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핑계
400억 광년이 넘는다는 우주의 크기를 짐작하는 일은 도무지 쓸데없는 일 같다. 아직 우주의 실제 크기를 담을 적당한 단어가 없다. '매우 크다'라는 표현으로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견줄 수없을 만큼”의 의미를 가진 ‘무척’이라는 부사가 떠오르지만, 정확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숫자를 쓰자니 현실감이 사라진다.
천문학자는 비유를 들어 점점 확장하며 설명하지만, 단 몇 번만 반복하다 보면 금세 비현실적이게 된다. 예를 들어, 국제선 항공기의 비행속도 (800 km/h)로 우주를 달린다고 가정해 보자. 달까지 날아가는데 480시간, 즉 20일이 걸린다. 이 속도로 태양까지는 약 8712일이 필요하단다. 21년이 넘는 시간이다. 그리고 한평생을 고스란히 바쳐야 태양계를 겨우 벗어날 수 있다. 이미 현실감을 잃었다. 그 막연한 아찔함에 더 이상의 확장은 의미 없어 보인다.
먼 옛날, 대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인간의 본성을 '소우주'로 불렸다. 그 당시는 땅과 하늘과 해와 달과 별 정도가 우주의 전부이자 자연의 본질로 받아 들려 졌을 시기였다. 미미한 인간을 무려 우주에 견주었던 건, 우리 안에 있는 자연의 조화와 무한한 사유의 자율성이지 않았을까. 심지어 존재하지 않거나 있을 수 없는 것들도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각자 자신 안에는 본인만의 소우주를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 조각들을 무한한 밤하늘 구석에 차곡차곡 채워가는 느낌으로 쓰려한다. 가끔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