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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Feb 01. 2016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

올해로 약 10살 된 꼬망이 고양이랑 함께하고 있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눈곱이 끼고 소화가 안되는지 자주 토한다. 우리는 자주 이 아이를 안아준다. 녀석도 몇 시간씩 안겨있거나 혹은 무릎에 올라와 있으려 한다. 그리고 가능한 우리 곁에 있으려 한다. 쓰다듬어 주니까 녀석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녀석은 주변 변화에 적응이 느린 편이었다. 노화의 과정이 갑작스럽게 느껴지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다. 그래서 더욱 우리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 녀석이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녀석이 이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그저 함께 할 것이다. 


지금까지  떠나보낸 고양이가 네 마리다. 처음에 키웠던 녀석이 어린 아기인 채로 떠날 때 참 많이 아팠었다. 그리고 동구협에서 장염이 걸린 채로 왔었던 두 녀석을 또 보냈고 2012년에 우리에게 너무도 특별했던 루리를 떠나보냈다. 녀석들이 아플 때면 우리는 병원을 데리고 가고 병원에서 좋다는 것들을 사서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병원을 가면 느끼는 것이 있었다. '병원도 아무것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루리를 보낼 때는 아직 떠나보낼 때가 아닌 것 같아 되돌리기 위해 온갖 욕심을 부렸다. 닭고기 국물이나 소고기 캔을 사다 주사기에 넣어 강제로 먹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루리는 그것을 토한 후 큰 소리로 나를 불러 나에게 그것이 소용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두려움도 없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였다. 내가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루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붙들고 있으려 할 때마다 루리는 나에게 아주 의아스럽다는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필로님 무릎 위에서 지내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죽음이란 이 녀석들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의 일부구나 다만 끝까지 우리와 맺었던 우정과 사랑을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루리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는 내 노화와 죽음에 대한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떠나보낼 수 있었다. 

'루리도 하는데 나라고 하지 못할까? 루리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고 의연하게 받아 들일수 있을 거야' 가끔씩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 올 때면 나는 죽음의 과정 앞에 의연하고 편안했던 루리의 모습을 떠 올렸다. 작은 네 마리의 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나면서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자 가르침이었다. 이것을 따로 어디에서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이번 꼬망이는 병원에 데려가지 말자고 약속했다.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에서 동물들에게 병원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이번에도 끝까지 함께 있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랑의 에너지를 나누겠다고 생각한다. 루리가 이번에도 기꺼이 꼬망이를 마중 나와 줄 것이다.루리는 떠난 후에도 우리와 연결되어있음을 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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