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일지 ③
상담은 애써 감추고 있던 나의 내면과 억지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구미호 하나쯤은 품고 살지 않은가. 구미호는 비단 나루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끝에는 언제나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목표만 남는다. 그래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 뭐냐는 질문에는, ‘다른 사람 마음속에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요.’라는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세수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마음속에 불쑥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혹시 내가 실수를 했는지, 잘못한 행동은 없었는지 수시로 곱씹게 되는 사람이 있다.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매번 속으로 폭언을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불쑥 마음에 찾아와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모두 당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 그러니 당신의 마음에, 당신의 일상에 내가 불쑥 찾아가지 않길 소망한다. 당신이 스스로 온전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