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동화 첫 번째 이야기
어느 날이었다. 통디가 유치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일어섰다. 그때 “넌 백조들의 수치야! 엉덩이를 흔들며 천박하게 걷다니…….” 하고 말하던 최고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주저앉았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그래서 조심조심 근처에 있는 풀을 한 잎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냠냠냠 하며 정신없이 풀을 뜯어먹었다.
“얘, 너 그런 거 먹으면 못써~. 얼른 뱉어, 얼른!”
어느새 나타난 엄마 흰구름이 풀잎을 우물우물 씹는 통디의 볼을 탁 쳤다. 순간 통디 입에서 풀잎이 튀어 나갔고 통디는 땅에 나동그라졌다.
흰구름이 말했다.
“얘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네. 너 뭐 불만 있니?”
“엄마!”
통디는 반가운 마음에 엄마 품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초리로 매섭게 추궁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통디를 멈추게 했다.
“그래 불만이 뭐니? 엄마나 아빠가 너한테 소홀한 게 있었니?”
‘배가 고파서…….’
통디는 말하는 게 두려워 날개로 배를 가리키며 배가 고프다는 뜻을 알렸다.
"얘가 거짓말하고 있어. 매일 유치원에서 최고로 선생님이 맛있는 벌레를 잔뜩 주었다고 하던데. 그냥 놔두면 안 되겠어."
흰구름은 통디가 어릴 때 엄하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리로 통디를 몰아 대며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벌주는 덤불숲으로 데려갔다. 어린 백조들은 그곳을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흰구름은 통디를 그 덤불숲에 밀어 넣고는 말했다.
“이곳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아침까지 네가 무얼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어. 아침에 네 아빠랑 널 데리러 올 테니.”
흰구름은 희고 긴 날개를 우아하게 움직여서 소나무 위로 날아갔다. 통디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넋을 잃고 쳐다봤다.
“나도 크면 엄마처럼 저렇게 길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게 될까? 그리고 아무리 큰 소나무라도 가뿐하게 살짝 날아올라 앉을 수 있게 될까? 나도 빨리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통디는 생각했다.
통디는 덤불숲에 웅크리고 앉았다. 아직 작아서 덤불숲에 웅크리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아빠 품이 아닌 덤불숲에서 혼자 자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통디는 무서움에 떨면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었다. 붉은 해가 맑고 환한 햇살을 하늘에 드리우면서 떠올랐다. 그 햇살이 너무도 기분이 좋아 자기도 모르게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해님, 안녕하세요?”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통디의 목소리에서는 "꽥꽥~." 하는 소리가 났고, 여기저기 둥지에서 잠을 자던 백조들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로 통디가 있는 쪽으로 목을 길게 빼고 살펴보았다. 통디는 얼른 몸을 움츠리고 다시 덤불숲으로 숨어들었다.
‘아, 내 목소리가 자꾸 이상해지고 있어.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지.'
통디는 목을 움츠리며 생각했다.
조금 후에 엄마 흰구름이 아빠 푸른 산과 함께 덤불숲에 살짝 내려앉았다.
“통디야! 이리 나와. 너 오늘 나랑 의사한테 가야겠다.”
흰구름은 통디를 입에 물고 백조 의사 ‘배불뚝’에게 데려갔다. 아빠 푸른 산은 치료비로 근처 늪으로 가서 큼직한 개구리를 한 마리 물고 날아와 배불뚝 앞에 두었다. 배불뚝은 순식간에 개구리를 꿀꺽 삼키고는 통디를 요리조리 살폈다.
배불뚝은 통디를 살펴보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주 작군요. 게다가 목과 다리는 너무 짧아 기형에 가깝네요. 이런, 이런! 발 크기나 모양도 좀 이상하군요. 발이 이렇게 기형이니까 걷는 게 이상한 거예요.”
의사 배불뚝은 계속 통디를 살펴보았다.
“가만 날개가 어디 있지? 날개는 거의 자라지 않고 있네. 음, 세상에 이렇게 심각하게 기형인 아이는 처음 보는군. 태어날 때부터 이랬나요, 아니면 오염된 먹이를 먹였나요? “
엄마 흰구름은 눈꼬리를 치켜뜨며 말했다.
“오염된 걸 먹이 다뇨. 아침마다 깨끗한 냇가에서 잡아온 어린 물고기만 먹이며 키웠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이에겐 뭐든 최고 좋은 것만 해줬다고요.”
배불뚝은 통디에게 입을 벌리고 꾹~ 하고 소리를 내 보라고 했다. 통디는 의사 배불뚝의 말을 들으면서 너무도 무서워졌다. 간신히 입을 벌리기는 했지만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소리를 내었다가는 괴물이라고 낙인찍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소리 좀 내 보렴. 입을 벌리고 이렇게 꾸~.”
통디가 입만 벌리고 소리를 내지 않자 의사 배불뚝이 다시 말했다.
