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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Nov 12. 2017

All these lonely people

Punch Bowl



영국엔 맛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나는 English breakfast를 사랑해 마지않는다. 대부분의 펍과 식당에서 아침에 English breakfast를 파는 식당은 많지만 역시 최고는 미클게이트Micklegate쪽 펀치볼Punch Bowl이다. 이곳 음식은 참 정갈하다. English breakfast 계의 한정식 느낌이랄까.


펀치볼에 들어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시켜놓고 크리스마스 선물 기다리는 아이 같은 기분으로 기다렸다. 다시 펀치볼이라니. 사실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나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최선을 다해 펀치볼과의 재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눈에 들어왔다.


4인 테이블에 맥주 한 잔을 올려놓고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들. 나와 새미가 음식을 폭풍처럼 흡입하고 있는 중에도, 우리가 음식을 다 해치우고 펀치볼을 떠날 때에도 맥주는 별로 줄지 않았다. 혼자 와서 혼자 앉아 혼자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언제 맥주를 다 마시고 집으로 갈지 모를 그들이 펀치볼의 꽤 많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정지화면처럼 앉아있었다.


아마 5년 전, 한 무리의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먹어치우던 그때도 이 할아버지들은 이 자리에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을 텐데 내가 왜 새삼스레 그날 할아버지들을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그렇게 그 정지화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쓸쓸한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에는 아무런 감흥 없던 샤넬 백이 20대 중반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나게 예뻐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나이를 다섯 살 더 먹어서 그들을 발견하게 된 걸까.


혼자 있었다면 불쑥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말을 걸고 싶었다. 그 느릿해진 몸속에 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가진 소년이 있지 않을까, 고요함 뿐인 이 도시에서 그 몸을 탈출할 기회를 미처 찾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요크에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시 펀치볼에 돌아와 꼭 말을 걸어보리라 다짐했다. 미처 늙지 못한 소년들이 영영 늙은 몸을 탈출할 방법을 잊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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