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준비를 하며 드는 생각

연구 능력과 별개의 발표 능력

by 인규

다음 주에 있을 학회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교수님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며 느낀 점들이 많아서 글로 남겨보고자 시작해 본다. 처음에는 선배의 석사 졸업 논문 주제였던 연구 주제를 이어받게 되어 새로운 연구를 갑자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석사 졸업논문 내용을 발전시켜서 학회 발표를 하고 다시 이를 발전시켜서 다른 학회 발표를 하고 이제 더 발전시켜서 같은 연구 주제로 후속 연구를 반복하여 벌써 세 번째 학회 발표를 가게 되었다. 제 자신만의 욕심인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연구에 부족한 점이 많은 탓인지 계속해서 후속연구를 이어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 같으면서도 부족한 점들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해당 연구 주제를 시작했을 때는 교수님의 대부분 조언은 연구하는 자세와 관련이 있었으나, 이제 연구를 마무리할 단계가 되어 학회 발표나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는 연구 내용보다는 발표하는 태도에서 피드백이 집중되었으며, 이 부분은 연구를 하면서 나타났던 양상과는 달라서 생각할만한 점들이 많았다. 결국 연구를 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의미가 생기는 직종이라, 알리는 방식과 전략이 최종적으로 수행한 연구에 대한 결과로 맞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특히 학회 하나하나에서의 연구성과 발표가 데뷔 무대처럼 중요한 대학원생의 입장에서는 그 알리는 방식의 중요도가 더욱더 중요하게 되는데, 이 발표를 임하는 자세가 연구를 하는 자세와 별도로 갖춰야 하는 능력이어서 정말 어렵게 느껴진다.


학회에서의 발표의 본질은 어떠한 연구를 했는지 상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보다는 인상적인 자기소개를 한다에 맞춰져 있다. 정확하고 상세한 연구 결과 및 해석을 한다는 것은 연구자의 양심이기도 하며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만,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스피치에서는 내가 수행한 연구에 관심을 갖게 하고 머릿속에 흥미로운 질문이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두 가지 면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면에서, 연구자에게는 연구능력과 발표능력이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부생 인턴 때 연구실에서 첫 발표를 마치고 나서, 발표는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 펼쳐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라고 선배들과 교수님께서 공통되게 말씀하셨는데, 아직까지도 이러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세계 3대 저널로 불리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논문들을 읽어봐도 짧은 논문은 두 페이지일 정도로 짧은 메시지를 던지는데, 사실 수행한 연구를 펼치라고 한다면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내용들이 나올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별로 없어서 2 페이지로 쓴 것이 아니라, 핵심만 본 저널에 담고 나머지는 다 참고자료로 별도 첨부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능력과 더불어서 발표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한 일에 대해 한 문장으로도 설명이 가능해야 하며, 1페이지로도, 10분 발표로도, 30분 발표로도, 2시간 강연으로도 가능할 정도로 핵심과 맥락을 잘 짚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슬라이드를 보고 드는 생각들을 써 내려가는 글처럼 대본을 작성하고 따라 읽는 것이 아닌, 내 슬라이드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슬라이드를 보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통하는 자리라고 생각을 다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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