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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May 30. 2023

부캐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숏츠 크리에이터 <사내뷰공업> 인터뷰 

부캐의 시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새로운 캐릭터들이 탄생하는 레드 오션 속에서 <사내뷰공업>의 캐릭터들이 대중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분명하다. 


살면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을 캐릭터들. 그런 캐릭터들을 보며 누군가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과거를 꺼내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타인의 삶을 경험해 보기도 한다. 21세기 명예 인류학자를 자처하는 <사내뷰공업>의 캐릭터들이 시현하다를 찾았다. 





� 민지


Q: 자기소개해 줄 수 있어?

안녕하세요~~ 저는 2학년 7반 김민지입니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마카롱이나 컵케이크같이 달달한 거 좋아해요! 매운 거는 너무 매워서 못 먹어요 ㅠㅠ 음 그리고 뉴진스 언니들이랑 에스파 언니들 좋아해요! 아 마이멜로디도 좋아해서 항상 같이 다녀요! 오늘도 사진 찍으러 같이 왔어요! 헤헤 만져보실래요!?


Q: 민혁이랑은 무슨 사이야?

음.. 미녀기는! 아 근데 어제 급식 맞은편에서 먹었어요! 제가 먼저 앉았는데 미녀기가 제 맞은편에 앉았어요! 무슨 사이는 아닌데 아!! 그저께 학원에서 미녀기가 제 뒷뒷자리에 앉았어요! 아!!! 그리고 저번에 제가 1번이라서 시험지 걷는데 실수로 손이 작아서 종이를 놓쳐 가지구 미녀기가 주워 줬어요!


Q: 사실 한솔이 좋아하는 거… 아니지?

아닌데요.


Q: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는 민지 만의 비법은 뭐야?

음.. 친구들이 자꾸 귀엽게 행동한다고! 귀엽게 말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하는 건데 자꾸 귀엽다고 해서 스트레스에요 ㅠㅠ 저는 귀여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닌데 ㅠㅠ 


벌써 15살이나 돼서 이제 1학년 친구들도 들어왔는데 1학년 친구들이 저보다 키도 훨~씬 더 크고 어른스러워서 부러워요 ㅠㅠ 저도 얼른 어른스러워지고 싶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우유 마시는데 밍디는 달달한 게 좋아서 딸기 우유로 맨날 마시고 있어요! 헤헤



 

Q: 민지는 오늘 촬영하면서 어땠어?

밍디가 쑥쓰러움이 많아서 ㅠㅠ 부끄러워서 걱정했는데에 ㅠㅠ 친절하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밍디보고 예쁘다고, 귀엽다고 많이 말해주셔서 그것도 감사했습니다!! 근데 밍디는 예쁜 편이에요? 귀여운 편이에요? 친구들은 저보고 귀엽다고 많이 말하는데 쪼꼬미라고 ㅠㅠ 궁금해서요!!



� 한솔


Q: 안녕, 혹시 자기소개해 줄 수 있을까?

여어. 초면부터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은 다소 실례라고 생각되는데. 내가 15세 중학생이라서 그런 것인가? 뭐… 아직까지 한국 사회란 장유유서라는 게 존재하는 곳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두지. 여어 이건 체계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원만한 인터뷰라는 것의 진행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것뿐이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퍽) 아니 이 녀석 도대체 누구에게 얘기하는 거냐고!!


큼흠. 에… 오레노 나마에와 한솔. 황한솔이다. 1인칭은 보쿠보다는 오레. 2022년 기준 15세로 현재 2학년 학급에 재학 중이다.


Q: 한솔이가 요즘 즐겨보는 애니는 뭐야?

아니 질문이 너무 광활하잖나!!!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는 거냐고!!! (헉헉헉) 에에… 잠깐만 기다려보게!! 음.. 에에 도대체 몇 가지를 꼽아야 하는 거냐고!!!!!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도쿄구울, 진격의 거인, 헌터x헌터, 나루토, 강철의 연금술사, 원펀맨, 신세기 에반게리온, 건어물 여동생! 우마루짱, 은혼, 겁쟁이 페달,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월간소녀 노자키군,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약속의 네버랜드, 4월은 너의 거짓말,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정도가 될까나. 일단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군.


Q: 혹시 민지랑은 어떤 사이야?

그녀와는 같은 학급, 동급생일뿐. 본인이 없는 곳에서 그녀 얘기를 해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네.


Q: 오늘 촬영하면서 어땠어?

본디 2차원에 스스로를 가두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네. 자고로 인간은 3차원의 생물. 그것을 평면의 네모 안에 가두는 것은 다소 인위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젊은 날의 모습을 기록해두는 것에는 상당히 호의적이라네. (어이, 이 녀석 양면적이잖나!) 


인간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생기 있는 날의 모습을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네. 모르는 사람에게 얼굴이 맡겨진다는 게 꽤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기록가’ 여인의 솜씨가 아주 탁월해서 나중에는 믿고 맡길 수 있었다네.

 


� 지유


Q: 안녕, 자기소개해 줄 수 있어?

신지유. 15살. 한남동 거주


Q: 혹시 요새 자주 듣는 노래 있어?

Dua Lipa – Love Again. 

발매된 지는 좀 됐는데 요즘 자주 듣는 것 같아요. 제가 유행 따라가는 편은 아니라… 그냥 듣고 싶으면 듣거든요. 올드 팝도 종종 들어요.


Q: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지유만의 비결은 뭐야?

