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take my eyes off you
J2O. 그것은 과일주스다. H2O에서 H를 Juice의 J로 바꾼 평범한 병 음료수, 하지만 그 맛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하늘이 내린 음료 중 하나가 아닐까. 이 마성의 음료를 누구를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같이 몰려다니던 애들 중 하나가 맛을 보여준 게 시작이었다. 예전에 요크를 떠나면서 생각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당연히 한국에도 팔겠지.
아 나는 왜 그렇게 순진했을까. 직구나 해외쇼핑몰 아니면 어디에서도 J2O를 팔지 않는다. 4병에 4파운드도 안 되게 사던 걸, 이제 와서 인터넷에서 4병에 35000원이나 주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5년 만에 돌아간 나는 마치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 음료인 것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J2O를 마셨다. 할 수만 있다면 J2O로 링거라도 맞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는 세계화가 전 세계를 밋밋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게 됐다. Zara나 H&M은 서울에도, 요크에도, 바르셀로나에도 있다. 어느 나라든 쇼핑몰을 가면 마치 한 나라를 걷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여기까지 왜 왔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그렇게 강조하던 지구촌이라는 말은 아무 특색 없는 전 세계를 의미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세계화는 참 멋이 없다.
하지만 멋없는 세계화가 굳이 진행되어야겠다면, J2O를 빼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르셀로나의 데시구엘(desigual)을 후쿠오카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게 세계화의 레벨이라면 나의 J2O를 서울로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 세계화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은근히 세계화를 응원하는 이상한 마음을 갖게 됐다.
괜찮다. 나의 J2O는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