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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Feb 20. 2023

7번의 이직, 결국은 모두가 과정이었다.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 이 지구를 사는 방법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 이 지구를 사는 법

또다시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나는 자책했었다. 물론 나에게는 이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퇴사를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버틸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자 생각은 끝도 없이 우울해졌다. 


나란 사람을 돌이켜보니 어릴 때부터 그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 본 적 없는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지구력이 없던 초딩 시절의 나는 피아노 교실에 다녀도 건반을 몇 번 뚱땅거리다 금방 지루해져서 선생님 몰래 연습 확인 칸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채워 버리곤 했다. 태권도 교실도 한두 번 나가 놓고는 다리 찢기가 싫다며 태권도 봉고차가 집 앞에 오면 장롱 안에 숨어 버렸다.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해봐도 한 군데서 6개월을 못 버텼고, 직장 생활도 어찌어찌 1년을 채우면 그만두고 마는 것이다.  



지붕 위에 야옹이

지구력이 놀라울 정도로 부족한 나는 이 지구에서 살기가 힘들다. 일론 머스크가 되어 우주로 떠나야 하는 건지 수도 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는커녕 강남역의 높은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핑핑 도는 걸.


나뿐만이 아니다. 온 세상의 지구인 모두가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으니 어쨌든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 지구에서 살아보겠다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모든 걸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떠나 왔을 때 나는 분명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은 어디든 같았고, 내 선택지의 우선순위는 도망에 있었다. 


반복되는 퇴사.

그리고 한없이 쪼그라든 나.


어느 날, 그런 나를 보고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너는 무슨 일이든 오래 못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한 거야.



친구가 해준 위로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스스로 경험해서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고, 일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선택의 결과가 아닌 내 선택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력이 부족해서 내 세상은 더 넓어졌다. 


물론 깊이는 아주 얕지만 그만큼 넓어진 것도 맞는 것이다. 나는 지구력이 부족한 덕분에 어떻게든 살기 위해 해외에서 혼자 살기에 도전해 보았고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을 일본에서 취직과 이직을 반복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태양과 파란 하늘

나는 25살에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로 한국에서 두 군데, 일본으로 건너와 여섯 군데 회사에 다녔으니 10년 동안 7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는 왜 버티지 못할까, 

나는 정말 한심해,

나는 사회 부적응자가 틀림없어,

 

한동안 이런 생각들에서 괴로워했던 내가 친구의 위로의 말을 들은 것을 계기로, 내가 왜 그동안 회사들을 그만뒀는지와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밥 벌어먹기 힘든 현실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는 늘 품고 있는 법.

내가 지나 온 직장에서 겪은 이야기들이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욕심이 생겼다. 



고베의 밤

지금도 과정이고, 앞으로도 과정이라면 나처럼 실패에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인 것뿐이니, 그 이상의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 이 지구에서 잘 살고 있다.


평소에 무슨 벽에 부딪히면 책을 찾아보려고 하는 편인데,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서이다. 


내 글은 해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나처럼 지구력이 부족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같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요즘처럼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이 완벽한 것이 아니다.


상황은 언제나와 다름이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스스로 잘 바꿔가고 있다.

그래서 잘 살고 있고,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지구에 두 발을 붙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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