자존감이라는 건 키운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지 않나요?. 타고나는 거죠. 아, 아니다. 타고나는 것 반, 가정 환경 반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사랑으로 키워주셨고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지원해 주셨어요. 부족함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질문이 뭐였죠? 자존감 높은 비결이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만 받고 자란 거요.



Q: 오늘 촬영하면서 어땠어?

원래 남한테 사진 찍히는 거 안 좋아하는 편인데요 아 얼굴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남이 저를 렌즈로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는 게 싫어요. 전 남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사는 타입이거든요. 마이웨이. 솔직히 말하면 제가 못생기게 나와도 상관없어요. 그 모습도 저잖아요. 저는 제가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하거든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가 저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담아주신 것 같아서 약간 만족해요.






사내뷰공업 (본캐)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내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활동 중인 김소정이라고 합니다. 27살입니다. 캐릭터 설정 나이가 약간 양심이 없죠? (웃음)


Q: 지유, 민지, 한솔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봤던 누군가의 모습인데,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쇼츠 영상 위주로 제작하고 있는데요 쇼츠는 짧은 시간 안에 특징을 잡아서 보여줘야 됩니다! 그래서 특징이 뚜렷한 인격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캐릭터들이 나왔어요. 민지는 귀척, 자기 모에화 / 한솔이는 오타쿠, 애니 덕후 / 지유는 패션 ENTP, 자존감 낮은데 높은 척 / 이라는 키워드가 있어요. 이렇게 인격을 잡아두면 연기하기도 쉽고, 추후에 쇼츠 시리즈를 제작할 때도 편하답니다!


Q: 연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애착이 갔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황한솔! 연기하기 쉬워서(?) 좋아해요. 한솔이 편은 보통 원테이크로 간답니다. 그리고 세 캐릭터 중에 그나마 제 학창 시절 모습을 약간 담고 있어서 가장 애착이 가네요!


Q: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오셨는데,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오늘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90년대생 황은정 캐릭터가 제일 연기하기 어려워요. 일단 알이 엄청 큰 렌즈를 끼는 게 힘들고 괴상한 화장(?)을 해서 촬영 후 화장을 지워야 하는 것도 불편해요. 


그리고 노래방을 많이 다녀서 쉰 목소리를 연출하는 게 어려워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꼽고 싶어요! 또 제가 학교 다닐 때 싸이월드를 안 해서 사전에 자료조사를 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Q: 캐릭터마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캐릭터별로 키워드를 잡아두면 연기하기가 쉬워요. 사실 제가 대학교 연극부 출신이거든요! 연극할 때 캐릭터 분석을 꼭 해야 하는데, 그때 배운 것을 되살려 나름대로 캐릭터 설정을 짜놨어요.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를 평소에도 상상해두는 편이에요. 그러면 연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나와요.

 



Q: 캐릭터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소재를 찾는 사내뷰공업 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혹시 저의 알바 콘텐츠도 봐 주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알바를 실제로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알바를 많이 하다 보면 다양한 특징의 사람들을 손님으로든, 동료로든 만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걸 떠올리면서 캐릭터 디벨롭에 참고하는 편이에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으신 캐릭터가 있나요?

개인의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 열정맨 캐릭터. “니가 열심히 안 해서 그래”, “내 노력이 부족했나?”, “잠을 덜 자고 하면 되잖아” 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타입의 캐릭터를 제작해 보고 싶네요. 하하.


Q: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연기하고 계신데, 사내뷰공업 님의 학창 시절은 어떠셨나요?

저는 학창 시절 때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딜 놀러 간 경험도 거의 없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싸이월드도 안 했어요. 요약하면 적당히 웃기고 공부 잘하는 애 정도의 포지션이었어요. 가끔 틴트를 바르면 “와 소정이가 틴트도 발라? 의외다!” 소리 듣는 친구였는데 대충 어떤 학생이었는지 감이 오시나요? (웃음)


Q: 캐릭터 연기 외에도, 직종별 알바생들의 특징을 살린 시리즈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알바를 표현하실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요!

대학교 다닐 때는 알바를 쉬지 않고 했어요. 하루에 오전-오후 알바 두 개 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 경험했던 것들을 아직 잘 기억하고 있어서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거나 분석한 게 아니라 진짜 제 날 것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하는 영상이라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쇼츠가 특히 또 날 것 감성이 잘 먹히잖아요.


Q: 오늘 촬영을 함께한 지유, 민지 그리고 한솔이에게도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음..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 

한솔아,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네 모습이 부럽다. 지유야 love yourself!! 민지야, 너 귀여우니까 제발 좀 그만 물어봐~


Q: 앞으로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매년 생일날 증명사진을 찍어서 남겨보고 싶어요! 사실 20살 때부터 생각해 둔 목표인데 막상 생일날이 다 와가면 귀찮아서 얼렁뚱땅 지나가 버리더라구요. 제가 또 사진 찍히는 걸 어려워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촬영을 계기로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힌다는 게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 같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올해 생일부터는 저를 위한 선물로 제 순간들을 기록해 보고 싶습니다! 





치열한 콘텐츠의 바다속. 모두가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해답을 애타게 찾아 나설 때, 누군가가 ‘공감’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유유히 나타났다. 사내뷰공업의 캐릭터들이 더 반가운 이유는 한 번쯤 봤던 남의 모습이기도 하면서, 지금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밉지만 함부로 미워할 수 없는, 이 사랑스러운 빌런들은 오늘도 사내뷰공업의 세계 속에서 그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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