움직이는 거울'이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 말하지 않아도 전염되는 것들

"아이쿠, 참나!" 아이가 장난감을 떨어뜨리며 내뱉은 추임새에 나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평소 내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무심코 내뱉던 특유의 말투였다. 아이는 가르쳐준 적 없는 나의 짜증 섞인 한숨을 닮아 있었고, 내가 누군가와 통화하며 짓던 미묘한 표정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내가 공들여 가르친 예절보다, 내가 가르치려 한 적 없는 나의 '민낯'을 아이가 더 빠르게 흡수한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하는 나의 입보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나의 손가락을 아이는 더 깊이 눈에 담고 있었다. 닮아간다는 것은 유전자의 힘을 넘어, 우리가 공유하는 공기의 결을 닮아가는 일이었다.


3. 아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뒷모습

아이가 친구와 놀다가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을 가만히 지켜본다. 화를 억누르며 입술을 깨무는 그 모습이, 갈등을 마주할 때 회피하려 드는 나의 고질적인 습관과 너무나 닮아 있어 가슴이 철렁했다.


'아, 내가 저렇게 화를 냈었구나.' '내가 저런 표정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었구나.'


아이는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나의 약점과 결핍까지도 거울처럼 선명하게 비춰주었다. 부모로서 아이를 훈육하기 전,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왔다.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 들기 전에, 그 습관의 원형인 나의 행동을 먼저 들여다봐야 했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이라는 거울을 보며 나를 수선하는 과정이었다.



4. 선명한 지도가 되고 싶은 마음

이제 나는 아이 앞에서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고른다. 내가 다정한 말을 건네면 아이의 세상에 다정함이 싹틀 것이고, 내가 누군가를 포용하면 아이 또한 넓은 마음을 배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정말 닮았네."


이제 이 말은 단순히 생김새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너라는 깨끗한 도화지에 내가 어떤 선을 그리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각하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다면, 너 또한 조금 더 빛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 붕어빵처럼 닮은 우리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내 삶의 궤적을 예쁘게 다듬어본다. 네가 닮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선명하고 따뜻한 지도가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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