“쉽게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게 틀림없어요. 주둥이가 뾰족하게 모아져 있지 않고 노랗게 푹 퍼져있는 데다 목소리도 내지 못하네요.”
“불치병이라뇨. 말을 못 한다니요. 얼마 전까지 다른 애들처럼 옹알이는 잘 했는데요. 애는 앞으로 평생 말을 할 수 없는 건가요?”
아빠 푸른 산이 걱정 어린 얼굴로 되물었다. 의사 배불뚝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 흰구름이 화가 나서 푸른 산에게 화풀이를 했다.
“모두 당신 탓이에요. 당신이 나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것을 먹고 죽은 개구리를 먹였거나 뭔가 독성이 있는 걸 먹게 한 게 틀림없어요. 우리 자손 중에서 황금 거문고를 울리는 아이가 나오기는커녕 오히려 불치병 걸린 아이가 생기다니 너무 수치스러워요.”
엄마 흰구름이 화를 내다 급기야 흐느껴 울었다.
“조금 늦되는 아이일 수도 있어요. 아이는 명랑하고 착하지 않소! 우리 조금 더 노력해 봅시다. 조금 지나면 당신처럼 그 길고 날씬한 목과 다리 그리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하늘로 날아오를지 그 누가 알겠소.”
아빠 푸른 산이 엄마를 달랬다. 울음을 그친 엄마 흰구름은 통디를 입에 물고 둥지로 가서 맛있는 벌레를 잡아다 먹여 주었다. 그리고 다시 땅위로 데려가서 통디에게 걷는 연습을 시켰다.
아빠 푸른 산이 말했다.
“우리 백조들은 수 천 년 동안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게 걷는 법을 발달시켜 왔다. 그래서 백조는 온 세상, 모든 동물들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단다. 그래서 사랑받고 또 존경받는 거지.”
엄마 흰구름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 백조는 아름답게 걷고 우아하게 살아야 하는 거란다. 자, 어디 한번 엄마를 따라 걸어보렴!”
흰구름은 아주 천천히 느리게 한 걸음씩 걸었다. 엄마가 걷는 것을 자세히 본 통디는 뒤뚱뒤뚱 엉덩이와 머리를 흔들며 발바닥으로 땅을 쓸며 뒤따라 걸었다.
뒤에서 보던 아빠 푸른 산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엄마는 웃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넌 제대로 걷는 거 하나도 못하겠니?”
통디는 야단을 맞을수록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몰랐다. 자신이 걷는 모습이 다른 백조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디는 걸음걸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흰구름이 통디를 입에 물고 높은 소나무 위로 올라갔다.
“통디야, 저 하늘을 봐. 우리 백조들에게는 전해오는 전설이 있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하늘 높은 곳 어딘가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거문고가 있는데, 그 거문고는 가장 뛰어난 백조만이 울릴 수 있다고 하지. 그 거문고를 울리면 아름다운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는데,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나운 바람들이 고요히 잠을 자고, 땅위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모든 동물들이 우리 백조들에게 존경을 표하게 되지. 이 세상은 행복만이 넘치며, 말할 수 없이 향기롭고 따뜻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 백조들은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가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지난 천년 동안 거문고는 한 번도 울리지 않았지. 우리 백조들은 점점 그 거문고를 잊어가고 있어. 그래서 모든 엄마 백조들은 자기가 낳은 아이가 그 거문고를 울릴 백조가 되길 기원한단다. 통디야 제발 예쁘게 걷고 그리고 멋지게 날아보렴. 이 엄마의 소원이야. 제발 부탁해! “
그리고 다시 통디를 입에 물어서 숲 속 백조 유치원 아이들 틈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엄한 얼굴로 통디를 지켜보았다.
벌써 다른 백조 아이들은 조금씩 우아하게 걸었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작은 바위나 작은 나뭇가지 위에 날아오르기도 하고 긴 목을 쭉 빼서 몸의 털을 다듬고 정리할 줄도 알았다.
통디는 날개를 파닥거려 보았다. 다른 아이들이 가진 날개에 비해 반에 반도 안 되는 아주 작고 애처로운 날개였다. 게다가 털도 별로 없어서 붉은 살가죽이 드러나 보였다. 고개를 들어 털을 고르려 했지만 통디의 목은 다른 아이들보다 굵고 짧아서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아이들이 일제히 통디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통디를 보는 엄마와 아빠는 모욕을 받았다고 느껴져서 그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통디는 뒤뚱거리며 몸을 숨길 수 있는 덤불숲으로 기어들어갔다. 가시가 살을 긁었지만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나 같은 건 죽어버려도 싸.”
통디는 그렇게 생각하며 덤불숲에 엎드려 몸을 감추었다.
유치원 선생님 최고로가 흰구름과 푸른 산에게 다가와서 저녁에 장로 백조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흰구름은 절망해서 신음하듯 말했다.
“세상에. 오, 하느님!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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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디 이야기 4편: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나요.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것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