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었다.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먼 곳에서부터 서서히 밤의 기운이 가시면서 해님이 다시 세상을 비추어 오는 것을 통디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통디는 눈을 뜨고 또렷한 눈으로 어둠이 가시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은 배고픈 사냥꾼들이 다닐 시간이라서 움직이면 안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밤에 들렸던 샤샤삭~ 하는 소리와 조용히 나뭇잎을 밟는 발자국 소리가 또 들렸다. 통디는 죽은 듯이 숨도 쉬지 않고 엎드렸다. 그래도 사냥꾼들은 통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통디는 두려움으로 정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때 아주 멀리서 “꼬옥~깨요! 꼭~ 깨구요~.”하고 힘차게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여러 소리들이 그 소리를 따라서 소리쳤다. “꼭~깨~요오. 꼭~깨~구~요.” 그러자 날이 훤하게 터 오르고 사냥꾼의 발자국 소리는 숲으로 사라졌다.
통디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도 고마웠다. 그 소리 덕분에 날이 더욱 빨리 밝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에 사냥꾼이 겁을 먹고 사라진 것 같았다.
날이 밝자 통디는 조용히 덤불숲에서 나왔다. 강가로 가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물 위에 떠 있는 죽은 곤충들을 먹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조금 있으니까 첫새벽 일행이 나타났다. 첫새벽은 통디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통디는 얼른 물에서 나와 첫새벽에게 인사를 했다. 암탉들이 밤에 사냥꾼에게 당하지 않고 용케 살아남은 통디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녀들이 다가와서 통디의 깃털을 골라 주었다. 통디는 암탉들에게 머리를 비볐다.
행복한 한낮이 시작되었다. 통디는 조심스럽게 어린 병아리들보다 뒤에 서서 첫새벽과 암탉 그리고 병아리들이 먼저 먹고 남은 풀잎을 뜯어먹었다. 그리고 어린 병아리들이 구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죽은 벌레를 물어다 병아리들에게 주기도 했다.
통디는 어린 병아리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이렇게 숲으로 나들이하는 게 부럽기도 했다. 통디는 그 아기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랑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게 되길 바랬다. 첫새벽은 이런 통디를 보고 심성이 고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첫새벽은 통디가 잠을 잤던 곳에 가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통디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자야 해! 여긴 네 냄새가 꽤 짙게 배어 있어. 사냥꾼들이 냄새를 따라와 오늘 밤에 네 둥지를 습격할 거야!”
첫새벽은 근처를 돌아다니다 2미터 정도의 전나무를 발견하고는 그 나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순간 날개를 퍼덕이더니 전나무 가지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전나무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몸을 납작하게 엎드렸다. 전나무 가지에 가려서 첫새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첫새벽의 모습을 본 암탉들이 너도 나도 날개를 퍼덕이더니 전나무 가지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첫새벽처럼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보고는 얼른 나무 아래 어린 병아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서 내려왔다.
첫새벽도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통디에게 말했다.
“너도 날개를 펼쳐서 날아 올라가 봐!”
통디는 첫새벽과 암탉들이 나무로 날아 올라가는 모습을 놀라서 지켜보았다. ‘저들도 백조가 맞았어! 저렇게 날 수 있잖아?’ 하지만 통디는 자기 날개를 보았다.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첫새벽처럼 날개를 퍼덕여 보았다. 역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내 날개는 이렇게 작을까?‘
통디는 숲 속 백조 유치원에서 백조 친구들이 자기 날개를 비웃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엄마가 긴 목을 빼고 우아하게 아주 오래된 소나무 위로 날아 올라가던 모습을 생각했다.
‘나만 날 수 없어. 백조 유치원 아이들도 이제는 모두 멋지게 날아오를 텐데.’
통디는 풀이 죽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곧 백조 유치원에서처럼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날개를 비웃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 날개만 비웃을까? 곧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웃으며 무리에서 자신을 몰아낼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통디를 비웃지 않았다.
암탉들과 병아리들은 변함없이 조용히 먹이를 찾아 흙을 헤치고 있었다.
