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2017년 1월 26일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아타카마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우유니 사막을 가려면 들려야 하는 곳이라 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타카마는 시작부터 불길했다. 동생이 버스 안에 누워있는 나를 뛰어넘고 화장실을 가다가 고관절을 다쳤다. 과일을, 그것도 수박을 콕 찝어서, 꼭 먹어야겠다는 쩔뚝이의 요청으로 수박까지 호스텔에 대령하고 나니 시간이 꽤 됐다. 하루가 금방 갔다. 싼 호스텔이어서 그런지 밤에는 전기가 끊겼다. 스텝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촛불을 켰다.
다음날은 처리할 일이 조금 있었다. 나 혼자 갈 투어도 예약해야 했고, 부족한 현금도 뽑아야 했고, 전날 닫아서 못 먹은 치킨도 먹어야 했다. 오늘 투어를 못 간 게 아쉬울 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근데 투어사들은 날씨가 범상치 않다며 내일 투어 예약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치킨집도 역시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슈퍼보다 콜라 값이 비쌌다. 치킨은 맛있게 튀겨졌고, 우리는 음식을 포장해서 가게를 나섰다. 모래바람이 범상치 않게 불었다. 모래가 눈에 들어와서 눈물이 흐를지언정 치킨은 보호해야 했다. 숙소에 가까워질수록 모래바람은 심해졌고, 갑자기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콜라는 사야 한다는 집념 하나로 슈퍼에 들려서 콜라를 샀다. 콜라를 사고 나오니 그 짧은 시간 동안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무거워져 있었다. 품 안에 안고 있었던 치킨까지 젖을 정도로 비가 와서 뛰기 시작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천 원인가 주고 샀던 쪼리는 물이 조금만 있어도 미끄러졌다. 쪼리를 벗고 맨발로 뛰었다.
전날 밤부터 계속 전기가 안 들어오던 숙소는 여전히 깜깜했다. 직원들은 또 익숙하다는 듯이 촛불을 켜줬고, 우리는 치킨을 먹었다. 치킨에 자꾸 물이 고여서 뭐지 했는데, 비라는 변수는 생각도 안한 짚 지붕 사이로 흘러내리는 빗방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말이 강수량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닐 테니까 비가 오는 게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한 시간쯤 후부터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치킨 포장지도, 촛불도, 치킨도, 감자튀김도 다 젖어버렸고, 그칠 줄 알았던 비는 더 무겁고 시끄러워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촛불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꺼졌다. 지붕 사이로는 빗물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고, 낮은 지대에 있는 호스텔엔 물이 들어찼다. 지붕이 안 떠내려간 게 신기했다.
직원들이 이런 상황엔 익숙하지 않은 게 확실했다. 들어차는 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랐다. 우리도 그랬듯 직원들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뒤늦게 먼지 쓸 때나 사용했던 빗자루, 먼지를 가라앉히려고 물 뿌릴 때 사용하는 양동이가 동원됐다. 일손이 부족해 보여서 우리가 돕겠다고 했지만(두세 명이 물을 퍼낸다고 될 정도가 아니었다) 필요 없다고 했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 장마철에도 보기 힘든 장대비였다. 새벽 한 시까지 비가 그치는 걸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축축한 침대에 누워서 잤다.
다음날 우리는 지붕이 짚이 아닌 곳을 찾아서 숙소를 바꿨다. 비가 다시 와도 지붕이 떠내려갈 걱정은 하기 싫었다. 비 때문에 볼리비아 국경이 폐쇄되는 바람에 우리는 돌 지붕이 있는 숙소에서 이틀을 더 묵고 볼리비아로 갈 수 있었다. 내가 아는 아타카마는 세상에서 가장 축축한 사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