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과 모방

오버킬 소프트웨어, <페이데이 2>, 2013.

by 장원희

영향과 모방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에 영향을 받아 변주되는 방식은 다양한 장르에서 나타나며, 특히 게임은 오마주와 패러디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매체 중 하나다. 내가 10년 넘게 플레이해 온 오버킬 소프트웨어의 게임 <페이데이>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첫 번째 시리즈는 2011년 출시된 <페이데이: 더 하이스트>이며, 이후 2013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 수천만의 플레이어를 보유한 <페이데이 2>가 출시됐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강도가 되어 은행 혹은 미술관 등에서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는 게임 시리즈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사실 가장 기본이 되는 세계관부터 주인공 격인 인물까지 1995년 개봉한 영화 <히트>를 모티브 내지 오마주로 삼아 탄생했다.


“우리는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은행의 돈을 원한다, 너희 돈이 아니다. 너희들의 돈은 연방정부가 보장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해라. 목숨을 아끼고, 히어로가 되려고 하지 마라.”


이것은 영화 <히트>에서 은행을 털기 위해 시민들을 제압 후 주인공이 책상에 올라가 하는 연설이다. 그리고 바로 게임 <페이데이: 더 하이스트>와 <페이데이 2>에서 모두 가장 기본이 되는 맵 ‘퍼스트 월드 뱅크’를 시작할 때 주인공격인 인물 ‘달라스’가 책상에 올라하는 연설이기도 하다. 이 둘은 생김새도 비슷하며 그 분위기나 설정도 서로 닮았다. 이 은행을 터는 장면의 bgm인 <Force Maker> 또한 게임의 해당 맵의 테마곡인 <Gun Metal Grey>에서 오마주 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기본 설정인 캐릭터 4명이 한 팀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 또한 영화에서 따왔으며 게임이 막 출시되었을 당시 사용하던 무기들 또한 오마주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플레이어에게 큰 사랑을 받는 게임 <페이데이> 시리즈는 영화 <히트>의 서사와 연출, 분위기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이를 게임이라는 매체에 맞게 재구성하며 새로운 장르적 쾌감을 창출해 냈다. 특히 원작의 인상적인 장면과 상징을 직접적으로 차용하거나, 유사한 구조를 반복하는 방식은 단순한 인용을 넘어 원작에 대한 존중과 애정, 그리고 의도된 상호작용으로 읽힌다. <페이데이: 더 하이스트>에서 <히트>를 오마주한 요소들은 모두 후속 시리즈 <페이데이 2>에서 다시 등장한다. 이것이야말로 <히트>에 큰 감명을 받은 개발자가 영화에게 보내는 깊은 헌정이 아닐까 싶다.


이 게임은 시작부터 영화의 오마주였을 뿐 아니라 이후의 새 콘텐츠들 속에서도 수백 개에 육박하는 오마주와 패러디를 담은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세계관에는 페어(Pear)와 팔코기니(Falcogini)라는 기업이 존재한다. 심지어 페어는 IT기업이며, 팔코기니는 스포츠카 회사이다. 플레이어들은 쉽게 이들이 기업 애플과 람보르기니의 패러디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는 게임을 좀 더 친숙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과제 또한 그렇다. 영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패러디한 과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을 패러디한 과제 ‘워싱턴 D.C.는 언제나 흐림’ 등 원본을 알고 있다면 이름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많다.


<페이데이 2>의 스토리에서 최종 반동 인물인 ‘치과의사’는 배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맡았다. 그런데 이 ‘치과의사’의 최후는 이 배우가 이전 영화 <브레이킹 배드>에서 연기한 ‘거스 프링’의 죽음과 비슷하다. 이 장면의 구도 또한 그렇다. 둘의 옷도 똑같이 파란 정장이며,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약물을 주사하고 인질 삼아 협박하던 중 그의 옆에서 죽는 것 또한 같다. 바로 <브레이킹 배드>를 오마주 한 것이다. 게임의 시작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 이야기를 끝맺는 부분 또한 다른 작품의 오마주였다. <브레이킹 배드>를 아는 플레이어였다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을 이 장면은 배우에 대한 감사로도 느껴진다.


이처럼 〈페이데이〉 시리즈는 단순한 차용이나 반복을 넘어, 익숙한 장면들을 새롭게 변형하여 우리의 옆자리로 성큼 다가오며 플레이어의 기억과 감정을 이끌어낸다. 영화 〈히트〉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의 요소들은 게임이라는 공간 속에서 다시 해석되며, 원작과는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지 ‘영향을 받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오마주와 패러디가 현대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문화적 교감과 유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오마주는 원작에 대한 존경을 드러냄과 동시에,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에서의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수많은 오마주와 패러디가 바로, 긴 세월 인기를 지키고 있는 <페이데이> 시리즈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싶다.



희곡 수업의 간단 글쓰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주제는 제목처럼 영향과 모방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과제, 몇 번 이야기하였지만 정말 즐거웠네요.

특히 제 고3 무렵과 집에서 게임만 하던 시절 늘 함께했던 게임이라 더 그렇습니다... 요즘도 가끔 하는 게임입니다. 발매 후 시간이 꽤 되어 무료로도 하실 수 있는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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