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벤치

삶은 눈부시다, 오늘을 끌어안다

by 잉글맘

Life is brilliant. Life is precious. Embrace it.

토요일 아침 8시 30분.
동네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크런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한 러너들, 아이들, 노인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금요일 밤마다 남편과 와인을 마시며 늦게 잠자리에 들고, 치즈와 크래커까지 먹다 보면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딸의 운동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신청한 파크런 자원봉사는
게을러질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운동을 싫어하는 딸아이는 토요일 아침 왜 일찍 일어나야 하냐며 늘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난주, 추운 날씨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누어진 무료 카페 이용권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 주에는 아무 말 없이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은 선물 하나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아이를 보며 또 한 번 느꼈다.



어린아이부터 80세가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공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빨리 뛰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걷는 사람,
애완견의 줄을 허리에 묶고 함께 달리는 사람.

영국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내가 이곳에 잘 정착해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50대에 가까워진 나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설렘보다 부담으로 다가온다.
굳이, 지금 이 나이에 사람을 알아가야 할까.
괜히 노력하다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과 귀찮음이 마음 한쪽을 잡아당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은, 아주 작게 발을 들여보는 것이었다.
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느끼기 위해 시작한 자원봉사활동.
운동을 할 수 없는 이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바코드를 찍어주는 봉사자.
피니시 라인에서 완주를 응원하고, 기록을 도와주는 그녀의 얼굴은 누구보다 밝고 생생했다.


그 모습을 보며 느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행복은 능력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라는 것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조금 더 번다면, 조금 더 가진다면,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타게 된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 아침, 이 공원에서 본 것은 그 반대였다.


아무것도 거창하지 않아도
사람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카페로 향하던 길, 작은 벤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Life is brilliant. Life is precious. Embrace it.

삶은 눈부시고, 삶은 소중하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삶을 두 팔 벌려 맞이하라!


바람이 불었고, 낙엽이 천천히 떨어졌다.

딸은 따끈한 코코아를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엄마, 다음 주에도 올 거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또 오자.”

작은 일상 속에서, 눈부시게, 소중하게,

그렇게 한 걸음씩. 두렵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걸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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