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짐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감
북극의 서퍼들에게 푹 빠져있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드는 그들의 패기가 부럽고, 성난 파도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그런 통찰이 부럽고, 물길에 올라타는 유연한 몸놀림이 부럽다.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그들의 목표는 헛된 이상이나 맹목적인 꿈이 아니다. 그들에게 부여된 축복이라 하면, 바로 자연의 위대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다. 그것도 매우 직관적이며 밀착된 방식으로. 그들은 바다를 [거스르는 게] 아닌 바다를 [따른다].
내게 균형, 혹은 균형감각이란 말은 매우 낯설다. 나는 언제나 한쪽으로 치우치는 데에 집중했다. 그 대상이 무엇이던, 그 순간 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던, 중요치 않았다. 아마 그들도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본 순간, 몸의 어딘가가 물결을 따라 기울었을 것이다. 다신 바로 설 수 없을 만큼.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하지만 그 기울어짐은 치기 어린 오기와는 다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자세다. 균형을 포기하는 게 아닌 기울어짐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감].
나는 기울어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그만큼 기울어 있는 나와 맞닿아 지붕처럼, 거뜬히 남은 생을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나는 그들을 선망한다기보단 존경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몇몇의 예술가들, 그들의 작품들과 시선들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더 깊이 그들을 이해하고, 마음에 품으며, 그것들이 내 삶 속에 더 깊숙이 스미길 바란다.
바다를 너머 바다로.
어떤 대상이 아닌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