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나 카메라로 찍으면 닮은 연예인 나오는 어플에서 장원영이 나왔어"
"장원영 나올 때까지 한 30번 찍은 거 아니야?ㅋㅋㅋㅋㅋ"
"난 요런 크롭티가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배가 그렇게 볼록 나왔는데 크롭티를 입는다고?ㅋㅋㅋㅋㅋ"
"아빠 나 배가 너무 아팠어"
"너무 많이 먹은 거 아니야?ㅋㅋㅋㅋㅋ"
"아싸~ 내가 이겼어"
"너 또 반칙한 거 아니야?ㅋㅋㅋㅋㅋ"
우리 집 10살 딸아이와 아빠가 주고받는 흔한 대화 풍경이다.
대화의 끝에서 아빠는 항상 웃고 딸아이는 입을 삐죽거리지만 이내 또 같이 웃어버린다.
어린 시절, 고무줄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등장해 끊고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처럼
아빠는 그렇게 아이에게 개구쟁이지만 재미있어서 함께 놀고 싶어지는 친구이다.
"엄마한테 지금 '놀면 뭐 하니' 하는 시간인데 보면 안 되냐고 물어봐봐"
딸아이의 귓가에 아빠가 속삭인다.
"아빠 나 지금 닌텐도 게임이 너무 하고 싶은데 아빠는 안 하고 싶어?
아빠가 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물어봐봐"
아빠의 귓가에 아이가 속삭인다.
"아빠 한입만~"
"아니 아빠는 먹을 때 한 입만 달라는 거 제일 싫어한다니까"
먹던 라면을 한 젓가락 내어주며 찡그린 아빠 표정사이로 세상 즐거운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비켜봐 봐~ 아빠 옷 좀 맞는지 보게~"
"아니 아빠 나도 지금 춤추느라 거울이 필요하다고"
의류매장 전신 거울 앞에서도 두 부녀의 흔한 대화가 이어진다.
환상을 넘어 환장의 콤비가 된 부녀 덕분에
그래서 엄마는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들이 늘어가고
외동아이는 심심할 틈이 없다.
아이가 아빠와 대화를 나눌 때는 늘 웃음이 따라온다.
너무 웃겨서 빵 터지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10살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되어 딸아이에게 계속 장난을 치는 아빠는
아이가 깔깔거리며 마구 웃어대자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빠 그렇게 웃긴 사람 아니거든~ 아빠 일 할 때는 얼마나 무섭고 진지한...(다소 너무 길어 중략)..."
아빠는 계속 얘기하지만 아이에게는 이 말조차도 큰 웃음보따리가 되어 뒷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웃음의 끝에서 아이는 해맑게 말한다.
"아빠 또 웃겨줘"
"아니 아빠 그렇게 웃긴 사람 아니라니까"
친구 같은 아빠는 앞에서는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아이를 약 올리지만
뒤에서는 든든한 아빠의 모습으로 아이를 지킨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가 비를 맞을까 우산을 뒤에서 받쳐주고
보드를 타는 아이가 넘어질까 뒤를 따른다.
아이는 이런 아빠의 앞과 뒤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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