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축축한 성벽 옆 그 집
성벽 근처의 조용한 골목 끝에 Jelle의 집이 있었다. 요크에 다시 돌아가는 설렘에 겨워 몇 개월 전에 이미 그 집을 빌렸다. 3층짜리 집의 2층에 있는 방이 집주인 Jelle의 딸 Bella의 방이자 나처럼 방을 빌린 손님들이 묵는 방이었다.
그 집은 참 조용하고 축축했다. 열두 시간 넘게 이동해 온 첫날, 방에 들어가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말끔하게 정돈된 소녀풍의 그 방은 싸늘하고 습했다. 운이 좋아야 하루 종일 맑을까 말까 한 영국에서도 요크는 런던보다 북부라 더 춥고 습하다. 자고로 요크의 방이란 습하고 싸늘해야 한다. 아무리 환기를 시켜도 축축함이 가시지 않았던 그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갈 때면 내가 진짜 요크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직후와 아침이면 방에 있던 큰 창문을 열어두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과 성벽을 걷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솔솔 들어왔다. 물론 바람에도, 소리에도 얼마간은 축축함이 배어 있었다. 그게 좋아서 해가 지고 바람이 쌀쌀하게 바뀌어도 한참 더 문을 열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