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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un 28. 2019

영화 <악인전> 리뷰

아무리 멋있고 빠르게 날려도 주먹은 주먹이다

더 큰 악을 잡기 위해 악과 결탁한 선, 특히 범죄자와 경찰의 결탁 액션 영화는 이미 한국영화에서 닳을 대로 닳아버린 진부한 소재중 하나이다. <악인전> 또한 이런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나 싶었으나 영화는 거기서 한 발짝 벗어난 연출 방식을 택한다. 김무열과 마동석이 티격태격하다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마음을 열고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는가 싶더니 둘은 어느새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연쇄살인마로 그려진 '악'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둘의 논리 중 관객들에게는 어쩌면 마동석이 주장하는 '힘의 논리'가 더 와 닿았을지도 모른다.

자력구제, 사법절차를 밟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구제하는 행위. 장동수는 시종일관 범죄자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법의 허점을 지적하며 법 대신 주먹으로 직접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는 논리나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저지른 죗값을 치르기 위해 그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태석은 이런 힘의 논리와 법의 경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등장과 동시에 그는 범죄자들에게는 갖춰야 할 예의 따위는 없다고 행동으로 보여주며 나서지만 동수를 만나고 나서 그는 이 힘의 논리의 허술함을 깨닫고 어설프지만 자신이 행동에 옮기는 법의 체계를 수호하려는 인물이다.

이 두 주연이 각자의 논리대로 철저하게 따른다는 캐릭터 설계가 비교적 잘된 것과 달리 '절대 악'으로 그려지는 연쇄 살인범 경호는 말 그대로 '무논리'의 인물이다. 그의 범행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으며 극 중에서는 그저 제정신이 아닌 인물로 그려진다. 오히려 경호라는 인물은 영화의 메시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형 캐릭터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두 주연 캐릭터들의 다른 논리로 도출해 내야 하는 해답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의 노골적인 대사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경호라는 인물은 단순히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허점을 비판하고 동수가 주장하는 힘의 논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악으로 그려진 캐릭터라는 것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논리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움직이는 경찰이 못 찾아낸 범인을 겨우 조폭 수십 명이 뒤져서 찾아낸다는 점이나, 경찰보다 못 배워먹은 양아치들이 더 계획적으로 움직인다는 점 등등. 영화는 경찰이라는 기관을 무기력하게 묘사하고 조폭이라는 영화의 또 다른 악을 그래도 인간미 있고 정이 있는 우리 시대의 비질란테 같은 인물로 그려낸다. 오히려 동수가 주장하는 힘의 논리대로라면 동수는 당장 칼에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어설픈 논리를 영화는 과한 설정으로 끝까지 관객에게 납득시키려고 우기고 있다.

물론 이런 영화의 메시지와는 별개로 빠른 템포로 시작부터 몰아붙이는 전개와 두 주연 배우의 상반되는 연기-과하게 흘러넘치는 김무열과 아슬하게 출렁거리다 터지는 마동석의 연기-는 볼만하다.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출로 흥미롭게 풀어낸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영화의 메세지적인 부분에서 좀 더 현실성 있고 설득력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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