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주 Jul 22. 2022

먹고 살 준비

한달살이 준비 -2

 인간은 얼마로 사는가?


계약 기간이 끝나가고 있어, 본격적인 제주살이 준비를 해본다. 게으른 P형이라 계획을 세우다 보면 금세 지치긴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가령, 들어가는 교통편, 숙소 예약, 가서 할 일, 먹거리 같은? 숙소는 반년 전 점찍어둔 곳으로 (아내가) 예약을 끝내 놨다. 제주에서 일주일 이상 지낼 생각이라면 렌트보다 차를 가져가는 것이 유리했다. 그래서 제주로 들고 날 땐 완도에서 배를 타기로 했다.     


큼지막한 것들을 해치우고 나니, 가서 살 준비를 해야 한다. 뭐를 챙겨가야 할까 이것저것 챙기다 문득 떠오른 질문, '인간은 얼마로 사는가?'. 짐은 되도록이면 가볍게 챙겨가자고 약속했다. 옷, 속옷, 양말 같은 의류들, 출장 갈 때 챙기던 작은 스킨로션, 가서 일할 때 필요한 노트북에 잠옷까지 가방 하나에 넣고 보니,

  '뭐가 더 필요하지?'

뭔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 외 생활에 필요한 소모품들은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화장지나 쌀, 반찬 같은 것들 말이다. 아내의 가방에도 조촐하다. 여자들은 원래 챙길게 많다고는 하지만, 한 달 살이에 작은 케리어 하나가 전부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 달 살이에 필요한 생활비는 목적지가 제주도로 정해지기 전부터 단기 적금을 들어 300만 원 조금 안 되는 돈을 준비해 두었다. 절대 적지 않는 돈이다. 인터넷에서 제주 한 달 살이 후기를 검색하면서 평균 금액을 추산했고, 7월 성수기를 감안해 넉넉하게 결정한 금액이었다. 제주도에서 두 사람이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구나. 이 참에 우리가 사는데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고민해 보았다.



 규칙들


본격적인 제주살이 준비를 하면서 아내와 규칙들 몇 가지를 정했다.      


규칙 1) 아침 운동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운동.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버릇을 들이기 좋은 계기가 된다. 산뜻한 아침 공기 마시며 산책 삼아 ‘솔방 솔방’ 걸어도 좋고, 조금 숨 찰 정도로 뛴다면 더 좋겠다. 아내와 아침 운동은 빼먹지 말자 약속했다.  


규칙 2) 점심은 식당을 이용하되 저녁만큼은 숙소에서 해 먹기

 여행 경비를 줄이는 목적도 있지만, 역시 한 달“살이”에 만들어 먹는 게 빠질 수 없다. 단순 “여행”도 아니고, 내 손으로 내 끼니를 지어먹는 수고로움이 '살이'의 흔적이니까.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짝수 날에는 내가, 홀수 날에는 아내가 저녁 식사를 맡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전적으로 담당하는 사람 마음이고,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모든 식사 관련 활동은 담당자가 책임지기로 했다.


규칙 3) 경비 지출에 관한 규칙

    집은 아내가 알아보고 결제까지 했으니, 생활비는 내가 맡았다. 제주에 도착해서 나서는 순간까지 발생하는 모든 결제는 미리 준비한   살이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살이가 끝나고 남는 돈이 있다면 기부하기로 했다. 많이 남길수록  많은 금액이 기부되도록! 반대로 준비한 경비를 초과하면, 초과 금액의 75 % 각출해서  150% 기부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규칙들은 경비를 줄여 보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규칙 4) 기부처 결정은 여행하면서 정하자

 제주살이가 끝나고 기부할 금액이 결정되면 어디로 기부를 할지도 정해야 한다. 이 부분은 제주에서 살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부처를 찾아 직접 하는 것으로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경비 절감이 있을까 관점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이번 여름에는 제주 한 달 살이에 도전해보려 한다. 부디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빌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의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