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디 6: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수 없어

by 이시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수 없어!



덤불숲에서 혼자 옛 생각에 잠겨 있던 통디에게 갑자기 조용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한밤중이 되자 여지없이 사냥꾼이 통디가 숨어 있는 덤불숲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을 차린 통디는 숨을 참으며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지만 불행히도 바람이 통디가 있는 쪽에서 사냥꾼이 있는 쪽을 향해 불었다. 매번 통디가 떠난 자리를 급습했던 사냥꾼은 이번에는 제대로 통디가 숨어 있는 덤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사냥꾼은 코를 실룩거리며 통디의 냄새를 따라 조용히 다가왔다.


사냥꾼의 눈빛이 덤불숲 바로 앞에서 도깨비불처럼 번득이며 순식간에 통디의 목을 향해 벌건 아가리를 쩍! 벌리며 뛰어들었다. 순간 통디는 꽥!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한 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디의 목은 사냥꾼의 아가리를 벗어났다. 그러나 사냥꾼은 통디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사냥꾼은 민첩하고 재빨랐다. 통디는 그 위기의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그러나 곧 캄캄한 어둠 속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쳐서 한참을 데굴데굴 굴러 내렸다. 그리고 강물 속으로 풍덩! 하고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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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이다!’


깜깜했지만 몸에 닿는 것이 강물이라는 것을 알고 몸을 바로 일으켜 세운 후 반대쪽을 향해 열심히 발을 저어 강 안쪽으로 갔다. 비탈을 뛰어 내려온 사냥꾼은 통디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고는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통디는 물살 때문에 자꾸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강 가운데 있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헛일이었다. 사냥꾼은 통디를 따라 강가를 걸어서 계속 따라왔다.


마침내 통디가 강물에 떠밀려 돌멩이가 듬성듬성 드러나는 얕은 여울목까지 내려오자 강가를 따라 내려오던 사냥꾼은 이때다! 하고 돌멩이를 밟고 통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놀란 통디는 그 순간 있는 힘을 다해 강 깊은 쪽으로 헤엄쳤다.


하지만 어둠 속 캄캄한 물결 위에서 통디가 두려움에 움츠러드는 사이, 통디의 몸은 또다시 강 아래쪽으로 떠밀려 내려갔다. 사냥꾼은 통디가 떠내려 오자 그 크고 무시무시한 입을 벌려 통디의 목을 물려했다. 통디는 순간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서 아슬아슬하게 사냥꾼의 입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죽을힘을 다해 다시 강 안쪽으로 헤엄쳐 갔다.


캄캄한 어둠도 무서웠고 저 무시무시한 사냥꾼의 입도 무서웠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잠이었다. 낮에 전나무에 날아오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기 때문에 통디는 이미 피곤할 대로 피곤해져 있었다. 그리고 남은 모든 힘을 다해 사냥꾼에게서 도망을 쳤던 것이다. 그러니 어린 통디의 몸은 힘을 다시 얻기 위해 자꾸 잠을 자려고 했다.


강 한 가운데까지 간신히 헤엄쳐 온 통디는 잠시 두려움을 잊고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면서 다시 짐승의 번득이는 눈빛이 있는 쪽으로 떠내려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짐승 바로 앞까지 왔음을 알아챈 통디는 정신 차려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로 소리쳤다.


“꽤 꽥꽥~!

저리 가, 저리가란 말이야!

넌 나를 해칠 수 없어. 너 따위에게 당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는 헤엄쳐서 다시 강 안쪽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통디의 목소리가 크고 흉측하다는 사실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목소리가 크고 흉측해서 다행이었다. 사냥꾼은 난데없이 꽥꽥거리는 통디의 큰 목소리와 나를 해치지 말란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통디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강가 쪽으로 떠내려 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발을 움직여 헤엄을 쳐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통디는 강 한 가운데서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면서 생각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저기서 나를 노리고 있는 저 짐승이 아니라 피곤함 하나 이기지 못하는 내 나약함이야! 잠 하나 이기지 못하는 나약함이 나를 죽게 할 거야. 이겨야 해! 정신을 모으자. 잠을 이기고 저 짐승을 이기자!”


통디는 온몸의 힘을 끌어 모아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그리고 일정한 속도로 발을 놀려 강 한 가운데 머물러서 물살에 몸이 흘러가지 않도록 버티었다. 그러면서 강변에 있는 돌 위에서 그림자처럼 조용히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맹수의 자태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그 짐승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이렇게 물 한 가운데 있으면 저 짐승은 나를 해칠 수 없어!'

하고 생각하며 사냥꾼을 더욱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 사냥꾼도 하루 밤의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처럼 피곤과 잠을 이겨내고 저기 저렇게 버티고 서 있는 거야. 어쩌면 너무도 배가 고파 아마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어. 저 맹수는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는 거야, 나처럼.”


