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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코알라 Feb 24. 2023

엄마는 착한 단호박이야~

나의 아이가 말했다.



아이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아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궁금해질 아이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

육아를 하다 보면 엄마눈에 비치는 아이의 모습만을 생각하며 지나치기 쉽지만

아이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커갈수록 언어로 표현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때로는 상상 이상의 언어로 나를 놀라게 하기도, 당황스럽게 하기도

또 한없이 즐겁게 하기도 한다.



9살이 되던 해 아이는 나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엄마는 부드러운데 단호한 사람이야"




나를 표현해 준 이 한 문장이 참 좋았다.

육아를 하며 가장 어렵다는 '일관성'을 가지려고 매일 애를 쓰는데

그 일관성에는 '단호함'이 따라온다.



나는 아이에게 많이 웃어주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일상을 공감해 주는 엄마이지만

안 되는 영역에 있어서는 두 번을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려운 일이기에

한 번에 '단호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그런 엄마와의 일상에서 아이는 어느 날부턴가 엄마를

부드럽지만 단호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엄마는 착한 단호박이야"

나를 빤히 보던 아이가 말했다.




며칠 전, 11살 아이는 엄마가 허락해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친구들이 보는 유튜브에 대해 이야기했고

난 또 한 번 어렵지만 단호하게 'NO'를 얘기했다.



나를 빤히 보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착한 단호박이야"

"응? 그게 뭐야?"

"응 엄마는 착한데, 단호하니까~ 착한 단호박이라고"



부드러운데 단호한 사람이라는 문장에서 착한 단호박이라는 단어로

나를 표현하는 아이의 언어가 또 한 번 나를 웃게 했다.

"딸~ 착한 단호박 이 별명 아주 맘에 드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어? 그럼 하나 더 지어줄게~ 단호박천사는 어때?"





단호한 엄마에게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아이만의 귀여운 전략




센스쟁이 딸내미가 지어주는 애칭의 속뜻을 안다.

허락하지 않는 것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는 엄마란 걸 알면서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끊임없이 나에게

어필하는 딸내미.



무작정 조르거나 떼를 부려서 들어줄 리가 더욱 없다는 걸 잘 아는 딸은

어느 날부턴가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고 있는 걸 엄마에게 전달하는 딸아이만의 전략인 걸로. 훗~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 너무 가지고 싶은 딸은

생일에 스마트폰을 받고 싶다는 그림을 그려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던지

틱톡을 하는 친구들처럼 영상을 틱톡에 올려보고 싶은 딸은

엄마가 틱톡을 허락했더니 조회수가 대박이 났다는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는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지금의 이 단호함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시기를 안다.




11살, 아직은 엄마의 단호함과 일관성이 통하지만 지금의 이 단호함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시기를 안다.

바로 곧 다가올 3글자의 강력함 '사 춘 기'



사춘기가 되면 엄마를 착한 단호박라 부르기보다

'왜'라는 말이 먼저 나오겠지.

지금도 달변인 아이는 나보다 더욱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어조도 갖출 테고

때론 엄마의 약점을 공격(단어가 강하지만 사춘기 엄마들이 가장 많이 겪는 상황)하는 말대답도 늘어갈 것이다.



내가 지금 아이와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은

함께 보내는 시간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켜켜이 아이의 내면에 쌓여있다면 아이와 내가 겪어낼 사춘기에

반창고가 되어주지 않을까.







어느 날 핸드폰을 보며 길을 걷는 또래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저렇게 길을 걸을 때 핸드폰 보고 가는 거 엄청 위험하잖아

근데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내 폰은 '키즈폰'이라서 걸을 때 시계 말고는 볼 게 없으니까"

푸훗. 끊임없는 아이의 어필이 오늘도 귀엽다.







#육아에세이

#육아일상

#엄마육아

#단호박

#착한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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