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앞다투어 한다는 그거?
이과장, 우리 회사에서 제일 하고 싶은게 뭐야?
스타트업 투자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커리어, 특히 다른 대기업 동료들에게는 잘 볼 수 없는, 스타트업에서 투자 유치 해보고 했던 경험이 스타트업을 잘 보고 선별할 수 있을 거라는(가설) 생각을 했고, 이 가설을 검증하고자 CVC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에 이미 설립된 CVC보다는 설립 멤버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 떄부터 나의 보고서 지옥은 시작되었다.
CVC는 도대체 뭐야?
CVC의 정의 :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일반적으로 회사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의미
사실 해외에서는 CVC가 많아서 왜 한국은 없나 싶기도 했는데 한국은 금산분리 때문에 지주사들이 VC를 가질 수가 없었고 특히 대기업들은 보통 지주사형태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을 많이 소유하지 않았다. 차라리 VC에서 만든 Fund에 LP로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근데, CVC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CVC를 만든다는 게 물론 투자 법인을 따로 세운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벤처캐피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 라이센스를 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 라이센스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창투사 (자본금: 20억/관할: 중소벤처기업부) 신기사 (자본금: 100억 / 관할 : 금융위원회) 이렇게 나눠진다.
이렇게 CVC에 대한 인터넷에서 치면 나오는 정의들과 내용들을 가지고 나는 CVC 추진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 상무님이 좋아하는 왜 왜 왜?에서 이제 막히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CVC는 설립해야 하는가? 상무님이 시켜서? 근데 말이야.... 나는 CVC 설립한다고 해서 들어온건데? 갑자기 왜 나보고 이유를 찾으라는 거지?
근데 정말 왜 기업들은 CVC를 만든다고 나서게 된 것일까?
갑자기 나도 궁금해졌다. 갑자기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막 CVC 설립했다는 기사들을 본 거 같은데..
운용 수익 때문에?
세금 절감때문에?
근데 이게 보통 CVC를 만들면 나오는 장점들이다. 운용수익은 AUM의 2% + 성과보수, 성과보수는 우리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율을 넘어서면 그 넘어서는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 20% 벤처캐피탈이 가져갈 수 있다.
그래,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드는거지!!
아주 당차게 나는 이 답안을 가지고 상무님께 보고하기 시작했다.
너 운용수익이 얼마나 될 거 같아서 이걸 이야기하는거냐?
그래 한 백억은 움직여야 2억 2명의 연봉정도 해결하겠지? 뭐 2명 먹여 살리겠다고 CVC하겠다는거야?
나도 궁금했다. 회사는 영업이익도 막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투자하겠다고 자본금 막 묶어놔야 하는 이걸 하겠다고? 세금 좀 줄여줄 수 있고 이런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텐데?
결국 상무님과의 스무고개를 통해서 아주 기본중의 기본으로 돌아갔더니,
그래... 사실 CVC를 하는 건, Fund를 만들어서 외부 돈을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지.
벤처캐피탈 라이센스가 없으면 Fund를 만들 수가 없고, 외부 LP (쩐주)들은 세금 혜택이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굳이 Fund가 아닌데에 돈을 넣을리가 없고,
결국 돈통을 만들기 위해 CVC 만들게요. 너무 기본중의 기본이라 이걸 보고서에 넣어? 라고 생각한 답안이 사실은 진짜 위의 결정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답안이었다.
근데.... 말이죠?
벤처캐피탈 라이센스만 있으면, 외부 쩐주들이 돈을 넣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