통디는 깨어있기 위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모았다. 그리고 또다시 있는 힘껏 사냥꾼을 향해 소리쳤다.

"넌 나를 해칠 수 없어! 너 따위에게 당하지 않을 거야! 저리 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꼭~깨에 요 오! 꼭~깨고, 꼭깨~에요!” 멀리서 이름 모를 천사들이 합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통디는 더욱 힘이 솟았다. 반면에 사냥꾼은 힘이 더욱 빠졌다. 순식간에 여명이 트며 날이 밝아왔다.


"아! 알 수 없는 천사들이 또 나를 도와주는구나."

통디는 더욱 힘이 나서 결기에 찬 얼굴로 짐승을 노려보았다.


날이 밝아오자 짐승은 먼 산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분한 모양이었다. 통디는 이제 산뜻한 아침 공기를 즐기며 피로도 잊고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서 돌멩이에 붙어있던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으며 더욱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즐겁게 물 위를 떠다니며 깃털을 씻고 정리했다. 사냥꾼은 분한 듯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뒤로 하고 아직은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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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 사라지고 얼마 후 첫새벽 일행이 나타났다. 첫새벽과 봄날 아침은 통디를 발견하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어제 밤 무서운 일을 겪은 모양이구나! 가엾은 것, 쯧쯧쯧...”

암탉 봄꽃이 말했다.


“어제 밤 내내 사냥꾼이 나를 따라왔어요. 난 강물 속으로 뛰어 들어서 밤새 헤엄을 치며 사냥꾼에게 고함을 지르며 강물 속에서 버텨 냈어요.”


통디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꽥꽥꽥~ 하며 자기 목소리를 흉측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어제 밤 스스로 사냥꾼을 물리친 용기 탓인지 저절로 말이 나왔다.


“이야~, 드디어 말을 하네~.”

병아리 ‘여름’이 말했다.


“아빠 말이 맞았어요. 벙어리가 아니었어요!”

병아리 ‘가을이’도 한마디 했다.


“와, 정말 무서운 밤을 보냈구나!”

병아리 ‘겨울이’도 말했다.


“살아냈구나! 스스로 너를 지켜냈구나!‘

암탉 봄꽃이 말했다.


병아리 여름, 가을, 겨울이 말했다.

“와, 정말 굉장해요. 용기가 대단해요!”


첫새벽이 감격한 듯이 말했다.

"너 스스로 혼자 이겨냈단 말이지? 저 사냥꾼을!"


“새벽에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천사들이 나를 도와줬어요. ‘꼭~깨에 요 오!’ 하고 우는 천사들이 있어요. 그들이 울면 금방 하늘이 밝아오고 나쁜 짐승들이 도망을 가요.”


암탉들과 병아리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해! 축하해!”


아침에 이렇게 축하받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었다. 통디는 자기 목소리가 흉측하다고 비난받지 않고 오히려 용감했다고 축하를 받자 너무도 행복해졌다. 통디도 병아리들에게 말했다.


“밤새 너무 무서웠어! 그런데 문득 내가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았어.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어. '저리 가! 나쁜 놈아, 저리 가. 너는 나를 해칠 수 없어!' 하고"


“통디야,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첫새벽은 통디를 꼭 안아 주었다.


“내 날개도 자라게 될까요? 나도 전나무로 날아 올라갈 수 있을까요?"

통디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럼. 너는 용기 있는 아이니까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야.”

암탉 봄날 아침이 와서 다정하게 목의 깃털을 골라주며 말했다.


통디는 암탉들이 흙 목욕을 할 때 그 옆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 어제 밤에 잠을 못 잤기 때문에 피곤했다. 암탉들이 통디가 잠든 줄 알고 통디의 깃털을 다듬어 주며 말했다.


“어쩌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이 숲에 홀로 남겨져 있을까요? 참 용감한 아이예요. 아마 이 아이는 특별한 아이일 거예요. 지금까지 사냥꾼에게서 혼자 살아남은 아이들은 없었거든요. 정말 특별하고 강인한 아이예요.”


“저는 숲 속 백조 유치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저는 이상하게도 백조들처럼 우아하게 걷지 못했고 그래서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어요. 목소리도 이상해져서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제가 이상하다는 소문이 퍼져 저는 장로들 앞에 불려 나가게 되었어요. 엄마는 이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했어요.”


통디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암탉들과 병아리들이 통디 주변으로 모여 앉아 통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힐링동화



통디 이야기 5편: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수 없어!

통디 이야기 4편: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하나요.

통디 이야기 3편: 나도 소중한 아이야!

통디 이야기 2편: 아! 누군가가 있구나!

통디 이야기 1편 : 물결에 밀려나는 어린 백조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것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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