첫새벽만이 통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너는 아직 다 성장하지 않았어! 너도 언젠가는 우리처럼 저 나무 위를 날아오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너무 늦지 않아야 해!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지!”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무리를 불러 모아 흙 목욕하기 좋은 덤불을 찾아 그 아래로 들어갔다.
암탉들은 흙 목욕을 너무도 좋아했다. 연신 “아, 시원해. 아이 좋아!”하면서 발로 구덩이를 파고는 몸을 파묻듯이 엎드렸다. 병아리들은 그런 엄마 몸 위에 올라탔다. 대장 첫새벽은 암탉들만큼 흙 목욕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첫새벽은 흙 목욕할 시간에 지렁이를 한 마리 더 주워 먹고 싶어 했다.
첫새벽이 발로 흙을 파서 지렁이를 찾았다. 통디도 그런 첫새벽을 도와 발로 흙을 헤쳤다. 토실토실한 지렁이 한 마리가 꿈틀거렸다. 첫새벽은 날쌔게 뾰족한 주둥이로 지렁이를 낚아챘다. 그리고 잠시 삼키기를 망설이다가 통디 앞에 지렁이를 툭 던졌다.
"먹어둬! 아무래도 네 날개가 빨리 자라야 할 것 같으니까."
통디는 첫새벽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야생의 동물은 자신이 낳은 어린 새끼를 제외하고는 다른 동물과 먹을 것을 잘 나누지 않는다. 그런데 대장 첫새벽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통디의 날개를 위해 자기 먹이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첫새벽은 도망가는 지렁이를 붙잡아 뾰족한 부리로 콕콕 찍어서 통디가 먹기 좋게 끊어 놓고는 다시 지렁이를 찾았다.
통디는 지렁이를 삼켰다.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통디도 지렁이를 찾아서 어린 병아리들 앞에 가져다주었다. 병아리들은 흙 목욕을 하고 있는 엄마 등에서 내려와 지렁이를 먹느라 소란을 피웠다. 그리고 첫새벽은 지렁이를 찾아서 몇 번은 자신이 먹고 몇 번은 통디에게 가져다주었다. 통디는 대장 첫새벽에게서 그렇게 먹을 것을 나누어 받으면서 자기도 언젠가는 자기보다 더 약한 동물들을 꼭 도울 거라고 다짐했다.
다시 해님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첫새벽 일행이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통디는 다시 첫새벽 무리를 따라갔다. 하지만 첫새벽은 무서운 눈초리로 통디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서 최선을 다해 살아 남아. 그 어디에도 안전이 보장되는 곳은 없으니까.”
첫새벽 일행이 멀리 둔덕 너머로 사라지자 통디도 서둘러 잠잘 곳을 찾아야 했다. 통디는 대장인 첫새벽의 말을 잘 새겨들었다. 그래서 첫새벽이 날아 올라갔던 전나무 아래로 가서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파닥이며 뛰었다. 하지만 땅에 나동그라지며 하마터면 발을 삘 뻔했다. 통디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올랐다. 또다시 땅에 처박혔다. 다행히 덤불숲 푹신한 낙엽이 깔린 곳이라 다치지 않았다. 다시 날아올랐다. 하지만 무거운 통디 몸은 날지 못하고 매 번 땅바닥 위로 곤두박질쳤다.
통디는 아직 날개가 다 자라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 해보려고 또다시 날아올랐다. 자신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섯 번째로 땅에 처 박혔을 때 통디는 여기저기 깃털이 빠지고 부러지고 멍이 들었다.
통디는 아픈 몸을 일으켜서 어제 잠을 잤던 곳으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통디는 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물가를 따라서 걸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덤불숲을 발견하고는 그 안에 들어가서 엎드렸다.
무섭기보다는 외로웠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통디는 자신이 버림받고 또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통디에게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한 뒤 엄마와 함께 백조 의사 ‘배불뚝’에게 갔던 일을 생각했다.
힐링동화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것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